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가까운 새벽. 오뉴월에 접어든 새벽은 여전히 춥다. 서늘한 공기는 갓 이불의 온기를 벗어난 육체에 엄습한다. 새벽의 고요는 점점 새들의 짹짹 거림에 기척을 튼다. 어둠에 빛이 접근하자 멀리서 닭이 운다. 도시에 사는 닭은, 오염된 도시의 공기에 꼬기오~는 탁하다. 맑고 우렁차지 않지만  꼬끼오~는 여전히 새벽을 깨운다. 닭들의 혁명가 같다. 닭대가리들의 짧은 깨우침. 혹은 반란.

 새벽의 평화는 다리가 많고 꿈틀거리는 벌레에 의해 무참히 무너졌다. 방석에 앉아 눈을 감고 있던 도중. 우연히 살짝 실눈을 떳는데 카프카의 변신속의 그레고리? 인 마냥 무턱대고 내게 돌진하고 있었다. 얼마나 기겁을 했는지. 짧고 깊은 비명은 새벽에 기스를 냈다. 다리가 많은 것에 대한 시각적 공포는 가부좌 튼 다리를  0.1초만에 번쩍 일어나게 했다. 새벽의 사건 사고였다. 본능적인 방어 기제 일까. 다리가 많은 벌레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와 혐오는 인간의 유전적 특질일 것이다. 다만 내게는 좀 더 충격으로 다가왔을 뿐인데 스프레이를 분사하자 그 다리들은 일제히 멈췄고 더 이상 혐오를 유발하는 작동 기제는 중단 됐다. 휴~

 전설속의 꼬리가 아홉개 달렸다는 구미호? 처럼 다리가 많은 이 작은 생물은 어떤 저주를 받았기에 새벽에 나를 만나 휴지에 뭉게 졌을까. 양다리 걸친 사악한 마음의 현현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경고의 사건. 수많은 더듬이질의 죄악 처럼 그 많고 많은 다리는 극도의 공포를 유발한다. 내 안의 경고. 잘라내야할 사념적 더듬이질 다리의  거부. 혹은 그 반대의 혐오. 그것이 오늘 새벽의 사건을 통한 가르침이다. 다리가 많은 것의 공포..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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