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에 점찍어둔 새 자전거를 보러 신촌의 메가박스에 갔었다. 완연한 여름이 되어 매우 더운, 그러나 시각은 시원 상큼한 계절이 왔다. 나를 포함한 아저씨 셋은 신촌에 도착하여 감탄을 연발했다. (나만 그랬나..) 너무나 아름다운 젊음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5월의 눈부신  태양속에서 너무나도 이뻣다. 왠지 이 글이 끝날때까지 이쁘다. 아름답다 라는 말을 연신 해댈꺼 같다. 그러려니 하시길 바란다. 

 저렴한 픽시(Fixed gear)자전거는 막상 실물을 보니, 한 번에 감이 안왔다. 모양이야 이뻣지만 그 쇠붙이는 내 마음에 들어오질 못했다. 사물을 고를때도 푼크툼이 분명 작용한다. 시선이 내리 꼿히고 내 마음을 찌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월급 3개월치를 못받고 있는 표정이 분명한 자전거 샵의 점원은 아마도 5개월치 못받고, 진상부려 짤릴거 같다. 그 만큼 태도가 불쾌했었다. 살 맘도 없었지만,, 이 메가박스 건물의 쇼핑몰 자체가 전부 파리날림으로 죽어가는 느낌이다. 우리는 땡볕으로 다시 나와 이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역시 생글한 오월의 태양이 좋다. 어디를 둘러봐도..핫팬츠..핫팬츠..좋다. 나쁘다 로 이원적으로 말하기가 좀 그렇다. 남자니까 본능적으로 시선이 가다가도, 자기네집 마루바닥에서나 입고 뒹글대야할텐데 왜.. 하는 생각이 절로드는,, 몰개성적 유행에 편승해 죄다 그렇게 입는건 추하다. 솔직히 말하면 몸매 좋은 사람만 입어야 한다. 간혹. 용기를 낸 어떤 사람은 좀 불쾌하다. 내 생각엔 88년 서울 올림픽을 기점으로 우리의 생활문화가 더욱 급격히 서구화 되면서 사람들의 체형도 변하지 않았나 싶다. 아파트. 외식. 밥상이 아닌 식탁문화 .침대 등등.. 진화 라고 부를 정도로 길고 늘씬한 다리를 가진 젊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나는 계속 오~ 아름답다. 를 연발한다. 끈적이지 않은 담백한 시선을 살짝 흘려주는게 예의다. 하하하.

 작년에 종종 혼자 자주 갔었던 이대안의 예술전용관 아트하우스 모모가 생각났다. 처음에 갈땐 좀 떨렸는데 금새 적응돼 나름 분위기를 즐겼던듯 싶다. 거기서 처음 본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는 매우 인상깊었었다. 집으로 가는 안양천 길을 달리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가..엊그제 같은 그날..나는 누구에게 전화를 했었는데..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하하하를 보자고 제안했다. 30대의 우리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그동안 매우 좋아했다. 만장일치. 우리는 이대안의 ECC와 인공공원을 보며 수족관속의 데코레이션 같다고 폄했다. 내 옆에 여자가 있었다면.'오 이쁜 공원이네요~' 그랬을지도..일본식 정원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그런걸 흉내냈거나..유럽식 인공정원을 흉내낸듯하다. 아무튼 잡탕. 티켓부스의 여직원은 남자셋이 하하하 보러온게 웃긴건지. 누구한테 프로포즈 라도 받았는지 연실 웃어댔다. 역시 여자는 웃으면 다 이쁘다. ( 이 여직원은 하하하를 보았고. 우리가 꼭 김상경,유준상,김강우 같아 보여서 계속 웃었을 것이다.  아무렴어때. 작은 웃음을 줄 수 있어서 나 또한 기쁘다. 하하하. )

 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20대 초반에 단성사에서 돼지가 우물에 빠진날을 시작으로 매번 극장에서 챙겨보았었다. 팬은 아니지만, 그의 작품은 삶의 푼크툼 같기도 하고. 인간 욕망의 희곡 같기도 하고. 또한 추억이 버무려진. 비빔밥같기도 했다. 그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4번째 작품인 생활의 발견 이다. 역시 김상경의 찌질함의 극치. 예전에 좀 좋아했던 추상미의 베드씬등..재미면에서도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하하하는 생활의 발견을 잇는 좀 더 진화된 코미디 같다. 홍상수의 영화는 서른이 넘어야지 진정한 맛을 알아간다. 30대의 찌질함이 단련되 갈수록. 이 영화들은 빛을 발한다. 다만 24살때 보았던 오 수정은 참 난감했었다. 좋아했던 여자애와의 첫 데이트 였는데 참.. 고 이은주 씨의 리얼한 성인 연기에 난 욹그락 불그락..말도 아니었다. 내가 영화 고르는 센스는 참 오매불망이었다. 본의 아니게 오매불망한 일은 지금도 여전하다.

 하하하 정말 재밌다. 하하하 정말 웃기다. 하하하 ㅋㅋㅋ 웃다보면 영화속 찌질함에 위로를 받기도 하고. 삶의 한없이 가벼운 존재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영화의 시작은 흑백 사진속 두 인물이 나레이션하는 목소리로 시작한다. 이 방식 매우 좋다. 경제적이고 신선했다. 이 부분 때문에 중간중간 영화가 정리되기도 하고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주 무대는 통영, 한국의 나폴리 라고 홍보하는 항구 도시. 한 번 가보고 싶다. 복국도 먹어보고 싶다. 영화속에 나오는 그 모텔도 가보고 싶다. 왠지 이순신 관련 유적지에는 문소리 같은 말투의 여자가 있을거 같다. 예지원만 빼고 이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가 좋았는데. 그 중 군계일학은 문소리였다. 그 이상한 말투..이상한 행동. 뭐 나름 괜찮은 몸매. 의상..하나하나 다 인상깊었다. 어쩜 다 저렇게 천연덕 스러울까. 대단한 배우들이다. 연기를 내려놓고. 또 다른 연기아닌 연기를 한다. 이것이 홍상수 감독의 스타일이다. 뚜렷한 대본 없이. 술집이라면 배우들이 진짜 술 먹고 적당히 취해서 큰 틀안에서 지네들이 연기를 한다. 감독은 상황과 큰 흐름만 제시해주고 배우들의 자연스런? 인간의 희극적 연기를 이끌어낸다. 얼마나 감독의 통제가 들어가는지는 모르곘지만. 이러한 것이 홍상수의 연출 스타일이다. 대단한 배우들이 있기에 그 대사들은 정말 웃기고 맛깔나다. 인간은 얼마나 웃긴 동물인가..생활의 발견에서 김상경이란 배우를 발견했다면. 하하하에선 문소리를 발견했다. 끊임없이 웃기다. 그 말투 하나만으로도 먹고 들어간다. 유준상은 머리칼이 얇은것이 내 친구를 계속 연상케 했다. 안 본지 오래 되어서 더욱 그랬다. 또 유준상만 보면 그의 진짜 부인 홍은희가 생각나는데. 부러운 마누라를 둬서 그런가보다. 시인인 김강우도 좋았다. 좀 더 후까시를 버려나가면 김상경 같은 대가가 될 것이다.  시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영화속 같이 엉뚱하고 웃긴일이 되버렸지만 그래도 좋다. 문소리의 명대사 "시? 그건 다 써. 나도 써." 하하하.

 영화속 김상경 같은 뱀같이 능굴맞고 천역덕스러움은 어디서 오는 걸까. 대책없음.모성본능을 자극할 듯한 어눌함. 먹고 사는 고민에서 벗어나면 그렇게 되나. 집안 빠방한 감독같이 그렇게 예술의 유희를 즐기면 뱀같이 될까. 요즘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읽고 있는 나로썬.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극과 극인 이 영화가 내심 유쾌하지 만은 않았다. 역시 오래 남는건 레이먼드 카버의 치열한 삶속에서의 예술 이다. (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숏컷을 다시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길었고. 충분히 재밌었다. 초기 영화에 비해 여자들도 매우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남자들은 그다지 고상하지 않다는걸 여실히 보여준다. 뭐 여자도 마찬가지인가.. 아무튼 이날 우리의(나의) 대화는 반 이상은 방앗간 스러운 대화에 . 석사 스타일의 대화 잠깐. 자전거. 그리고 또 방앗간 대화.. 거리의 사람들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내 마음은 계속 공허했다. 하하하. 201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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