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일어나자마자 부랴부랴 지인의 결혼식에 갈 채비를 했다. 평소보다 뜬금없이 너무 늦게 일어났다 (9시반) 이런 적이 없는데, 비오는 어제 밤, 왠지 속이 허하고 적적해서 라면에 김치국물 한 사발을 먹었다. 한 시간여 기타치며 소화시키고 누웠던게, 너무 푹 자버렸다. 


 11시에 강남의 예식장에 도착을 목표로 초인적 노력으로 밥먹고. 샤워하고, 옷 차려 입고, 준비물인 사진액자와 여타 등등 챙기고,(눈뜨고 40분여 동안) 최대한 차가 안 막힐것 같은 지름길로 차를 잘 몰았으나, 노들길. 현충원 가기전 부근에서, 엄청 큰 교통사고가 나의 시간을 잡아먹고 있었다.(그냥 올릭픽대로를 탈걸 하는 후회) 멀쩡한 차가 A4 용지라면, 야구공 만들듯이 막 구겨서 방바닥에 내 팽겨진 끔찍한 모습이었다. 삼류 소설가의 방구석에 구겨진 종이도 그렇게 처참하진 않을 것이다. 


 아무튼 엄청난 교통체증에도 불구하고 운전의 내공과 운빨로, 생각보다 너무 늦지 않게 도착했다. 시간이 흘러 지인들이 도착했는데, 나의 옷차림(복식)에 대해 몇몇이 지적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넥타이의 색이 문제였다. 검정색 정장에 검은 구두를 신고 흰색 셔츠에 검은색 넥타이를 했다. 나는 검정색 넥타이에 대한 사회적 통념 보다는 블랙과 화이트의 조합의 디자인이나 패션적인 관점에서 코디를 한 건데, 검정색 타이 때문에 결혼식에 장례식 복식 처럼 되 버린것을 지적 받은 것이다. 기분이 나쁘다기 보다, 사회적 관습이나 예범에 대한 나의 불찰 혹은 생각의 짧음에 대해 각성했다.

  " 내가 너무 할리웃 영화를 많이 봤나 보다.." 라고 자책성 말을 농담조로 했다. 

 또 몇몇은 양복 핏이 좋다고 칭찬을 했는데, 누군가가 " 신랑 외로 (내)~가 눈에 제일 띄어요.." 라고 말했다. 

 밥먹으면서 생각해보니 이것 또한,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다. 예전의 방송 프로그램 미수다에 나왔던 짧은 머리컷의 독일인 베라 씨의 책에서 어떤 일화가 생각났다. 한국에서의 삶에 관한 솔직한 에세이 였는데, 지인의 결혼식에 너무 튀는 의상을 하고 갔다가, 우리의 검은색 계통의 차분한 여성 정장의 옷차림의 관례와 너무 판이해서, 난감했다는.. 이야기였다. 

 신부나 신랑보다 더 이쁘거나. 멋있어 보이면 그것도 실례?. 머리가 크고 다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양복 핏은 누군가가 말했듯 " 맞춤정장 같아요." 


 그랬다. 사실. 머리크기를 줄이거나 다리길이를 늘일수는 없는 법. 주어진 한계에서 가능한 것은 운동을 해서 몸을 적당한 근육량으로 만드는 것 뿐. 헬쓰와 자전거. 채식을 하니 몸이 내적,외적으로 좋아져서 양복발이 더 잘 사는 것일게다. (살짝 나온 배는 약간의 귀여움ㅋ) 쓰다보니 왠지 자화자찬 하는 것처럼 되었지만, 나의 패션에 대한 지론은 신체적 결점을 보완, 커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론 나의 옷차림에 대한 추구가 아닌 사회적인 복식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야겠다는 깨우침. 


 비오고 매우 습한 아침부터 이젤과 액자를 좀 날랐더니, 땀이 무척 나서 새 양복과 셔츠에 땀이 젖었다. 덕분에 정장 크리닝에 대해서 인터넷으로 공부하고 있다. 

 다행히 왁스로 머리에 힘주지 않은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ㅎ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고생  (0) 2012.10.01
낚시  (0) 2012.09.09
소소  (0) 2012.06.05
소나기  (0) 2012.05.27
<연극> 헤다 가블러  (0) 2012.05.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