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날 정말 오랜만에, 클럽을 갔었다. 타임 머신을 타고. 19, 20살의 나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받았다. 처음 홍대앞 클럽 문화가 태동할 시기에. 나는 아마도 클러버의 효시 였다. 95년 발전소 를 비롯해, 명월관, 황금투구. 사브 등등. 그당시 소위 락카페라 불리는. 클럽을 전전했었다. 90년대 이래. 서구의 포스트모던 문화가 들어오면서. 홍대앞 문화는. 비약적으로 발전을 해왔다. 밀레니엄을 앞둔 허무주의 속에..클럽에서 댐핑 강한 음악을 들으며. 리듬에 몸음 맡기는 것이 욕구불만의 해방구 였다. 그 당시 홍대앞 클럽은 자유로운 예술적 향취가 있었다. 상업주의에 완전 물들기 전의, 내밀한 젊음만의 아우라가 있었다. 강남의 클럽(댄스 가요에 똑같이 맞춰 추는 닭들같은 ) 이나 나이트 와는 다른..홍대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양현석의 nb 를 기점으로 힙합문화가 들어오면서. mi 같은 일렉트로니카, 트랜스 클럽과 양분되면서..변질되기 시작한 것 같다. 자연스레 20대 중반에..mi 나 nb 를 마지막으로 클럽을 안 다녔다. 그 땐. 아직 부비부비 문화가 없었는데. 서른을 앞둔 어느날. 후배들과 클럽을 가게 되었는데. 좀 생소한 충격을 받았다. 부비부비 뿐만 아니라..흘러 나오는 음악도 그렇고. 여름의 높은 습도와. 빽뺵한 사람들 속에서 나는 콩나물 시루 속에 들어간 것 같은 착각에. 혀를 내둘렀다. 자기 표현으로써의 춤과 리듬이 아닌, 하룻밤의 성을 위한. 욕망들의 공기 속에서 난 이질감을 느꼈다. 부비부비란 공인된. 성추행 속에서. 음악을 통한 자유의 몸짓은. 말초적 자극만을 위한 흐느적거림으로 변질되었다. 클럽을 가기엔 이미 늙은 것이었다.

 금요일 밤 클럽 FF란 곳을 들어가기전까지..망설였다. 친구한테..그냥 에반스나 프리버드 같은데 가자고 말 할 정도로..클럽은 내 기억에서. 머나먼 추억 이었다. 다른 바에서. 잭콕이랑 데낄라 를 마시고..좀 더 시간을 보내고. 결국 들어갔는데. 난 거기서 타임 머신을 타고..15년여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들어가니. 외국인 밴드가 라이브 연주를 하고 있었다. 레너드 스키너드 와 지미 헨드릭스의 곡을 연주하는데. 아주 뚱뚱한 기타리스트의 깁슨 레스폴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다. 백인 아저씨들의 풍채와 연주하는 올드한 곡의 느낌으론. 텍사스의 한 변두리 클럽에 온 기분이었다. 백인, 흑인. 중국인. 한국인..관객들이 섞여있고. 사람들의 스마트폰 불빛이 자주 아롱거렸다.
 두번째 밴드는 한국 밴드였는데. 이 밴드야 말로. 국적 불명의..잡탕 음악이었다. 펑키. 랩. 하드코어. 힙합 가요등이.뒤섞인..얄팍한 문화 정체성의 혼재 였다. 그래도 드럼과 베이스가 탄탄해서..꽤 흥겨웠다. 관객들의 반응도..너무 자연스런 춤을 춰서..덩달아서..기분이 좋았다. 

 밴드 공연이 끝나고 본격적인 DJ가 선곡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플로워에서 제각각 춤을 추었다. 60년대 로큰롤 음악부터. 요즘 음악까지 다양한 선곡에 맞춰 춤을 되게 개성적으로 췄다. 특히 귀엽게 생긴 한 백인 남자는 정말 춤을 잘 추었다. 자신감 어린 춤에 탄력을 받아. 결국. 한국여자 하나를 꼬셔서 나갔다.
 비틀즈와 비치보이스, 잭슨 파이브. 신디로퍼. 디페쉬모드. MC해머 등등..너무나 정겨운 음악이..강한 출력으로 흘러나와..생소하면서..듣기 좋았다. 사운드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 고출력에도 불구하고..고음이 귀를 자극하지 않았다. 아마도. 외국인들도.. 향수병을 달래러. 이런 클럽을 오겠다 싶었다. 묘한 느낌을 발산하는 클럽이었다. 시대와 인종의 혼재. 음악을 통한 문화와 공간의 혼재를 느끼면서 맥주를 홀짝거렸다. 90년대 중반 문화와는 별로 먼것같지 않아 포근하면서도. 그 시간의 간극을 엄연히 느끼면서. 나의 현재를 생각해 보게 했다. 조금은 또다른 희망이 꿈틀거렸다..아주 가끔은 이런 클럽을 다녀야겠다. 맛집만 추구하지 말고..ㅋ
 
 새벽에 자전거 타고 집에 들어왔는데, 어제 낮 12시 까지 잤다. 일어나서도 좀 피곤했는데. 노는게 힘든거 보니..나이가 들긴 들었다.
 그나저나 삼거리포차는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잘 못 들어온 강남문화의 대표적인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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