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형의 결혼식엘 다녀왔다. 엄마의 오빠의 아들. 고등학교 때 이후로 본 적은 없다. 왜냐면 오래전에 외숙모가 바람나서. 외삼촌이 이혼한 후. 시골에 내려가 혼자 살게 되면서 왕래가 없었다. 사실 외가 쪽의 사촌들과는 별로 만날 일이 없으니..오랜만인건 당연한건가..

 언젠가 또 들으니 집을 나갔던 외숙모와 외삼촌은 같이 산다고 했다. 그 외삼촌은 예술가는 아니었지만 풍류가 있던 사람이었다. 어릴적 난 어른이 싫었지만. 그 삼촌 만은 왠지 어른의 냄새가 풍기지 않았었다. 외숙모에게는 맞딱뜨리지도 않았고. 인사할 생각도 없었다. 대신 나랑 동갑인 외사촌인 딸과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사촌이란 걸 알기 전까진. 그 식장에서 제일 외모가 눈에 띄었다. 너무 성형을 많이 해서 연예인 같은 외모긴 하나, 너무 식상한. 얼굴이었다. 나랑 생일이 10일 차이여서, 어릴적 기억은 좀 왈가닥 이었던 그 애한테, 기가 눌렸던 것 같다. 외가쪽은 독실한 카돌릭 이기 때문에 부활절의 어떤 기억들이 떠오르긴 하는데..지금의 얼굴과...도통 연관이 안 되었다. 성형수술의 힘은 세월의 간극을 넘어.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추억의 먼 강 이었다.

 결혼식을 가는걸 싫어하지만. 아침부터 엄마의 성화에. 세차를 하고. 왁스칠 까지 했다. 피곤은 해도 뿌듯했다. 당분간 파리도 못 앉을것이다. 결혼식은 식상하지 않고 흥미로웠다. 전형적인 웨딩홀의 번잡함이 아닌. 여류로웠다. 주례도 없고..친구들이..연주,노래. 연극을 하고..친구, 가족. 신랑,신부들이 서로..낭독하고..노래하는. 풋풋함이 있었다. 사촌형은 컴퓨터 전문가로 알고 있었는데. 언제 부턴가. 홍대앞에서 디자인샵을 한다고 들었고. 신부는. 친구들을 보아하니. 20대 후반에. 미술 전공자 인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음식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유기농 뷔페였는데..완전 깔쌈했다. 테이블 마다. 하이네켄 640ml 큰병으로 세개씩 놓여있었고. 촛불과, 생 화초가 놓여있었다. 화초들은 전부 하객들이 가져가게 했다. 내가 너무 맛있게 먹었는지..한복을 입은 뷔페업체 사장이 우리 테이블에 와서. 음식들을 설명(홍보)하며. 명함도 건넸다. 음..이 명함이 필요할 날이 있을까..

 하이네켄 맥주가 왜 비싼지 이해를 못했었는데..오늘은 조금은,,아니 꽤 이해가 갔다. 맥주병 2개를 챙겼다. 엄마는 화초를 주렁주렁 챙겨 실었다. 뭐랄까..작은 공연을 보고..선물을 챙겨 오는 기분이었지만..그래도 결혼식을 갔다오는건 너무 피곤하다. 신랑 신부가 10살 차이라는데..오히려 신부가 더 나이들어보이는 건..사촌이라..어쩔수 없는 시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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