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에 비해서 우리나라 제목이 좀 격이 떨어진다. 여름에 잠깐 팔리고 마는 헐리우드 청춘물 같은 우리말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유명한 도리스 되리 감독의 작품이다. 예전 비디오 테잎시절, 대여점에서 월척을 건졌던 영화 중에 <파니 핑크 Keiner Liebt Mich>(1994)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 때는 20대 초반이어서 서른즈음의 노처녀?의 우정, 사랑, 그리고 소통의 문제를 섬세한 감각으로 그려냈던 그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겠지만 대단히 좋은 작품으로 기억에 남아있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은 다 아실 영화이다. 그 당시 컬트적 선풍을 끌었으니까..
 그 영화의 파일을 구하던중. 도리스 되리 감독의 이 작품도 구하게 되었다.
그림 형제의 <어부와 그의 아내>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란다. 

 남녀간의 사랑. 결혼. 성향(기질)의 충돌과 극복 이야기를 아기자기 하게 수놓는다. 영화속은 볼거리와 들을거리가 매우 좋고 풍부하다. 수시로 나오는 배경음악은 정말.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이다. 내가 딱 좋아하는 음악 장르들(모던록) 이 감각적인 영상과 함께. 수시로 흐른다. 첫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다. 물고기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판타지 스러운. 오프닝 시퀀스의 편집과 음악은 가히 일품이다. 일본 시골을 배경으로 독일인 들. 여주인공이 매우 이쁘다. 여자는 직물 디자이너. 그런데 남자 주인공들의 직업이 되게 특이하다. 잉어 감별사,물고기 치료사? 이런 설정 자체가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새롭고 뭔가 알게되는 즐거움.. 포스터 속의 위쪽 물고기를 단학 이라 부르는데 희기한 물고기래서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는 모양이다. 여 주인공도 이런 호기심. 특이함. 희소성에 남자 주인공에 빠지게 되고.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결혼을 하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사랑과 현실의 차이의 괴리를 보여준다. 각각의 부모들이 그들의 결혼 사진을 보면서 반응하는 모습이 그들의, 차이의 복선이면서 되게 웃기다. 



 독일로 돌아온 그들은 캠핑카에서 신혼을 시작한다. 우여곡절끝에 여자는 직물 디자이너로 성공하게 되고..남자는 육아에 전념하면서..그들의 위기와 갈등은 서서히 정점에 다다른다. 남자는 여자에게 " 간충이란 아메바가 있어. 뇌는 없는데 계획만 있지. 이 아메바는 일부러 달팽이에게 먹힌 다음 달팽이 뇌로 들어가 신경을 망가뜨려서 달팽이를 뭍으로 올라가게 만들지. 그러면 양에 먹히고 아메바는 양의 간으로 가. 아메바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지. 그게 목표야. 아메바가 목적을 달성하면 양은 죽어버려.." 이렇게 말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영화의 정점에서 기생충 이란 가시돋힌 비유로 말한다. 이 말을 하기전에 감독이 깔아놓은 장치들이 매우 효과적이다. 우여곡절 끝에 얻은 부 도 물거품 처럼 사라지고. 그들은 잠시 헤어졌다, 다시 처음의 그 캠핑카로 돌아가 서로만 있으면 다 좋아 라는 사랑의 처음 단계로 돌아 간다. 그리고 다시 여주인공이 사업구상을 하면서 유쾌하게 끝난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장면이 어항속 잉어 부부가 개구리로 변하는 장면 이다. 그런데 첫 장면에서 마법에 걸린 어항속 잉어부부의 나레이션 중에 3년간 진실되게 사랑하는 커플을 만나야만 풀리는 것이었는데 겨우 어류에서 양서류가 되었으니..사랑의 완성?은 아직 멀었다는..웃기면서도 씁슬한 도리스 되리 감독의 혜안과 위트가 담겨있다.

 서로 다른 삶의 가치관 성향 기질을 가진 사람이 만나 갈등과 화해의 반복속에서 파국으로 치닫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현실적이면서도 환타지한 텃치로 그려냈다. 템포가 빠르고 화려하다. 텃치가 가벼워 <레볼루셔너리 로드> 처럼 진중함이 덜 해 보이지만. 주제의식만은 부족하지 않다. 남 녀 간의 우주적 충돌을 그린 카오스적 상황을 예리하면서 재밌게 그렸다. *"당신은 목표가 없어!”라는 여자의 비난과당신은 항상 계획만 하지!”라는 남자의 비난은 남녀가 함께 살면서 빚어지는 갈등의 숱한 버전 중 하나일 뿐이고, 그 문제의 핵심에는 상대의 성향(기질)을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내게 맞춰주길 원하기 때문이라는 해묵었지만 여전히 유효한 원인을 제시한다. 

 P.S. 극중 여자 주인공이 디자인한 옷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리고 가장 기발하고 특이한 패션쇼 장면. 매우 인상깊었다. 김영신 이란 이름의 한국여인이 일본인 연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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