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친구와 밥을 먹다가, 중** 사진과 전임교수인 권** 교수가 자살??. 아무튼 돌아가셨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구글에 검색해 보니..몇몇 트위터 에서 부고 소식이 있는거 보니 사실인 모양이다. 뭐 이런 확인 안 해도. 작업실에 그 교수가 지도교수 였던 중* 출신이 있으니, 직접 못 들었지만. 확실한 모양이다. 

 사망 원인 이야 잘 모르겠지만..우울증으로 인한 자살로 추정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던데, 순간 든 생각이. 시간 강사도 아닌. 중** 사진과 전임교수이고 나름 알려진 사진 작가인데.. 그리고 상업적 필드에 있는 것도 아니고..젊은 학생들과. 호홉하며 내면의 고양으로 자기 작업 하는 작가 인데,, 왜..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40대 중반의 시간 강사가 억대의 전임교수자리 지참금을 요구 받고 자살했다는 뉴스엔 씁슬하지만 그럴수도 있겠다 란 생각이 들었는데. 이 분은 40대 중반에 탄탄한 자리를 구가하던 분인데..겉으로는 다른 사람이 부러워할만한 위치와. 탄탄한 작가의 과정속에 있다고 해도, 그 사람속(아픔.외로움등)은 알 길 없다는 씁슬한 회한이 몰려온다. 내 분야에 선망의 위치에 있는 분의 죽음이 묘한 기분으로 다가온다. 이 분 대학원 면접때 뵈었었다., 내 사진에 까칠하게 반응했던 기억이 있지만, 꽤 열정적인 사람이다 라는 기 가 느껴진 분이었는데..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참 아쉽다.

 오늘 오전에는 흐린 날씨 였지만. 오후 부터는 매우 환상적인 날씨의 장관이었다. 푸른 하늘에 솜사탕 같은 뭉게 구름.. 덥지만. 소곤히 부는 여름 바람.. 해가 저무는 아름다운 한강을 옆에 낀 강변북로 자전거길을 달리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이런 자연의 아름다운 순간을 잠시라도 온몸으로 만끽한다면, 그래도 조금은 삶의 희망이 생기지 않았을까..
 자살로 단정 지어서 얘기 하는데. 타살이라면, 그 자리를 노리는 다른 사람의 사악한 소행? 예전에 본 프랑스 영화 중에. X 취업에 관한 짧은 보고서? (제목 확실치 않음) 란 영화가. 중년의 실업자가 재 취업을 위해. 다른 지원자, 경쟁자들을 하나씩 찾아가 살인하는 내용의 영화가 생각나, 말도안되는 추측을 해 보았다.

 아름다운 석양. 높은 뭉게 구름을 보면서 자기의 삶을 끊는 사람들에 대한 아픔을 느꼈다. 성산대교를 건너면서 석양 빛에 물든 일렁이는 수면을 보며 지금 어느 곳에서는 이 한강을 보며 뛰어내릴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란 슬픈 의심이 들었다.


 내일 아침 또 저 태양이 뜨겠지..저런 태양을 볼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아무리 삶이 비루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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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시에 집에서 자전거 타고 나왔다. 조금이라도 기온이 올라가기 전에 출발한 것인데, 오늘의 날씨는, 최악이다. 농도 짙은 희뿌연 스모그는 가보지도 않은 중국을 연상케 했고, 대기 가득 수분이 질척인다. 자전거를 타고 내달려도, 청쾌한 기분은 쉽게 오지 않는다. 몸을 휘감는 습한 기운은 피부의 호홉에 물을 먹인다. 

 홍대에 다 왔을 때, 내의를 입지 않고 티셔츠 달랑 하나 입었는데, 땀에 군데군데 젖었다. 작업실에 오자마자, 티셔츠를 훌렁 벗어보니, 초록색 지오다노 민 무늬 티셔츠의 등과..앞 면에 추상화가 그려져 있었다. 땀에 얼룩진 그 무늬,문양들이. 50년대 미국 추상 미술 처럼. 기하학적인.패턴과. 형상. 섬유의 번짐 효과 등... 가만히 보고 있자니..내 몸이 만든. 미술 이었다.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드쿠닝을 섞은듯한..( 카메라가 없어서. 안타깝게도 기록을 못 남겼다.) 공기중에 곧 사라질, 내 몸의 굴곡? 이 만들어낸 오토그래픽 이라고 할까..한 시간의 자전거 타기가 이뤄낸 몸의 미술이라고 나름대로 정의 해 본다.ㅋ 영화 '캐스트 어웨이' 에서 배구공에 찍힌 그 핏자국이 윌슨 이란 영혼의 대상체가 됐듯이 내 티셔츠의 형상이 무엇을 자꾸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곧 증발해 사라져 버릴 감정이다.

 환상적인 여름날이 수시로 펼쳐졌던 2008년 여름이 생각난다. 아마도 베이징 올림픽 때문에 중국이 인위적으로 대기 오염을 줄이고, 관리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진위 여부를 떠나서 정말, 더워도 청명한 대기의 모습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해의 여름은 누구나 아니 어느정도는 기억할 것이다. 맑은 영혼을 지닌 사람들은 그 순수한 햇빛에 감동받고 또 감동받았을 나날들 이었으니..
 아마도 인위적인 태풍의 효과 였지 않았을까. 인간이 이렇게 대기를 오염시켰으나, 다시 임시 방편으로 정화시킬 능력을 가졌다는게 아이러니 하다. 또 다시 먹고 살기 위해 이렇게 묵시록적 대기 속에서 살아가야할 우리 존재가 불쌍하다. 

 일기가 사람의 기분을 좌지우지 하는 것에 나는 요즘 들어 점점 민감해지는 것을 느낀다. 적절한 일조량을 받지 못하면 약발 떨어진 마약쟁이 처럼 좀 불안해 진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일거다. 오늘 같은 대기는, 영화 '로드' 의 그 암울한 잿빛 하늘이 드리워지는 날의 경고이자 복선일 듯 싶다. 경포대나 해운대의 태양. 아니 더 멀리 캘리포니아나 지중해의 공기와 태양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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