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다시 읽었다. 2007년 초에 나왔었고. 그 때 인상깊게 읽은 후로. 몇년만에 또 읽었어도 여전히 그 특유의 통렬함이 시원하다. 마치 일년 묵은 귀지를 파내는 쾌감 이랄까..들리는 것은 같아도 뭔가 공기의 흐름이  걸림없이 내 귓속을 흠치고 달아나는 느낌이다. 또다른 비유로는 좀 지저분하지만. 어릴적. 배꼽에 낀 때를 후벼파는 듯한 희열이 있다. 

 이 책에선 한국인의 신체 습속을 거침없이 파헤친다. 그 꼬랑내 나는 습속에 나는 왜 하필 배꼽때를 생각했을까..그 만큼 애매한 곳에 깊이 틀혀박혀진 고정된 신체인양 구는 배꼽때는 성숙된 몸과..위생 관념을 가질 수록..더 이상 기생하기 어려워진다. 그와 같이. 이러한 책을 읽고 우리가 평소에 못 느끼며 살았던..우리의 잘못된 습속을 낯설게 보기를 통하여. 사회 전반의 의식수준을 높여야 한다. 

 진중권 교수는 차이의 시선을 제시한다. 하지만. 어떤 주의, 주장을 관철하려 하지 않는다. 인덱스의 역활을 통해. 우리에게 새삼 느껴보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서 조금씩 습속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아마도 이 책이 나온 후에 진중권 교수의 수업을 들었었는데, 이 책의 문체와 거의 흡사했다. 군더더기 없는. 냉철한 깔끔함..좀 인정이 없어 보이긴 하나. 학문의 엄정함이나. 줏대 같은게 확실해서. 그때까지 들어본 강의중 가장 사족 없는 시원한 강의 였다. 그 때 이 책에 싸인이나 받아둘껄.. 다른 박사 아줌마들은 그러던데.. 그 땐 왠지. 그러기가 싫었다. 

 학자들의 강의를 듣다보면, 그 사람이 공부한 나라의 분위기(스타일)이 포착된다. 진중권 교수는 딱 독일 스타일인. 2차대전 독일의 육중한 천하무적 타이거 탱크 같기도 하고. 또 급강하 폭격기 수투카 같기도 하다. 감정의 소통보다는 잘 만들어진..아주 우수한..기술력(지식)이 거침없이 땅. 과 하늘을 누비며.. 내 머리에 당도한다. 
 반면 프랑스에서 박사를 딴 사진평론가..최봉림 교수나..최근에 박상우 선생 같은 경우는. 프랑스 전통의 유미적 엄정함이 서려있고, 지식의 내용이 엘레강스? 하다고 할까. 말투도 격정적이기 보다. 좀 느린듯한 쌀쌀맞음이 있다. 마치 제플린(비행선) 같다고 할까..

 내가 최고로 치는. 선생님은 역시나 코디 최 선생님의 스타일이다. 미국 스타일. 지식과..유머가 적당히 섞여.. 단지 지식을 뱉고 마는게 아니라..그 열정이..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보잉 747 점보 제트기 일등석에 탄 기분이다.(이 기분은 추측이 아니라..진짜 타봤기 때문에..ㅋ)  아무튼 앞으로 나의 강의는 위 세분의 강의를 벤치마킹 하여.. 나만의 스타일을 가꾸어 가는게 관건이다.

 사실..이 책을 읽으면서..나의 이 사족이 많은 .. 삼천포 스타일의 사유와 . 감성..들을 진중권 교수 처럼. 순도높은 참기름 같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자극했다. 에둘러 말하지 않는 이 통찰력과. 그 깔끔한 표현은 독자에게 쾌감을 준다. 현재의 나 한테는 글을 이렇게 쓸 필요가 있다. 언문일치 에서 보다 더..진보된..치고 도려내고..문질러서..입의 표현과는 다른.. 좀 더 궁극의 텍스트를 완성해야 한다. 이 책 처럼..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진 교수도.. 책이나 구술이나..비슷했던거 같다. 책 같이 말하니..얼마나 군더더기 없는 말들인가.. 아마도 그 해 여름 방학때. 100분토론의 디워 파장이..대단했었다. 마치. 배꼽때를 마구 후벼파는 통렬함이..얼마나 큰 쾌감인가..ㅋ 
 박노자씨의 글 보다는 훨씬 좋고..홍세화님의 글과는 또다른..맛이 있는 이 책. 다시 볼 만 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