앨범 자켓 사진 속, 존은 요코에 기대어, 요코는 나무에 기대어 같은 곳을 향해 관조하는 포근한 모습은 서로의 사랑과 평화를 느끼게도 하지만  현실인 세상과의 고립을 나타내기도 한다.

 60년대 20대의 젊은 혈기의 열정과 재능으로 비틀즈의 리더의 위치로 거침없이 달려왔던 존 레논은 거대했던 자신의 20대 삶의 한 챕터를 막 넘어온 와중이었다.  복잡 다단한 비틀즈 후기 상황은 그에겐 비틀즈 세계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여건을 주었다.

 비틀즈에겐 아버지와도 같았던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의 사망 이후 비틀즈는 멤버들의 결속력이 점점 약해 지면서 해체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여러가지 이유중 존과 오노 요코와의 사랑도 한 몫을 한다. 그는 요코를 통해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 특히 어머니와 함께 살지 못한 상실감과 그녀의 충격적 죽음에 의한 트라우마를 요코와의 사랑을 통해 위로 받고 보상 받는다. 비틀즈에 있어서 오노 요코의 개입은 멤버들의 불화에 증폭제가 되었다. 균열의 틈에 쑤셔박힌 에폭시 같았다. 대신 그녀의 남자인 존 레논은 비틀즈를 벗어나 하나의 진정한 예술가로써 도약한다. 시대의 공기를 호홉하며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천착했다. 그는 연예인 이라는 철장에서 앵무새 같은 록스타의 아이콘을 벗어나 사회를 향해 진실을 노래하는 시인이자, 행동하는 민중투사로 변모한다.

 이 앨범은 비틀즈가 해체한 해(1970)에 발표되었다. *그가 비틀스 말기부터 드러내 온 급진적 사고를 사랑과 평화라는 모토 아래 노골적으로 실천에 옮기던 때였다. 전세계적인 68혁명의 큰 파장도 영향을 주었다. 그는 이무렵 이피(Yippie)라는 이름의 신좌익과 손잡고 일련의 정치적 이벤트에 적극 가담했다. 그를 이 같은 투사로 몰고 간 이념적 토대가 바로 이 앨범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하여 당시 닉슨 정부에게 위험인물로 인식되어 비자연기 신청이 기각되고 이후 치열한 법정투쟁이 전개되는 등 존의 계속된 고난을 예약하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비틀즈 해체후 각 멤버들은 제 각각 솔로 앨범을 발표하게 된다. 솔로 앨범의 순위 차트는 다른 멤버들이 존에 비해서 월등히 앞선다. 그러나 록 음악 역사 뿐만 아니라 대중의 가슴에 이름이 남는건 존 레논의 솔로 앨범들 이다. 특히 이 솔로 데뷔 음반과 곧이어서 나오는 Imagine 앨범. 이 두 앨범은 비틀즈와는 다른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삶과 철학. 예술로써 음유시인이자 실천하는 혁명가로써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노래 '신'(God)에서 말한다. *"난 예수를 믿지 않아! 난 케네디를 믿지 않아!.. 난 엘비스를 믿지 않아! 난 짐머만(밥 딜런)을 믿지 않아! 난 비틀스를 믿지 않아! 난 단지 나만을 믿어. 요코와 나만을. 그게 현실이야." 과거에 고하는 확실한 단절의 의지 표현이다. 신(神)과 현실사회의 우상도 과거의 얘기일 뿐 지금의 그에게는 무의미한 허상이다. 이 곡 '신'(God)에서 레논은 '신이란 우리의 고통을 측량하는 개념에 불과하다'고 못박는다. 그리고 '난 이제 다시 태어났다'고 선언한다. 존의 이런 변모된 '현재'는 바로 존재의 규명과 인식을 통해 획득된 것이다. 이 앨범에서 감상자들은 존의 자기성찰, 과거에 대한 깨우침 그리고 미래에 대한 자각을 읽을 수 있다.
 당시 그의 사고는 서방체제의 모순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 노동계급의 영웅'(Working class hero)에서 존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들추어내고 상황의 돌파를 위해 노동계급의 영웅이 될 것을 천명한다.

 "태어나자마자 사람들은 당신을 작게 느껴지게 만들어버려요.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주지 않아요. 결국 그 고통이 너무 커서 당신은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되죠. 노동 계급 영웅이란 꽤 멋진거예요 노동 계급 영웅이란 꽤 멋진거예요. 집에선 당신을 상처주고 학교에서는 때리죠. 똑똑한 애는 싫어하고 바보는 무시해요. 결국 당신은 미쳐버릴 것 같아 그들의 규칙을 지킬 수가 없죠. 당신을 20여년 간 고문하고 겁 주고 나면, 그들은 당신이 일자릴 구하길 바래요. 근데 정작 당신은 너무 무서워서 아무 기능도 할 수가 없죠. 당신은 종교와, 섹스, 그리고 TV란 마약에 잠식당해요. 그러면서 자신이 꽤 똑똑하고 계급도 없고 자유로운 줄 알죠. 하지만 내 생각엔 아직도 빌어먹을 농노에 불과해요. 그들이 얘기하길 아직 상류층엔 당신이 낄 자리가 좀 있대요. 하지만 먼저 사람을 죽이면서 웃는 법을 배워야 하죠. 베버리힐즈에 사는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면 말이예요. 만약 영웅이 되고 싶다면 절 따라오세요. 만약 영웅이 되고 싶다면 절 따라오세요."
[출처] 네이버 블로그 작성자 펑고

 존은 자신이 부모없이 이모 에게 맡겨 자란 유년기의 불행도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왜곡이 가져온 결과로 인식했다. 종소리로 시작하는 앨범의 첫곡 "mother" 에서 그는 유년의 고통에서 광기어린 작별을 고한다. 그의 목소리는 갈라지며 절절하게 외친다. 앨범 녹음 이전에 존과 요코는 아서 야노프 박사로부터 정신 치료 요법의 하나인 '원시적 외침 요법'을 받고 있었다. '원시적 외침'은 인간 심리의 깊은 곳에 잠복하는 고통을 상기시켜 유소년기의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가 모든 것을 토해내는 것이다. '원시적 외침'을 체험한 존은 다시 어머니와 살기 시작한 얼마 후  그녀를 자동차 사고로 잃은 기억 등이 소생해 큰 소리로 질러대며 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경험이 이 앨범의  처음 "mother"과 마지막인 "My Mummy's dead" 로 장식한다.

 너무도 유명한 곡 'Love'에선 요코와의 사랑을 통해 그 진정한 의미를 탐구한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그의 사랑은 사랑의 통속적인 면을 걷어차고 진실한 자각을 토대로 사랑의 진정한 완결편을 보여준다. 존 레논의 다큐 영화 'Imagine'에서 존과 요코가 하얀 방의 침대에서 올 누드로 누워 애무하며 장난치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어느 순간 그들의 표정과 눈길에서 사랑이란 추상의 관념이 구상으로 진정으로 절절하게 흐르고 있다는걸 보았다. 'Love'의 가사 그 자체였다. 결국 사랑은 레논에게 '우리가 무언가 될 수 있음을 아는 것'(Love is knowing we can be)을 의미했다.

 이 앨범에선 비틀즈 시절때의 귀에 쏙 박히는 멜로디 보다는 사운드와 메시지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사랑'과 '노동계급의 영웅' 이 가장 귀에 들어오는 선율을 가졌다. 웰 웰 웰'(Well well well) 에선 퍼즈 이펙트 걸린 기타소리의 독특한 리듬을 들려준다. 존의 아들 숀이 언급했듯이 그것은 팝의 달콤한 하모니 세계와는 갈라서 있는 펑크 이전의 펑크였다. 그의 태도와 행동은 진정한 펑크 였다. 자신을 넘어서고 이 세상의 부조리를 타파하려는 존 레논의 첫 솔로 앨범은 우리에게 있어서 역사와 도덕 시간에 배운 위인들의 어떤 저서보다도 진실을 전해주는 다시없는 소중한 작품이다. 지구상 가장 위대한 밴드에서 가장 위대한 뮤지션이자 운동가로 서게 되는 순간 이었다. 그는 5년간의 침묵을 깨고 1980년 다시 활동하려 했을때 괴한의 총탄에 맞아 숨진다. 그의 대중적 파급력에 비춰 봤을때, 그것은 확실한 음모였다. 사랑과 평화, 혁명을 역설했던 그가 지금의 우리에겐 절실하다.

1. Mother    2. Hold On   3. I found out   4. Working Class Hero   5. Isolation                6. Remember    7. Love    8. Well Well Well    9. Look at Me     10. God                     11. My Mummy's dead
* 발췌. 임진모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