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두루두루 많이 읽진 못했다. 친구와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내가 그동안 소설. 고전류의 책에 너무 무지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우쳣다. 친구는 20대 초반에 책을 좋아하는 여친을 만났는데, 만나면 이야기 할게 없어서, 한마디로 여친과 대화가 안 통해서 그 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전에는 마냥 축구만 하는 소년 이었다고.. 여친을 통해서 독서의 문을 열고 들어온 셈이니, 참으로 긍정적인 이성관계 였다 라고 생각된다.

 그는 고전소설류, 역사서 등을 좋아하는데, 내가 별로 접해보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항상. 동경의대상 이었다. 당장 생각나는 책들만 해도,(내가 곧 읽고 싶어하는) 마르케스-백년동안의 고독.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들. 움베르토 에코의-장미의 이름 외.. 밀란 쿤데라. 보르헤스. 발자크, 조정래의 대하소설 등등..

 책을 좋아한 소년 이었지만. 그리 영혼을 살찌우는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고전류의 소설이래 봤자. '폭풍의 언덕'과 '채털리 부인의 사랑' 정도.. 당연히 청소년기에 '채털리~'는 성적 호기심에서 였고. 생각보다 시시했음. ( 영화 '더 리더'에서 케이트 윈슬렛이 불쾌해하던 장면이 떠오르는데, 지금 다시 보면 어떤 감상인지 궁금해 졌다.) '폭풍의 언덕'은 설명하지 못할. 마음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느낌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고전의 힘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책을 읽음에도. 책과의 인연의 때가 있는 것 같다. 누구는 10대 때 도스토옙스키 의 작품을 읽으면 자칫 삶이 허망해질수 있다고.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책과의 만남도 시절인연이 존재 한다고 믿는다.. 자신의 상황이나 근기에 맞게 작품이 다가온다. 내가 보는 세계관에 따라, 내가 밡아 가는 길에 뿌려진 꽃잎처럼. 책과의 인연은 존재한다..

 박민규의 소설을 처음 읽은건 단편집 '카스테라'. 이 것으로 한 번에 뻑 갔다. 문학이라는 거대한 고담준론에 가하는 엿먹임 같은 거라 할까..그의 소설은 독특했고, 은유와 상징은 수시로 인식의 확장을 가져왔다. 무엇보다 문장 읽기가 재미가 있었다. 소설이라는 형식의 고정 관념을 해체하는 다양한 상상력에 감탄했다. 소설이라는 예술작품의 묵직함, 진중함을. 우리 일상속의 키치적 요소로 끌어내려 비틀고 새롭게 보게 한다. 그러나 우리 삶의 현실에 동떨어지지 않은, 강한 애착을 보여준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2004년 대상인가? 김훈의 <화장>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너무 대단한 작품이어서. 나머지 우수상 작품들은 시시해서 읽지도 않게 된, 이 2010년 작품집도. 그런점이 눈에 띈다. 초반에 대상 작품인 박민규의 아침의 문과..작가 추천작인 딜도가~를 읽고 나면..나머지 작품들은 읽을 의지를 잃고 만다. 

 이 두 단편 소설에 대해 딱히 내가 평할수 없다. 역시 박민규다.란 말이 절로 나오는..그런 심정이고. 대상 작품인 아침의 문 의 경우는 책 뒤에 문학평론가가 쓴 글이..너무 분석을 잘 해 놓았다. 책의 후반부에 작가의 수상소감과..문학적 자서전 이란 글이 인상 깊었다. 

 박민규가 말하는 좋은글.
1> 노인의 마음으로 쓴 소년의 글
2> 소년의 마음으로 쓴 노인의 글
 공부는 불쌍한 인간이 스스로 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공양 이다.

그는 글을 쓸때. 휠체어 에 앉아서 쓴다고 한다. 역시 독특하단 생각이 들었는데.. 그의 왈..
" 이 의자에는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인간이라는 장애를, 인간은 언제나 장애로 가득 찬 존재임을 _ 휠체어는 말없이 자신의 전부를 통해 나에게 전달해 준다. 압니다. 알고 있습니다. 늘 고개를 끄덕이는 기분이 되어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 삶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이 한 줄의 문장이 얼마나 하물며 쓰여지는 것인지를

나의 재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인가를...이 의자는 늘 실질적으로 나에게 충고하고 일러준다. 눈과 귀보다도..머리보다도..빨리 몸은 기억하고 습득한다. 나는 머리보다 몸을 믿는 인간이고, 아무튼 이 습관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마음가짐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관건은 시간이다. 누가 뭐래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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