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 시골에서 가져온 은행열매 자루를 차안에 실었다가 그것이 가죽 시트에 좀 뭍었고, 냄새로 인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은행열매의 악취는 강력했다. 몇억년에 걸친 종의 번식의 핵심은 고약한 악취로 동물들이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역사를 아우르는 생존본능의 냄새에 당해낼 재간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이런 저런 검색을 하며 냄새 제거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고, 실행을 해봤다, 사과를 쪼개서 놓아 보기도 하고, 향초를 피우고, 무엇보다도 선루프와 창문을 열어 추위를 맞서가며 운전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 냄새는 여전히 어디선가 잠복해 있다가 내음을 발산했다. 이젠 좀 익숙해진것도 같다. 그 냄새가 역겨움 보다는 구수움에 더 가깝다. 사람은 환경의 적응에 민감히 변화한다. 차문을 처음 열었을때, 그 냄새를 맞닥드리면 이젠 정겹다고 스스로 위로를 해본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나의 자동차 생활은 망했다. 추위와 미세먼지와의 싸움보다 더 냄새가 중요하다. 오늘도 내일도 활짝 창문을 열고 달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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