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bar 도마뱀이 불길에 사라졌다. 저번주 금요일날 친구와 저녁을 먹고 홍대앞을 산책하다. 우연히 길에서 친구.(도마뱀 사장)을 만났는데, 그의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안부를 묻자. 도마뱀에 불이 났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화재의 크기를 가늠못하고. 어디 일부가 불에 탔나 보다 했는데. 엊그제 그 앞을 지나다가. 깜작놀랐다. 건물 전체가 다 타버린 것이었다.

 햇살 따가운 여름 오후의 긴 열기 속에 씨커먼 건물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잊고 지낸 20대의 묻혀둔 감정이 내 몸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완벽한 단절과 종말을 고하는..그런 심정. 상징적인 도마뱀을 보면서 아련하고도 슬펐다.

 도마뱀을 많이 가거나. 자주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었어도. 20대 때의 기억의 일부분에는 도마뱀에서의 추억이 서려있다. 밀폐된 어둠과 음악. 나의 단편영화촬영. 설레였던 데이트. 어색한 방황의 시간들 등등.. 그 타버린 공간과 함께 모두 내게서 떨어져 나갔다.

 2년도 안돼 휙휙 생겼다 사라지는 그런 뜨내기 가게들에 비해 이 도마뱀을 오랬동안 지켜온 친구의 상심이 매우 크겠지만. 금새 다시 일어서리라 믿는다. 위로의 마음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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