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여러 록 페스티발이 열리는 가운데 일찌감치 안산 밸리 2번째날(27일 토요일) 표 를 예매했다. 대망의 스테레오포닉스를 보기 위해, 또한 그날. 덤으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bv) 까지, 작년에 이어서 난 확실한 헤드라이너 타겟만 본다. 다른 페스티발에서 하는 위저,스웨이드,펫샵 보이스, 어쓰 윈드 앤 파이어, 메탈리카 도 보고 싶긴 한데, 올해는 스테레오포닉스,mbv 만으로 만족하련다. (사실 다 가기엔 돈이.ㅜㅜ) 이렇게 해외 대중 음악의 거물들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반갑긴 한데, 한편으론 걱정스럽기도 하다. 거물급 출연자들을 섭외하기 위한 경쟁으로 과도한 개런티 인상은, 결국 무슨 제로썸 게임 처럼, 제살 깍아먹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한때, 광주 비엔날레를 효시로 전국에 유행처럼 퍼진 미술 비엔날레는 전세계에서 비엔날레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된. 웃지못할 해프닝 꼴. 이처럼 이런 음악 축제도 현재 과포화 상태가 아닌가 싶다. 사실, 가장 성공적인 국제 행사인 부산 영화제를 본받아, 이런 록 페스티발도 2개 정도 국제적인 행사로 키워나가야 한다.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발과, 슈퍼소닉 처럼. 그래서 말인데, 이런 록 페스티발의 효시 였던, 인천 펜타포트 와 지산 밸리 이 두개를 정책적으로 키워야 하지 않을까. 아마도. 이전에 오아시스와 라디오헤드 의 티켓 파워의 사례에서 이문에 눈이 돌아가는 대기업들이 나도나도 하는거 아닌가. 펜타포트의 취지가 가장 좋지만, 재벌들이 손을 대면서 별 특징없고, 혼탁한 진흙탕 꼴이 되가는거 아닌가 싶다. 

 여하튼 토요일날 기쁜 마음으로 대부도를 향해 길을 나섰다. 이날 다저스의 에이스 커쇼 경기를 다 보았는데, 팽팽한 투수전 너무 재밌었다. 요즘 다저스 경기는 믿을수없는 경기의 연속이다. 난 이미 다저스 (열혈)팬이 된 듯, 커쇼가 추신수와 대결할 때도, 커쇼를 응원하고 있으니.. 
 3시에 나와 자전거를 끌고 전철에 싣고 4호선 끝 오이도..아니 전철에 문제가 생겨 안산역에서 내려, 대부도로 들어가는 시화방조제를 향했다. 난 전철 1시간. 자전거 1시간 이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도착해보니 도합 세시간이 걸렸다. 몇달전 주말에 대부도 넘어를 차로 가다가 무지막지한 교통체증에 혼쭐이 나서 전철과 자전거를 선택했지만, 돌아올때는 막심한 후회가 몰려왔다. 전철역에서 방조제 까지 가기위해선 공장 단지들을 지나야 하는데, 어떤 공장에선 심한 악취가 났다. 시화 방조제의 길이는 12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자전거로 체감 거리는 두 배는 되는 듯. 일직선 길 이라.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단조로움. 방조제에 갇힌 바닷물은 적막하게 잔잔하고, 그래도 스테레오포닉스를 본다는 설레임으로 간간히 비를 맞고 묵묵히 페달질..하며 하이네켄 한캔하며, 대부도 입성. 

 티켓을 수령하고 자전거 파킹하고, 한참이나 걸어서 입장하니, 멀리서 점점 크게 들려오는 소리는 밴드 피아의 고래고래 살쾡이 멱따는 소리..솔직히 ㅈ나 짜증. (혹시 피아 팬이거나 그들이라면 이 글 읽지 마시라.)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밴드는 왜이리 자주 마주치는 걸까. 언젠가 우연히 어느 한강 공원에서 열린 록 공연에서 보구, 비호감으로 낙인 찍혔는데, 그 후 계속 보기 싫어도 보게 되서 진절머리가 났던. 90년대 중,후반의 하드코어 음악에 맥이 닿아있는 밴드인데, 린킨 파크의 시원한 청량감도 아니고 림프 비즈킷의 라임이 살아있는 그루브 감도 아니고, 개성 없는 기타 리프에 거북한 고음만 꽥꽥 질러대는 보컬. 별볼일없는 연주에 록밴드의 후까시, 밴드가 인정한 밴드라는데, 개븅신들이나 인정하라지. 다른 분야에 대해선 편견을 안 가지려 노력하나, 음악에 대해선 나의 호불호에 대해서, 편견과. 독설을 절제없이 발휘하련다. 난 노엘 갤러거 횽아의 독설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록 페스티발에 오면서, 어느 정도의 관용이나 열린 마음이 있으련만, 불행하게도 초장부터 피아의 소리를 들으니, 몸매 좋은 여자들의 활보에도 불구하고 흥이 깨졌다. 음악은 대체적으로 행복감을 주지만, 화를 돋구기도 한다는 점을 피아를 통해 깨닫는다. 록 페스티발에 와서 너무 심한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내 생각에 어떤 분야를 진정으로 좋아한다면, 회색인은 가당치 않다. 음악을 두루두루 편견없이 다 좋아한다는 말은 사실은 음악에 별 관심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부지 내의 위치를 파악하며 돌아댕기다가 메인 무대에서 넬 의 공연이 시작했다. 사운드가 좋은 편인데, 신디사이저 소리가 너무 컸다. 그들의 음악적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4인조 밴드의 기타 두명임에도 신디가 장악하는 밴드 사운드는 촌시럽게 들렸다. 킬러스를 흠모하나.. 무대에 키보드 연주자가 없었는데, 샘플을 튼 모양. 그리고 보컬의 전달력이 불명확하다. 보컬이 있는 밴드 음악에서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나중에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공연평에서의 경우만 제외하고) 어느 악기 파트 보다 보컬이 가장 중요한 음원이고, 가사의 전달력과 수려한 멜로디는 대중음악의 가장 중요점일 것이다. 거물급들의 공연과 그 여타의 차이는 이 점이 큰 것 같다. 라이브 믹싱의 기술이나, 보컬의 노련함.등등등 많은 점들이 있겠다. 작년에 펜타에서 본 데이브레이크 란 국내밴드는 정말 잘 하더라. 넬의 보컬은 좀 칭얼대는 보컬이라..더 그런 느낌인지도. 모던록 기타의 전설적 기타리스트인 조니 마 도 기본적으로 기타는 보컬을 위한 반주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인터뷰에서 피력한 걸 읽으며 감탄했었다. 그런 기타의 대가도 대중 음악에서 뭐가 중요한지 명확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넬의 공연이 끝나고 40~50분 후에 스테레오포닉스. 옆, 무대에선 박정현의 공연이나, 스테레오포닉스에 설레이며 집중하기 위해 이동하지 않고. 정중앙 메인 콘솔 바로 앞에서 낚시 의자 펼치고 앉아 기다렸다. 소리를 듣기 에는 가장 중립적인 위치이고. 어짜피 대형 스크린으로 얼굴이 다 보이니,  앞으로 가지 않고 그 자리를 고수했지만, 나중엔 좀 후회했다. 작년 스노우 패트롤 때 처럼 앞에서 사람들과 같이 떼창하고 동화됐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 뒤 쪽에선 해브 어 나이스 데이 나 메이비 투마로우, 다코타 등등의 대표적인 싱얼롱하는 노래들은 나만 열심히 따라 부르더라. 그러나 앞쪽에선 관객들이 호응도가 장난 아니었던 듯. 



 8시 20분 등장할 때 부터, 비가 내렸다. 3년전 그들이 펜타포트에서 공연할때도, 비가 내렸고, 관객들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유독 여타 브리티쉬 록 밴드들에 비해 스테레오포닉스는 명성에 비해 국내 인지도는 터무니없이 빈약하다. 하지만 이날은 사람도 많았고, 잘 몰랐던 관객들도 그들의 출중한 라이브 실력과, 멋진 노래에 흠뻑 빠진듯 하다. 마지막 곡 다코타가 끝나고 대부분의 관객들의 반응은 "스테레오포닉스 랬지? 개 쩐다!!!." " 보컬 졸라 잘 생겼다" " 목소리 쩐다." 그런 분위기.. 데뷔때 부터 그들의 팬으로써.. 이제야 그들의 진가가 알려져서 내심 뿌듯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워낙 유명한 노래인 해브 어 나이스 데이는 들어봤어도. 그 노랠 부른 밴드의 음악엔 전혀 몰랐었던, 아쉬움. 라이브를 워낙 잘하기로 유명한 보컬 켈리 존스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위에 곡은 공연 중간쯤에 부른 블루지 한 노래인데. 나도 처음 들어본 노래인듯, 처음 켈리 존스의 목소리를 들으면, 쇳소리..심하게 쉰소리, 누구는 썩은 목소리 라고도..에 거부감이 들수도 있는데, 어느 순간 그 매력에 빠지면, 엄청 섹시한 목소리의 보컬이구나란 걸 느낄수 있을 것이다. 원래 쉰소리니까. 아무리 열창해도 공연의 처음과 끝이 같고, 뒤로 갈수록. 그 목소리의 매력이 더욱 물씬 나온다. 우리나라 오기전 호주 투어에서 목에 문제가 생겨 공연 하나를 취소하고 온다는 거라길래, 공연의 질이 무척 걱정됐지만, 유투브에서 볼 수 있는 다른 공연에서 만큼 열창을 했다. 


 다만 초반부에 컨디션이 안 좋은지,, 아님, 보컬 모니터에 뭔가 불만이 있는지. 무대 사이드의 엔지니어에게 수신호로 올리라는 제스쳐를 자주 했는데, 다른 밴드들도 공연 초반부엔 많이 그러긴 하는데, 신경이 좀 날카로워 보였음. 결국, 새 앨범의 어느 노래 끝나고 마이크 스탠드를 쓰러트렸는데, 새노래 래서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아서 화를 낸 것도 같았다. 그러나 관객의 반응이 열정적이서 점차 판타스틱 크라우드 라는등. 올해 공연중 가장 멋진 관객이라는 둥. 칭찬을 수시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 곡 다코타가 끝나고.. 바로 횡하니 퇴장하지 않고. 환호에 웃으며 답례하며 퇴장. 


 작년 같은 웨일즈 출신의 영웅인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의 감동에 비견되는 멋진 공연이었다. 



 다음 공연은 공동 헤드라이너인 일렉트로닉 DJ 스크릴렉스. 유명하다지만 잘 모름. 사실 그런 클럽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 감상용 음악이라기 보다 그냥 이런 축제엔 그나마 인정하는. 하지만 록페스티발의 헤드라이너라니,, 이런 음악은 한켠에 마련된 클럽 라운지만으로 족하단 생각인데, 사람들은 되게 좋아한다. 워낙 고 출력의 사운드를 뿜어내서, 습기에 눅눅한 팔뚝의 솜털도 다 털털털 일서설 기세고, 비에 젖은 귓속의 귀지가 다 떨거져 나올정도로 음향적 촉감이 대단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한 스트로빙 라이트로 인해서 눈을 제대로 뜨기가 힘들어서 30분 여만에 공연에서 벗어났다. 나는 확실히 몸으로 즐기기 위한 음악보단 감상용 음악에 맞춰져 있다. 같은 일렉트로닉이래도 DJ 쉐도우 는 무척 좋아하고 공연도 보았지만, 이런 클럽 음악은 도통 모르겠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거겠지. 그나저나 나도 이런데 와서 내가 챙겨줄 여자가 있었음 하는 한숨어린 바램이..


다음에 계속.~~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7월 말의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발의 첫날 헤드라이너가 스테레오포닉스라는 사실..웨일즈가 낳은 영웅이자. 영국의 국민 밴드.. 우리나라에서는 오아시스의 인지도에 비해 못한듯 하지만. 영국에선. 오아시스를 능가하는 인기와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내 놓는 앨범들 마다. 족족 대박이다.

 이 밴드의 리더, 헤로인. 켈리 존스. 참 걸출한 록 보컬리스트 이다. 첨엔 쇤듯한 목소리가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이처럼 록 음악에 적합한 음색과 외모도 찾기 힘들다.. 모델 같은 얼굴과 헤어 스타일.. 하지만..한 가지 단점은.. 매우 단신의 키.. 키 까지 크고 몸이 우람 햇으면. 완벽남 이었을 텐데 그럼 오히려 매력이 없을수도..

 트래비스나 콜드플레이 보다도 훨씬 록 스피릿이 살아있어서 좋다. 로큰롤은 이런것이야 라는 듯. 강렬하고 매력젹인 기타 리프와 걸걸한 목소리에서 나오는 뛰어난 멜로디...환상적인 훅의 후렴구..등..3인조 밴드가 낼수있는 가장 최상의 음악을 들려준다. 다행히도 하루 공연 티켓 가격이 6뭔원대로 구할수 있을거 같다. 지산 록 페스티발에 매시브 어택과..펫 샵 보이스가 있는데.. 가난해서 거기 까진 못가겠다..ㅜㅜ  그런데 ..스테레오포닉스를 좋아하는 주변의 사람들이..마땅히 없구나..ㅜㅜ  자 밑에 라이브를 보시고 다들 켈리 존스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시길.. 펜타포트에 온다구요...ㅎㅎ  누구나 다 들어봤을 Have a nice day 도 부르겠구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홈페이지를 버리며 남긴 기록.  (0) 2010.06.27
수채화 크로키  (0) 2010.06.24
참치덮밥  (0) 2010.06.16
명불허전  (0) 2010.06.13
MBTI  (2) 2010.06.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