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에 낚시를 가자는 제안에 선택의 기로에 빠진 나는, 어떠한 신념보다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으로 갈등을 하다 주저하며 나섰다. 낚시의 매력이라는 그 손맛?은 뭘까 보다는 가보지 못한 공간의 궁금증이 컸다. 그러나 다녀온 현재 나는 무척이나 후회하고 있다. 주말 시간을 결국 회 두접시를 들고온 결과와, 채식주의에 대한 배반의 자책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인천의 섬과 섬을 연결한 끝자락에 위치한 낚시터를 가던 도중 칼국수 집에 펼쳐진 풍경이었다. 서울에서 출발한지 채 한시간이 안되어 이런 광활한 갯벌이 펼쳐지니 마음이 훵 뚫렸다. 햇볕은 뜨겁지만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니 칼국수는 꿀맛이었다. 





 또 가는 도중 낚시 도구 가게를 들렸는데, 처음 보는 물건들이 산더미였다. 새로운 풍경들이었다. 지렁이와 새우 미끼등등..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꽤 많이 필요한 듯 하다. 





 낚시터는 이렇게 생겼다. 앞에 보이는 방갈로 뒤가 바로 바다이고, 바닷물을 가둔 인공 낚시터 였다. 바로옆이 바다래서 수문으로 물을 순환한다고 한다. 그래서 낚시터 중에서도 물이 깨끗하단다. 토요일은 이렇게 해가 저무는 모습을 감상하며 놀러온 기분을 만끽했다. 


 낚시에 빠진 지인은 원래 오랜 게임 중독자 였기 때문에 그나마 새로운 취미에 몰두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처음의 이러한 기분도 시간이 갈수록 무뎌지고 갓 돌아온 지금에선 그다지 추천할 만한 취미는 아닌 것 같다. 일단 돈이 많이 들고, 나의 즐거움을 위해(손맛) 생명을 죽이는 일이고, 무엇보다 가족 혹은 타인과 고립된 시간을 갖는 것이 좋지 않은 점 같다. 낚시가 자연과 함께,가만히 앉아서 명상의 어떤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계속 뭔가 일을 해야한다. 어릴적 인상깊게 보았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광경은 그림의 떡이다. 그냥 우리 안에 가둔 물고기를 낚는것.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드는 취미다. 주말마다 낚시터를 온다는데, 한 달에 100만원 이상씩 쓴다고 한다. 낚시터 입장료부터 모든 자질구레한 것들이 비싸다. 세명이서 이틀동안 쓴 비용이 총 30만원이었다. 





 다음날 오전까지 8마리의 물고기를 잡았다. 물론 내가 아닌 낚시광인 지인이, 우리가 잘 동안 밤새 낚시를 하며 잡았다. 아침에 보아하니 외모가 어촌계장 같이 생긴것 같았다. 토요일 밤까지 나도 낚아 볼라고 눈에 불을 키고 찌를 응시했다. 하지만 낚시란게 뭔가 잡을려고 하는 마음을 물고기가 아는 건지 항상 방심하고 있는 사이, 입질을 했다. 결국 내 낚시대는 밤 12시에 문제가 생겨, 그냥 자버렸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잡혀 끌려온 물고기를 보며. 왠지 짜증스런 마음이 일었다. 병신같이 날카로운 바늘에 걸린 미끼를 알면서도 욕망에 못이겨 덥썩 물고 고통스런 사투가 보기 싫었다. 그 물고기와의 힘 겨루기를 손맛이라 하지만, 내가 보기엔 시시하다. 그리고 잔인하다. 다음날 7마리가 든 어망을 회뜨는 곳으로 들고 갈때, 그 물고기들의 난리는 처절했다. 말 못하는 아우성은 내 안에서 지장보살을 되뇌이게 했다. 이율배반적이었다. 끔직한 장면이지만 집에가서 아버지와 누나네 식구들이 먹을 생각을 하니,,  예전에는 노량진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사 바로 앞에서 회떠가서 먹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앞으로 더 이상 회를 먹지 말아야 겠다는 신념이 확실해 졌다. 4개월여 만의 채식주의 중 잠시 일탈은 나를 재차 확인하는 것이 되었다. 간혹 누군가의 담배 한개비를 빌려 펴보고  이렇게 맛없는걸 왜 피우지 하는 것처럼.. 이상하게도. 현재 갑자기 몸이 안 좋다. 


 돌아올때 지방 국도엔 지방 특산물인 복숭아와 포도를 직접 팔고 있었다. 품질 좋은? 상품을 유통가를 빼고 파니 마트에서 사는 것보다 괜찮다고 판단하여, 다들 샀다. 근데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맛이 없다. 씨~뎅.. 그리고 또 지인의 집인 개봉동 삼호아파트를 가야 했는데, 인천의 삼호아파트를 네비가 안내해 줘서, 길도 무지 막히는 곳에서 정말 삽질했다. 난 다 물고기의 저주라 생각한다. 미안합니다..참돔. 병어돔. 점성어 님들..다시는 볼 일이 없을겁니다. 우리 가족을 위해. 노여움 푸시고부디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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