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전
감독 김대우 (2010 / 한국)
출연 김주혁,류승범,조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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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가 흥행하고 있고 재밌다는 것에 나는 의문이다. 영화 상품으로서의 잘 만들어진(구색갖춘)것에는 틀림없으나, 매우 이도저도 아닌, 어설픈 작품으로 보인다.  춘향전을 뒤집어 보는 설정(모티브)만 신선? 했을 뿐, 영화상 어떠한 점도 내가 보기엔 함량미달이다. 그나마 수확?(볼만한)했던 것은 변학도의 캐릭터와 완벽하고 독특한 연기가 압권이었던 것에 있다. 마노인(오달수)의 캐릭터와 연기는 여전히 유쾌하며 이 영화에 어울리지만. 주인공 방자역인 김주혁의 받아주는 연기가 뒷받침을 못 했을뿐만 아니라 마노인을 통해서 자기의 연기도 못 살려내었다. (<음란서생>의 한석규와 오달수의 대면을 기억해 보면 더욱 그렇다.)

 김대우 감독의 전작인 <음란서생>을 아주 좋게 봤었다. 그 영화를 대학교 친구들이랑 단체로 봤었는데 (대다수가 여자였었던) 나는 너무 재미있게 봐서 극장문을 나서며 낄낄거리며 다른 애들(여자)의 반응을 살피고 물었다. 대다수가 그냥저냥 뭔가 아쉬운 영화라고..나처럼 그다지 재미를 못 느낀것이, 매우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음란서생>은 잘 만들어진 영화임에도, 너무 많은걸 담으려다, 흥행은 지지부진 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영화는 지극히 남자의 시각, 재미에 촛점을 맞춘 영화여서 흥행에 실패했다고 본다. 현대의 모든 상품, 마케팅에는 여심, 여성의 코드(기호)에 맞춰야지 살아남을 수 있다. 카페나 레스토랑. 쇼핑, 영화등..젊은 남녀가 데이트(소비)시 하는 모든것은 여자의 마음(욕망)을 살만한게 녹아있어야 한다. 그런면에서 대중 상업 영화의 기획에서 그 여심을 잡느냐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음란서생>이 역작임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다는 경험을 밑바탕으로 김대우 감독은 방자전에서 여성의 코드에 촛점을 확실히 맞춘듯하다. 그것이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남자들이 이 영화를 그냥저냥인 영화. 한여름의 녹아버린 하드 같은 허무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

 영화의 골격은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와 같다. 현재 시간의 작가(인물)에게 이야기를 하고 그것이 플래쉬백화 되어 주 내용이 펼쳐지는 구조. 팀 버튼의 <가위손>도 이런 구조고, 이런 방식의 영화는 수두룩하게 많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형진의 역할은 거의 생명력(캐릭터)이 없다. 내가 보기엔 배우로썬 무덤과도 같은 역할이다. 이런 구조의 다른 영화들이 엮는 방식과 비중을 비교해보면 방자전은 참 어거지가 다분한 설정이다. 

 이야기, 삶의 이야기가 (담)긴,(닮)은,  사람이 다른이에겐 매력이자, 그 사람만의 존재적 가치 이다. 씁쓸한 이야기라도 세월은 미담을 낳고, 또 그렇게 기억하고자 한다. 

 이야기하는 방자의 씁슬함이 캐릭터의의 생동감을 다 잡아먹어 버렸다. 기존의 춘향전을 뒤집어 고정관념적 배우의 역할 조차도 도치된. 그래서 관객들에게 신선함과 색다름을 준 것은 좋으나. 이야기속 방자의 캐릭터는 생명력을 잃고 배우는 시종일관 다운된 톤으로 연기한다. 당연히 하인이니까..신분적으로 종속된 역활이어서 그랬을까?  이야기의 결말이야 비극이니까..공형진에게 이야기 할때는 다운되어야 하지만. 이야기속 초반 부터 방자는 뭔가 심오하다. 방자가 주인공이 되었다고 어깨에 힘좀 들어가서 였나. 마치 유인촌이 장관 완장을 차고 거들먹거리는 꼴처럼, 매우 어색하다. 김주혁이나. 감독이 제일 크게 실수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방자는 방자다우면서 춘향이와 사랑했어야 한다. 그 캐릭터의 대비가 영화에 더 큰 활력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연출은 전반적으로 평이하고 지루하다. 처음이나 절정이나. 끝이나, 거의 샷의 길이와 템포. 호홉등이 일정하게 느껴진다. 샷과 샷, 시퀀스와 시퀀스의 텐션.(밀고 당기기)은 사라졌고, 점진적으로 이야기의 절정으로 가는 것은 그냥 처음의 모티브(설정) 뿐이다. 관객이 재미를 느끼는 것은 단지. 초반부에는 마노인의 캐릭터와 오달수의 능청스런 연기. 후반부에는 변학도의 SM적 독특함. 그리고 정사씬 정도. 근데 그것도 내가 보기엔 너무 뻔한, 판에 박은 연출이었다. 야동을 많이 접하지 못한 여성관객을 위한 듯한 인상을 받는다. <해피엔드>에서의 전도연 주진모의 베드씬이 내게는 인상이 깊었고, 이재용 감독의 <스캔달> 에서의 배용준 전도연 이소연 의 씬들이나 심지어 <음란서생>의 야릇한 긴장감 조차에도 많이 못 미친다. 조여정의 호빵두개를 얻은듯한 억지스러운 성형 가슴은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여체에 대한 모독이다. 굳이 벗기고 가슴을 드러내고. 섹스씬을 넣었어야 했을까? 진짜 야한거는 보여주지 않고 소리와 입담으로 표현하는 건데.. 김대우 감독의 그런 강점 조차 이 영화에선 발휘되지 않았다고 본다. 이몽룡과 향단이의 섹스씬이 감정이 없는 패배자의 허무여서라 그렇다 해도 방자와 춘향이의 섹스는 정말 사랑이 통하는 구나 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감정이 오갔어야 한다. 그러나 섹스의 패션화 같이 표면적으로 겉돌뿐이다. 혹은 펜시적 베드씬.. 영상의 뗏갈, 조명의 사용 조차. <음란서생>에 비해 못하다. 수준급이긴 하나. 전작이 빛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아쉽다. 

 춘향이의 요즘세태를 반영한 사랑과 실리의 갈등을 넘어 노골적 실리 추구는 타당해 보이나 방자와의 사랑은 그 만큼 납득하기 어렵다. 이몽령과 춘향이가 합방했을때, 이상한 소리만 들리고 밖에서 방자가 듣고 시무룩하게 체념하고 있는 것도 납득이 안가고..아무리 하인이래지만..첫눈에 뿅 갔는데.. 
  제일 공감갔던 장면은 이몽령이 한양 유학 가기전 방자가 잘못 건네준 서찰을 보고 배신, 분노의 감정. 사실 그가 양반이랍시고 사랑에 관해서 한게 하나도 없지만, 오히려 초반에 차게굴기 라는 대단한 착각.이 안쓰러워서인지도. 류승범의 그 싸이코적 눈빛의 강렬함은 그 엿같은 감정이 잘 전해졌다. 영화 처음부터 마약에 취한듯한 그 요상한 눈빛은 마지막 절벽씬의 황당함을 어느정도 수긍케 했으나, 그냥 억지스럽다가 정확한 표현일듯 싶다.

 변학도의 나는 독특하지 않으면 안 *려유 하는 게 왜이리 웃긴지..근데 조여정이라니..마치 MSG잔득 든 다시다 같은데 그게 이뻐? 차라리 대사 없는 기생들이 더 독특하던데..현재 드라마에서 장희빈역을 하는 이소연이 차라리 춘향이였으면 내가 이렇게 불만을 터뜨리고 있진 않을텐데...

 기존 춘향전의 사랑하는 이에 대한 정조지킴의 미담을 뒤엎고 새로운 현대적 통념(정조없음.실리추구) 을 제시하려 했으나. 예리한 비판의식도 없고, 절절한 감정도 없고. 재미는 그냥 약간 곁다리일 뿐이고 한마디로 이도저도 아닌 이상한 영화로 보인다. 이런게 흥행하다니 어지간히 볼게 없나 보다..그나저나..뒤에서 집중해서 노려보기 효과가 있을까..영화라지만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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