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의 원작 소설 만큼이나, 재밌게 영화를 관람했다.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딱 그런 인물들이 완벽한 캐스팅과 연기로 구현됐다. 특히 박해일은 연애의 목적 이후로 정말 연기를 잘한다 라고 느꼈다. 

 이런 막장스런 찌질한 가족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 우리가 너무 삶의 이상향이나 환타지에 가까운 환상 속에서 타인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고 재단하며 결핍의 불행을 느끼며 살아왔다면, 평범함 이하의 가족의 삶을 통해.. 이런 삶도 있고, 저런 삶도 있는 것인데, 나 혼자만 불행하다고 느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주어진 삶에 최대한 행복을 느끼며 살자 라는 취지가 있다. 이런 가족의 삶도 있는데 용기를 잃지 말고 네 삶을 살아가라.. 이거 써놓고 보니. 결말에 박해일의 나레이션이 이런 얘기 였던 거 같다. 


 어머니의 역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세상살이에 이래저래 치이고 다시 엄마 집으로 모인 자녀들을 위해 군소리 없이, 잘 먹이려고 삽겹살..된장찌게를 열심히 해다 먹이는 모습..그리고 치고받고 하다가도..엄마의 상 앞에선 아주 맛있게 먹는 가족들.. 한 핏줄도 아닌 콩가루 집안이지만, 식구란 것은 같은 찌게를 떠먹는 관계가 진정한 가족이란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삽겹살이나 된장찌게 뿐만 아니라 피자.. 짱구 과자 등등..먹는 장면에 너무 군침이 흘렀다. 생각해 보니..남쪽으로 튀어 에서도 섬의 시골집에서 가족이 오순도순 밥먹는 장면에서 오롯한 평화를 느꼈듯이, 밥을 같이 먹는 관계의 행복을  발견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뛰어난 배우들이 연기가 자잘한 재미를 불러온다. 윤제문과 박해일의 천연덕스런 백수 연기는 인간의 고귀함과는 상종할 수 없는 수준이다. 박해일은 그나마 나은데, 미용실 아줌마 꼬실때, 이 인간의 진가가 드러난다..이런 사소할듯한 말투와 표정에서 영화는 현실의 암울함에서 벗어나 소소한 삶의 재미를 불러온다. 윤제문이 중학생 조카의 팬티를 뒤집어쓰고, 자위하다가 식구들한테 걸릴때, 최악으로 치닫지만 또 식구가 위기에 쳐했을땐, 살신성인의 자세로 몸을 버리며 구한다. 을왕리 해수욕장에 놀러가 횟집에서 밥먹을때, 다른 일행과 자녀들이 치고받고 싸울때, 어머니의 멍한 표정을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이 장면만은 마치 느와르 영화의 한 장면 같이..비장함을 드러내 준다. 여하튼 있는 그대로, 얼마나 한심한 인생이던, 자신의 품으로 보듬을 수 있는 어머니의 힘은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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