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무지쿠스 (부제는 문명의 사운드트랙을 찾아서) 다니엘 J 레비틴. 장호연 역.

이 책의 원제는 The World in Six Songs ( How the Musical Brain Created Human Nature ) 이다.

여섯가지 노래란, 우애, 기쁨, 위로, 지식, 종교, 사랑 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이 책의 각 장이 저렇게 여섯개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신경과학자. '뇌의 왈츠' 란 책으로 알려졌다. 이 사람이 다른 어떤 책에서 어떤 분야든 세계적인 수준에 오르려면 최소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주장한 신경과학자로 더욱 유명해졌다.

 진화생태학적 관점에서 인류와 음악의 공진화 과정을 저자의 추론과 가정, 뮤지션들의 인터뷰 등으로 엮어져 있다. 글은 딱딱하지 않고. 가볍고 읽기 편하다. 그러나. 상식 이상의 수준은 아니다. 음악을 좋아하신다면 유식한 교양을 위해 읽어볼만 하다. 
 발췌하려고 다시 부분 부분 읽어보니..꽤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 예술이 힘을 갖는 것은 형식과 구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좋은 음악은 언어의 장벽, 종교와 정치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어 누군가의 절절한 마음에 닿을 수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열어 일상적인 말로는 제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생각을 포용하게 하죠."_ 피트 시거
" 나는 물론 노래의 힘을 믿습니다. 하지만 노래 하나가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바꿔 놓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어요. 그저 누군가의 머리에 씨앗을 뿌리는 정도죠. 언젠가 내 머릿속에 심어져서 나를 지금과 같은 정치적 동물로 만든 그런 씨앗처럼 말입니다. 당신이 어떤 젊은이의 마음에 어떤 생각을 담아 노래하면, 언젠가 그가 정치가나 권력자가 되었을 때 그 씨앗이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트 시거는 40~50년이 지나 이후 세대에 이르러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그런 씨앗을 여러 개 뿌렸었죠." _ 스팅. p.84.

 좋은 음악은 좋은 시가 그렇듯이 하나의 사연을 우리 자신의 문제보다 큰 보편성의 차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 예술이 우리를 감동시키는 까닭은 우리를 더 높은 진실, 전 세계 공동체의 일부라는 깨달음과 연결해 주기 때문이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위로의 노래가 바로 그래서 있는 것이다. p.148.

 예술과 과학 모두 음악적 뇌의 세 가지 근본 요소인 관점 바꾸기, 표상, 재배열과 관련된다. 이런 세 가지가 서로 결합하여 은유(하나의 대상이나 개념이 다른 것)와 추상(계층적으로 상위 개념이 하위 요소를 나타내는 것) 이 만들어진다. 예술과 과학 모두 감각을 통한 지각적 관찰의 요소들을 가져다가 증류하여 본질을 추출하므로 은유와 추상에 의지한다. 우리는 정보를 날것 그대로 제시할 때 보다 단일한 정보로 가다듬어 제시할 때 더 많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예술과 과학은 바로 이렇게 세상의 지식을 추출하고 추상화해서 보다 이해하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형식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관점을 갖고 주제를 통합하고, 적절한 자료와 그렇지 않은 자료를 판단해서 가리는 일이 예술과 과학의 공통점이다. 예술과 과학은 모든 것을 다 표상할 수는 없다. 대신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까다롭게 결정해야 한다. p.202.

 사랑은 우리 자신보다, 우리가 가진 근심과 실존보다 더 큰 것이 존재한다는 느낌에서 출발한다. 그 대상이 다른 사람이든 나라든 신이든 사상이든 사랑은 근본적으로 보면 우리보다 더 큰 존재에 대해 느끼는 강렬한 애착이다. 궁극적으로 사랑은 우애,위로,의식,지식,기쁨보다 더 크다. 비틀즈가 노래했듯이 사랑이야말로 정말 우리가 필요한 전부인지도 모른다.
 낭만적 사랑은 대개 맹목적이다. 서머싯 몸이 지적했다시피 우리는 실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서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이는 대단히 자기중심적 경향을 보인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까닭은 그녀와 함께 있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 때문이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내가 즐겁기 때문이고, 내가 보기에 그녀가 아름답고 섹시하고 똑똑하고 재밌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보다 우위에 둘 때 한층 성숙한 사랑이 시작된다. 부모가 자식한테 보이는 이타적 사랑, 자신을 기꺼이 희생시켜 자식이나 짝을 계속 살아가게 만드는 사랑이다. 낭만적 사랑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사람과 함께 있도록 우리를 몰아세운다. 성숙한 사랑은 설령 함께 있지 못하더라도 상대방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게 한다. 스팅의 유명한 노래에도 나오듯이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냥 자유롭게 내버려두시오." p.258.

 동굴에 살던 우리 선조들은 아마도 숯으로 벽에다 곰을 그리려 했을 것이다. 먼저 그는 그림이 실제 모습과 결코 똑같이 보일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림은 사물을 추상화시킨것, 심상의 불완전한 근사치이다. 이렇게 생각하려면 관점 바꾸기 능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사고 과정, 자신의 한계,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되짚어 생각해 볼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예술가는 본질적이고 두드러진 세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어떻게 그려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이런 선택의 과정에는 추상적(혹은 상징적)사고가 필요하다. 몇 개의 선을 그린 다음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내가 원래 생각했던 것과 비슷해 보이나? 이어 심상에 맞게 그림의 일부를 계속해서 바꾸는 과정이 되풀이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자문한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곰을 그린 것이라고 알아볼까? 여기에도 관점 바꾸기 능력이 필요하다. 특히 다른 사람의 지식, 사고, 믿음이 자신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p.276.

 가장 고귀한 사랑은 바로 우리 존재에 대한 사랑이다. 결점 많고 파괴적이고 비겁한 두려움과 험담과 경쟁의식에 시달리는 인류에 대한 사랑 말이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처했을 때 종종 내보이는 선함. 아무도 보지 않는데도 올바른 일을 행하는 의로움, 아무 소득이 없는데도 정직하게 구는것, 남들이 싫다고 외면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 바로 이런 것들에 대한 사랑이, 그리고 이를 글로 짓고 노래로 만들어 찬양할 줄 아는 능력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p.313.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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