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휴일. 예상치않게 공연을 보게 되었다. 합정 메세나폴리스의 인터파크 아트홀에서 이승환과 아우들 공연이었다. 그 아우들은 밴드..(출연순서대로) 안녕바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로맨틱 펀치, 트랜스픽션, 옐로우 몬스터즈 였다. 그리고 이승환.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밴드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단 한 팀이었다. 트랜스픽션은 역시나 밥맛없음 이었고, 나머진 잘 모른다. 


 일단 생긴지 별로 안된 이 건물의 공연장은 작지만 사운드는 훌륭했다. 홍대앞 롤링홀이나..상상마당 라이브홀 보다..더 좋으니 라이브 음악을 감상하기에는 최적인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록 공연이지만 스탠딩 관람은 이제 좀 꺼려진다..나이가 들어서인지 록 공연이라도 앉아서 보는게 좋다. 무려 4시간 이상을 서서 감상하다 보니 허리가 천근만근..


 줄 설때 부터 보아하니 관객의 90퍼센트 이상은 여자들. 스탠딩 구역도 크지 않았고, 내앞에 키가 크지 않은 여자들이 대부분이라 관람 시각이 너무 쾌적했다. 최신의 공연장 이래서인지 공기도 먼지가 많지 않은듯했다. 나만 빼고 다들 이승환의 매니악한 팬들인 듯. 그들은 너무나 즐거워 보였다. 각각의 밴드들이 나올때마다, 너무나 열심히 호응해 주었다. 나는 보리밭의 고개숙인 벼 같은 느낌..


안녕 바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역시나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록의 영웅들이 보여주었던 모든 액기스를 농축한 훌륭한 공연이었다. 지미 헨드릭스처럼 기타 물어뜯기 주법. 피드백..더 후 의 피트 타운젠트 같은 기타 돌려치기..던지는 퍼포먼스..지미 페이지 같은 모션. 짐 모리슨 같은 몰아일체..결국 피트 도허티 같은 젊은의 광기가 녹아있는 공연이었다. 


 그 뒤 나온 로맨틱 펀치란 팀도 잘했다. 탑밴드 2에 나와서. 프린스의 퍼플 레인을 멋지게 커버하며 유명해진 것 같던데, 꽉 찬 밴드 구성에 키작고 독특한 음색의 보컬이 무대를 장악하는 기이한 매력을 발휘하였다.  


로맨틱 펀치

트랜스픽션


 지루한 공연은 트랜스픽션, 자아도취, 이상외모중독?에 빠진 보컬의 록스타 병에 내심 왔더뻑이 외마디 비명처럼 연실...흘러 나왔다. 모든 눈빛, 표정 하나 음악이 아닌 80년대 록스타의 허세가 쩔은 그 보컬은 진솔한 열정의 노래가 아닌, 패션으로서뿐인 록 이었다. 지 멋 대로 사는게 욕먹을 짓은 아니나, 음악은 결국 소통과 교감..(정서의 공감과 반향) 이 중요한 것이니..더 이상 얘기 하면 프릭이나 패곳을 입에 달고다니는 꽉막힌 보수주의자처럼 보일테니.. 앞으로 나의 보수적인 면은 최소한의 상식이란 측면에서 기능하면 좋겠다.


옐로우 몬스터즈

이승환


 옐로우 몬스터즈는 메탈리카와 그린데이를 섞은듯한 막 달리는 음악. 바로전의 밴드인 트랜스픽션 때부터 몸이 힘들어졌다. 계속 과포화 상태의 사운드를 내세우는 밴드들의 음악을 듣다보니, 소음에 무감각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댐핑강한 킥 드럼과 베이스의 저음에 라이브 음악의 현장감을 느끼지만 세시간 넘게 듣다보니 내심 별 감흥이 없어졌다. 


 그렇게 지쳤을 무렵. 드디어 이승환이 나왔다. 역시 클래스가 다른 모습이었다. 낭랑한 목소리. 일단 마이크를 활용하는 모습이 노련했다. 자신의 음색, 음정에 맞게 마이크의 거리를 조절하는 모습이나, 발성처리가 뭐 잘은 모르지만 프로였다. 그리고 관객들의 호응과 참여도는 신기했다. 노래의 특정 부분에 맞춰 코러스 합창을 하거나, 두루마리 휴지를 던지는 퍼모먼스를 하는등. 이승환이 살짝 교주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의 회사 드림팩토리도. 그런 골수팬이 없었으면 가능도 못했겠지.

    

  어쨌거나 이 공연의 취지는 맘에 든다. 자신의 팬덤으로 이승환과 아우들이란 제목으로 실력있는 인디밴드들을 더 알리고. 지원하는 그런 모습..가요계에 선배라면 그렇게 해야 될 것이다. 나가수나 열린음악회에 나오는 록 가수들과는 급이 다른 모습이었다. 어쩜 진정한 프로. 그런데 진정한 프로는 내일의 공연을 위해 단 하나의 앵콜을 하지 않는다는거..ㅋ


 뭐 나야 상관없지만 그 많은 여자들의 마음은 아쉬움으로 눈이 반짝였다. 그러고 보니 진짜 프로 맞다...


 공연장 밖에는 팬클럽 회원이 마련한 다과와 선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대단 대단)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뱅크시 다큐 영화 제목중) 가 미술 전시의 상업적 행태를 조롱하는 말이라면, 이건 정말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였다.그것도 형식치례가 아닌. 고급 떡과. 작은 호두 파이, 프로폴리스 치약을 가졌다. 공연비의 절반은 리베이트 한 느낌이다. 

 나는 앞으로의 문화가 이런 소규모의 팬덤 문화가 더욱 다양화 되리라 본다. 그 반대로 거대 미디어자본의 영향력도 더 커질 것이고 그 간극은 취향의 존중으로 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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