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극장에서 봤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넘친다. 왜냐면..영상이 정말 끝내준다. 영화 장르의 환상적 영상이 아닌.. 정말 그 시대 (18세기?) 의 고증에 완벽해 보인다. 전기가 없던 시대의 밤 공간의 묘사는 촛불이나..모닥불 ..뿐이다..  촬영 하는 입장에서..굉장히 어려운 조명 기법인..촛불로만 킨 공간이되.. 필름에 노광시킬 충분한 룸(앰비언스) 조명을 넣는. 그러니까..조명을 치긴 치되 전혀 안 한거 같은.. 화면속..촛불 이나 태양으로만 조명을 한것 같은..그 기술... 여자들의 화장도 마찬가지 일래나...암튼 컴퓨터로 보기엔..참 미안한, 영상이었다.

 무엇보다도..주인공 제인 에어가 참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차가워 보이는데..내면은 외로움과 사랑이 가득한..한마디로 분위기가 있는 여인.. 좋은 피사체와...좋은 조명과 공간의 만남은..내용을 떠나서..황홀하게 만든다. 내용은 요즘의 러브 스토리에 비해..좀 뜬금없다고 느낄 수 있는데..그래도..고전 만의 응축된 시간과..그 감정의 억누름과..폭발은..여전히 뭉클하게 만든다. 오만과 편견도 그랬었고...

통신이 없던 그 시절의.. 남,녀 간의 사랑은...얼마나..애틋한가...오랜만에 만나서..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짧은 눈빛과..몸짓..보이지 않는 공기(기)로 소통하는 그런 사랑을 요즘의 우리는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어쩌면 우리 세대는 그러한 사랑의 숭고함..을 다채널의 통신으로 희석 시켰다. 벤야민 식으로 말하자면 기술의 발전으로 사랑의 아우라가 파괴되었다.
 학창시절..삐삐 시절이나 그 이전엔.. 참 어떻게 친구를 만났나 싶다. 오로지 집 전화로만..약속을 해야 하는..그 시절의 사랑과 연애는..?  나야 잘 모르지만..그 때가..좀 더..만남의 희열이 더 높았을 것이다.  좋아하는 여자애 집에..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고 ...그 어머니가 받으면...나는 누구누구 라고 상세히 밝히고. 갸가 집에 있냐고..바꿔줄수 있냐고..정중히 부탁하는..그런...

 격세지감 이랄까..내 어릴적 컴퓨터와..지금의 디지털 환경은..엄청난 차이다..스티브 잡스의 죽음으로..그러한..차이를 다시금 환기해 본다. 지금까지 애플사 제품을 한번도 소유한 적은 없지만.. 초기 퍼스널 컴퓨터의 역사의 흐름을 쭉 알 수 있는 나이였다. 아마 당시 첫 컴퓨터를..매킨토시를 선택했다면..나도 애플빠 였을지도 모르겠다..좀 전에도. KBS 스페셜로 스티브 잡스에 대해 방송 프로그램을 봤다. 내가 그 사람에게 감명 받은건..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이었다. 그 사람의 음성에서..녹록치 않은 내면을 느꼈다. 자기 성찰 하는 사람만의..깊은 울림을 느꼈다.

 암튼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역시 남자와 여자의 뇌구조는 완연히 다른가 보다. 여자들은 보통..줄거리를 꿰고 있어..이야기로 술술술 풀어내는데.. 나는 아니 대부분의 남자들은..그런 이야기 전달력이 여자보다 현저히 떨어지는것 같다. 순차적 논리 구성력이 아닌 어떤 순간의 강렬한 자극에 더 치중하는게 남자의 특성인가.. 전체 내용보다는 어떤..부분. 어떤 표정들만이 기억된다. 절제된 감정 표현의 제인 에어의 연기는..너무나 완벽해 보인다. 툭 하면 무너질듯한..투명한 양파 껍질 같은 그녀. 
 영화만 보면..참 쉬어보인다..전지전능한..제 3자의 관찰자의 시선이니까..그래서 가상의 매체에 중독되거나 현혹되면..현실에선 참 난감해진다. 어쨌든 사랑은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부딪힘에 의해서..자신의 영혼이 조금은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일 테니..
 환영에 만족하면 안된다. 이런 영화도..너무 많이 보면..좋지 않은거 같다. 사랑의 숭고한 영혼은 현실에서 발현되어야 한다.

 이런 류의 고전은 읽어본게.. 폭풍의 언덕과..채털리 부인의 사랑..(이건 좀 급이 다른가..암튼) 밖에 없다. 책으로 읽었으면..좀 무게감이 다를 것도 같다. 그러나 아마도 평생 책으론 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직접 쓸 것이다. ( 러브 스토리 영화를 많이 보면 이렇게 된다..ㅋ ) 

 그런면에서 시가 사라진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이성복 시인의 시집 그 여름의 끝에서.. 발 이란 시를 소개한다. ㅎ

 이렇게 발 뻗으면 닿을 수도 있어요. 당신은 늘 거기 계시니까요. 한번 발 뻗어보고 다시는 안 그러리라 마음먹습니다. 당신이 놀라실 테니까요. 그러나 내가 발 뻗어보지 않으면 당신은 또 얼마나 서운해하실까요. 하루에도 몇 번 씩 뻗어보려다 그만두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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