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흐린 날씨에 비가 오고 그러니 몸도 으스스하고 마음도 가라앉는다. 금요일 저녁, 주중엔 우리집에서 키우는 조카 녀석을 누나가 데려가자 엄마는 그동안 빵빵하게 틀었던 보일러를 일체 꺼 버렸다. 덕분에 나는 내 방에서 스키점퍼를 껴입고 책을 보게 되었다. 친구가 안 맞는다고 양도한, 명세기 외국 고급 브랜드 꺼라는데 롤러블레이드 조차는 커녕, 집에서 딍굴데는 츄리닝으로 격이 추락했다. 그래도 이 점퍼가 빛을 발할 날을 위해 함부로 방바닥을 구르진 않는다. 눈밭위의 멋진 활강을 기대하며 오늘의 소중한 체온을 감싼다.

 우리나라는 스피드 스케이팅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으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올림픽은 막을 내렸다. 어느때 보다도 더욱 멋진 자기와의 싸움들 이었다. 선수들의 거친 호홉과 긴장한 근육들의 떨림을 좀 더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대회였던것 같다. 특히나 스피드 스케이팅의 대약진은 매우 가치가 있으며 진정한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던것 같다. 고통을 감내해 가며 자신의 최대치의 힘을 저장해낸 허벅지 근육의 팽팽한 긴장은 유이의 꿀벅지는 무색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최선의 레이스가 끝난후 선수들의 폐가 아주 큰 유격으로 이완 됐다 팽창하는 것을 보면서 내 가슴이 요동치는듯 그 숨가뿜 희열이 전달됐다. 그 순간을 위해서 그들은 자신의 모든 힘을 모아 소진 시키는 훈련을 끊임없이 한 것이다. 오래 짝사랑하다 결국 고백했을때 그런 심정일까.. 결과가 어떻든 그 완전 연소의 끝은 아름답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대결로 각축된 피겨 스케이팅도 너무나 멋진 경기 였다. 이제는 전 국민이 피겨 스케이팅의 전문 심사위원이 됐을 것이다. 김연아의 범접할수 없는 기량, 기술의, 아트의 미세한 차이를 읽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기술은 그렇다쳐도 그 어린나이에 그토록  마음의 부담을 지우고 자신감과 여유를 가졌을까.. 실수의 두려움을 넘어서기 위한 무한한 연습을 통한 자신과의 싸움이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김연아의 눈물은 의미있었고, 아사다 마오의 눈물도 아름답게 비춰졌다. 솔직히 자신과의 싸움에서 끝까지 분투하는 마오의 모습에 감정 이입이 더 되었다. 그렇게 서럽게 우는 것도 여린 마음이 느껴져 안쓰러웠다. 그녀가  만년 2위가 되지 않길 바란다.

 이제는 황금허벅지의 열풍으로 모두가 건강에 증진했으면 좋겠다. 예전에 비해 월등히 늘어난 허벅지 근육을 누르면서 3월의 행진을 한다. March on m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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