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아쉽긴 해도 재밌게 보았다. 아마도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 너무 기대가 큰 것도 있을 것이다. 봉준호의 작품에는 아쉬운게 더욱 크게 보이는 점은 그만큼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이 인정받았고 전작들을 넘어서는 뭔가를 기대하기 때문이리라. 더더욱 내놓아라하는 서양 배우들과 스탭진들, (한국자본으로 만들어진 한국영화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남다른 비주얼, 김지운은 일찌감치 포기했고, 박찬욱은 근본적으로 내 취향에 안맞고, 봉준호 감독의 이 영화만큼은 무척 기대했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영화는 의미있고 재미있게 잘 보았지만 봉준호이기 때문에 아 !!


 초반부 설정이나 그들이 처한 구조적 상황들이 상당히 몰입이 잘 되었다. 레 미제라블의 미래형 기차버전 같아, 그들이 어떻게 혁명을 이루어 갈지가 무척 고무되었다. 주인공 배우가 존 푸르시안테 외모 같아서 친근한 느낌이고, 그의 심복인 젊은 아이는 어디서 많이 본 배우였는데,?? 그러다 송강호와 그의 딸 고아성이 나오고 우리말이 나오면서 뭔가 타이트한 긴장감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송강호의 특유의 한국말 대사와. 그 환각물질에 쩔은 캐릭터가 좁은 기차안 꽉 막힌 상황의 답답함을 어느 정도 숨통을 틔여준 느낌이다. 그의 역할도. 그런 것이고(문 따는 사람), 매트릭스에서의 키메이커 같은 느낌.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송강호의 캐릭터는 뭔가 긴박하고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있으나 마나한 느낌의 부록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영화를 표면에 드러난 대로 너무 현실의 구조적 계급론에 입각해서 보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감독도 딱히 그것을 의도하지 않은 듯 하다. 그랬었다면 중간계급이나 상류층의 구조적인 묘사들이 더 있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영화는 교조적으로 흘러갔을테고, 유치한 프로파간다가 될 듯. 영화는 영화인거고 영화를 통해서 어떤 혁명의식을 도취시키는 프로파간다도 아니고. 현재의 영화는 오락으로써의 역할이 더욱 큰 것이니까. 다만 이런 설정, 의도를 통해서 조금은 우리의 삶과 시스템에 대해서 성찰하고 의심을 가져보는 건 의미있다고 본다. 표면적인 상징을 넘어서 재미와 함께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담론을 이끌어 내는데 어느정도 성공한 느낌이다. 그것이 조금 허무할지라도, 뻔한 틀과 상징과, 교훈적 태도를 벗어나는 어떤 디스토피아적 위트가 숨어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느껴졌다. 태어나서 한번도 보지 못한 야외 생물체 북극곰과의 조우라니.. 어린아이들이 코카콜라의 광고를 보고 북극곰을 사나운 맹수가 아닌 우리의 친구라고 느낀다고 하는 마주침.


 초반부가 너무 흥미진진해서 기차의 앞으로 갈수록 마무리에 대한 기대와 걱정속에 결국은 뭐랄까. 퍵퍵한 투수전 와중에 깊숙한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3루에 있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기여이 1점을 뽑은 느낌이다. 이걸 보고나니 워쇼스키 남매의 매트릭스 1,2 는 다시금 너무 완벽한 영화같단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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