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재미있고 유쾌한 그것도 실화인 영화가 있다니. 누군가가 재밌다는 단 한 줄의 촌평이 아니었더라도, 이 두 주연 배우 만으로도 충분히 구미가 땡기는 영화였다. 다만. 개봉관이 많지 않아. 개봉영화를 관심있게 챙기지 않는한 그냥 지나쳐 버린다.

 신촌의 한 영화관에서 보았는데 매표원이 나보고 미성년자 아니시냐고 물어보았다. 모자에 눈이 보이는 연한 썬글라스를 썻긴 해도, 좀 황당했다. 황당해 하며 아니죠~하며 길게 입꼬리가 올라가는걸 느꼈다. 참 단순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이 나 혼자만의 착각이라도..

 나는 이 영화가. 담배 회사 필립 모리스의 창업주 에 관한 영화 인줄 막연히 생각했다. 짐 캐리 역할이 스티븐 러셀 이고. 이완 맥그리거 의 역이 필립 모리스 였다. 그 둘의 인물은 실존 인물이고. 이 영화는 믿기지 않게도 실화이다.

 이 둘의 사랑 영화이다. 그러니까..퀴어 영화.  근데..동성애를 떠나서 아주 독특하고, 기상천외한 인물. 스티븐 러셀. 이었다. 가뜩이나 이 대단한 실존 인물을. 영화 배우 캐릭터 사상 가장 독보적 존재중 하나인 짐 캐리 라는 대 배우가 열연한다. 짐 캐리가 나온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이 영화의 독특한 정서.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마치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이 짐 캐리 라면,, 이 영화처럼 될 것이다. 독특한 사기꾼의 탈옥기. 그리고 그의 사랑하는 애인 필립 모리스.

 이 영화에서 필립 모리스 역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스티븐 러셀에 비해 비중이 적을지 몰라도. 교도서 도서관에서 둘이 한눈에 사랑에 빠진 이후 스티븐 러셀의 인생에서 매우 큰 존재로 남는다. 이 여성형 게이를 완벽하게 연기한 이완 맥그리거에 탄복했다. 마치 여성의 내면을 보는듯한 그의 섬세한 말투. 소심한 표정, 바로 부서질듯한 연약한 눈빛등..동성애, 게이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둘이 같은 감방 침대에 누워 서로 안고 자는 모습이 왜이리 포근해 보이고. 영화의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완 맥그리거 뒷통수에 강한 햇빛이 후광을 비출때. 중년에 접어든 이 백인 배우가 너무 환하게 웃으며 슬로우모션 되는 걸 보며, 참 이쁘다고 생각했다. 뭐 이거 내가 이상한게 아니고.. 영화를 직접 보시면 알 것이다. 오해마시길..

 스티븐 러셀이 필립 모리스를 만나기 전. 다른 애인(남자)하고 섹스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짐 캐리의 재밌는 표정과 연기래서 그다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근데 이런거에 민감한 분은 불편할 수 있겠다. 여자들끼리 그러는건 보기 좋은데?, 남자들끼리 그러는건 좀..또..교도소 안의 얘기가 많아서. 똥꼬가 뚫린다.내지.거길 Su*k 한다는 말과 장면도 등장하지만..이 모두..짐 캐리의 코믹함에 역겨움이 무마된다.

 이 영화의 연출도 매우 독특하다. 장면마다. 뒤통수 치는 황당함, 기발함을 선사한다. 대표적으로 교도소에서 밤마다 괴성을 질러 필립 모리스가 잠을 못 잔다고 불평하자. 스티븐 러셀이 다른 죄수를 사주에 그 괴성질렀던 남자를 죽도록 패게 하는데. 이 섬세한 감성의 필립 모리스가 그 사실을 알고. 그 맞은 사람에게 연민을 느껴..눈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거 같은 분노로 스티븐 러셀에게 화난듯 다그치자. 스티븐 러셀은 내가 시켰다고 고백하자. 필립 모리스는 금방, 감격의 눈빛으로 너무 행복해 하며, 너무 고맙다며. 그를 껴안는다. 이런식의 장면이 많은데..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의 내공이 없었다면, 어런 반전의 효과가 반감되었을 것이다.

 짐 캐리의 혼신의 연기도 찬탄할 만하다. 에이즈 말기 환자를 완벽히 **로 연기해 내는데, 그 얼굴 자체가 천혜의 마스크였다.

 뭐 대단한 교훈 같은게 있는게 아니라. 이런 사람의 인생이야기도 있구나..이런 사랑도 있구나 정도로 보면, 대단한 두 배우가 알아서 영화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염소를 노려 보는 사람들' 과 함께..이완 맥그리거 연타.. 즐겁다..

참고로 정말 담배 회사 필립 모리스 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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