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5시 반 서부간선 도로를 타고 성산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먼동이 터, 멀리 눈앞에 보이는 북한산의 문수봉, 보현봉의 정상 언저리에는 구름이 감싸고 돌며, 영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매일 양화대교를 건너면서 언제나 눈앞에 떡 버티고 있는 북한산을 보면서 나는 위로를 받는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언제든 어렵지 않게 잠시 놀다 올수 있다고..

 올해는 자주 가지 않았지만. 언제나 내 시야에서 떠나지 않은 북한산은 말이 없는 든든한 친구였다. 아무리 사회가 천박해도, 내가 서울을 사랑할수밖에 없는 이유는 북한산과..한강이 주는 정취였다. 산을 좋아하고. 세계 여행을 많이 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한다. 서울만한 도시가 없다고. 서울같은 대도시에 이렇게 멋지고 수려한 산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최근에 여행을 많이 하시는 분의 말에 의하면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이란 도시가 서울과 비슷하게 대도시 바로옆에 명산이 있다고 하더라. 그 한가지 이유때문에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1순위가 되어버렸다.

 이상하게 성산대교 절반을 넘은 지점부터 정체가 시작한다. 분명 앞에서 사고가 났구나 라고 생각한 순간 뒤에서 요란하게 렉카차 둘이 미친년 처럼 움직인다. (성산대교 북쪽으로 향하는 끝단 부분은 사고 다발 구간이다. 상암 월드컵 구장 쪽으로 죄회전 하는 차들이나. 내부순환도로를 타려는 차들이 다리 끝에서 1,2차선으로 붙으면서 거의 항시 정체가 되면서. 다리 절반을 넘어서면서 가속이 붙은 차들이 갑작스런 정체에 속도에 못이겨 추돌을 하는 접촉사고가 많은데. 항상 주의 해야 한다.) 5분 정도 찔금찔금 갔더니 사고 다발 구간에서 현장을 보게 되었는데, 이건 추돌(접촉)사고가 아니라. 맞은편 차량과 서로 반쪽면을 정면 충돌한 대형 사고였다. 충돌의 튕김으로 각 차량의 위치는 옆으로 틀어져 있었다. 승용차의 전면 유리는 대파 되었고, 승합차의 뒷 창문등도 충격의 여파로 파손되어 있었다. 사고의 성격상. 중앙선을 넘어와서 비틀어져 있는 반대편의 승용차가 음주 운전 내지. 졸음 운전으로 사고가 난 경우였다.
 누군가의 과실 유발로 인한 우발성의 참혹은 내게 각성을 주었다. 되도록 중앙선 옆 1차로는 삼가자고..삶의 피로가 높은 사회에서, 과로 내지. 스트레스로 인한 음주등. 자신의 속도는 타인에겐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다. 운전자들이 내심 걱정되었지만. 한편으론 끔직한 피 장면을 보지 않음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곧 도착할 구급차에 걱정을 맡기고 나는 벗어나 출발했지만. 반대편 차량들은 참 재수없게도. 차 안에서 구경만 한다. 그 뒤 차량들은 영문도 모른체. 정체되고. 아주 천천히 서행하며 구경하는 차만 없어도. 그 뒤로 쭉 정체되는 일은 없을텐데..그 놈들은 무슨 심보인지..차라리 내려서 사고차량의 운전자를 도와주던가.. 내 바로 앞, 멀지 않은 시간에 일어난 사고라 참 미묘한 감정이었다. 

 어제 모교수의 죽음소식은 어이없게도. 도박으로 인한 사채를 씀으로써의 자살이란다. 말그대로 돈이 사람을 잡았다. 어제도 참 어이없다고 글을 썻는데. 오늘은 더 어이없다. 작가로써 치열한 예술정신, 학자로써의 고뇌,에 의한 압박감..이런거 였음. 덜 허무했을 텐데. 영화 타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욕망, 쾌락 중에 도박이 제일 무섭다고 한다. 섹스, 마약..게임..등등은 비교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몇년전에 엠티 답사로 강원도 영월에 갔다가. 강원랜드를 구경갔었는데. 사람들의 모습과 분위기에 충격이었다. 경마장의 사람들 보다. 좀 더 정신 나간 사람들 같았고, 돈 다발이 돈이 아닌 그냥 시퍼런 종이 처럼 보였다. 패가망신의 지름길은 보증서는 사람이랑. 강원랜드에서 도박하는 놈 일 것이다. 도박하는 놈은 인간도 아니다. 그 돈의 욕망이 뿜어내는 열기에 숨이 막히고 역겨웠다. 
 그 때. 친구의 형님이 강원랜드 직원이었는데, 강원랜드 구경갈려고 한다니까..신신당부 하며, 여러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사연들은 놀랠 노 자였는데. 설마 하는 그런..심정.. 근데 막상 구경가 보니..그 분위기는 과연..설마가 아니었다.  적막한 깊은 산골에 거대한 욕망의 집어등 처럼. 환한 불을 밝히고 있는 강원랜드는 죽음으로 가는 랜드다. 

 북한산 산행기를 쓰려다..사설이 길었다. 산행기는 다음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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