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유로 글을 바로 쓰지 못하면 어떤 체험이 글을 통해서 톡톡 드러나는게 아니라. 마치 탄산 빠진 콜라 처럼 특유의 현장성 묘사성이 힘을 잃는다. 주중에 오랬만에 맛집 다운 맛집을 발견해서 바로 글을 써야지 하다가..지금에서야..그 때의 푸짐한 만찬을 되새김질 하면서 썰을 푼다.

 생각해보니..요 근래에 기억에 남을 맛집을 여러군데 우연찮게 다녔다. 행주산성 근처의 국수집과. 스시진의 런치메뉴. 홍대근방의 레게 치킨(여긴 맛집이라기 보다..독특한 분위기와 희소성) 그리고 제일 최근에 먹어본...음음..

 소개할 집은 상수역 에서 광홍창역 방향으로 홍대 후문쪽 건너편에 위치한 옛맛 서울불고기 집이다. 생긴지 얼마 안 된 집이었고, 친구가 몇일전에 들르려고 했다가..고기가 다 나가..못 먹고..돌아선 집이라고 했다. 전형적인 고기집 형상이고..실내 조명이 매우 밝아서 일단 좋다. 카운터 뒤로는 정육점용 고기 냉장고(투명)가 비치돼 있어서..고기가 더 신선해 보이고 믿음직 스럽다. 불고기 2개를 시켰는데.. 고기의 양이 무지 많아서 메뉴판을 자세히 보니..1개에 300그램.. 이니까..한근을 시킨 셈이었다..남자 셋이서..공기밥 과 소주 한병까지, 시켜서 매우 배부르게 먹었다. 양과..맛...서비스..반찬의 맛..등 나무랄때 없이..완벽했는데 가격 또한 매우 착했다. 셋이서 삼만육천원에 실컷 배부르게 먹고..겉치레의 서비스가 아니라..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분좋은 서비스를 받고 나오니..매우 기분 좋았다.

 가족이 하는 집인거 같았다. 지리산에서 도닦다 내려오신것 같은, 희끗한 긴 수염이 인상적인 분이 사장인듯했고. 주방의 부인과.. 서빙 하는 젊은 아들?이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 알바생이 아니라 서빙하는 젊은 남자도..뭔가 정성이 느껴졌다. 주방 아주머니는 찌개를 가져다 주면서, 빨간동치미국물?의 건더기가 없는걸 보시곤..더 드릴까요 하면서..완전 수북히 담아 오셨다. 메인 요리인, 불고기는 버섯과 당면등과 함께..특이한 불판에서..한꺼번에 같이 굽게 되어 있었다. 진짜 불고기의 맛이 뭔진 모르겠지만..제대로 하는집 같았다. 오랬만에 아주 맛있고 괜찮은 고기집을 오니 20대 때 교수님과 함께 여러 고기집을 다녔던 생각이 떠올랐다. 하루에 두 끼 이상 꼭 고기를 드셔야 하는 한마디로 고기중독? 이신 분 이었는데, 그 때 고기맛을 처음 알았다..아 옛날 생각하니 입맛 다셔진다..음음..
 
 암튼 홍대앞에 보기드문..괜찮은 고기 집이었다..자주 들를듯..아 출출하다..날씨도 쌀쌀한데 라면이라도 먹을까나...

 예전엔 맛집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젠..항상 뭘 먹을까 고민이다..맛집의 기본은 손님에 대한 마음가짐이 젤 중요한것 같다. 그 마음이 음식에 드러나고..맛을 통해 그 주인의 정성을 느끼는 것이다. 새로 생기는 홍대앞의 식당들을 보면..인테리어는 잘 해 놓았는데..그 가게만의 개성 혹은 정성이 부족해 보이는 집이 많다. 가격이 착하다던지..양이 무지 많다던지..맛이 특출나나 던지..뭐 하나가 뛰어나야 하는데..고만고만한 가게들이 많다..딱 주말 데이트용..가게들은..그리 오래 가지 못하는게 보인다..누군가와 한끼 식사는 매우 소중한데..간혹 잘 못 고른 식당은..기분이 불쾌하다..내게 있어서 가장 불쾌한건..맛 없어서가 아니라.. 양이 적으면..화가 난다...왜 우리나라 파스타 집들은..그렇게 적게 주는지..가격도 비싸면서..그래서..아직도 짜장면은 파스타 보단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서양물 먹은 파스타와 피자가 고급음식인양..비싸게 구는 현실이 부조리하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개속 질주  (0) 2010.12.01
간만의 9시 뉴스  (0) 2010.11.17
패셔니스타  (1) 2010.11.08
딜레마  (1) 2010.11.03
취중 일기  (1) 2010.11.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