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밝혀두자면, 나는 이 영화의 영화적 완성도나 작품성을 나름의 주관으로 판단할 뿐이지, 배경에 깔린 역사적 사실로서의 사회적인 파급과 그 의의에 대해선 적극 찬동하는 바이다.


 

 ( 일요일 아침 첫 회인데. 사람이 가득. 어제 아는 누님이 갑자기 26년을 예매해준다길래, 머리 긁적이며 그러라고 했는데, 사실 26년이 뭔지도 몰랐다. 보고나서 영화에 대해 검색해보니,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제작과정.. 배급과정이 순탄치 않았는데, 시민 투자 방식으로 진행된 모양이다. 이승환이 이 영화의 1호 투자자 라고. 그 누님은 콘서트 전회를 다 따라다니며 보는..이승환의 광팬. 아 그랬구나. 아무튼 일요일 아침. 집근처 CGV에 갔더니, 내 자리는 맨 앞, 덕다운 파카를 입은 거구의 두 남자들 사이, 그 중 여친이랑 온 놈은 신발까지 벗고 다리를 의자까지 접고 있음. 참 짜장면 스러운 비매너, 그리고 가뜩이나 광고 때문에 짜증나서 되도록 예술전용관에서 하는거 보는 편인데 주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광고가 연실나옴. 티켓에 적힌 시작시간을 넘어 20분여를 했던거 같음. 에휴..)


 영화의 시작은 자막으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사상자가 총 4112명 이란 사실을 알려준다.

 

 이런 소재의 영화가 개봉이 됐을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라는 사실이. (그 흔한 인터넷 포탈의 짤막한 기사조차도)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힘을 말해주는것 같다. 찾아보니 웹툰의 원작을 영화화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는 것이었다. 돈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투자를 안해서 시민들의 소셜펀딩으로 만들어진. 그 만큼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진 것이어서, 응원하는 마음이 가는 영화이긴 하나..영화의 완성도, 연출력은 좀 미흡하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진 않은데, 다루는 소재가 큰만큼 많이 아쉽다. 이런 역사의 사실을 가지고 만드는 영화중에 명작이 나왔음 하는 바램이 역시나..이창동 감독 같은 분들이 굵직한 현대사의 한면을 담은 명작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런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용기와 연기의 헌신에 박수를 보낸다. 제작 과정의 우여곡절속에 연출 경험이 없는 미술감독이 감독을 맡아서인가. 제작 기간에 쫒겨 허둥지둥 했던 제작자들의 심리가 영화속. 그새끼를 처단하려는 주인공들의 설레발들이 투영되어 안쓰럽게 느껴졌다. 영화 초반에 그들이 모일때는 뭔가..그럴듯한 암살 계획을 세우는가 싶더니. 후반부로 갈수록, " 거 좀..잘 좀 하지..." 그런 심정.. 그래도 진구가. 그새끼를 몸으로 팰때는 어떤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그 개새끼를 처단하려는 동기나 의미는 대다수가 공감할 것이다. 진심어린 사과. 이제 그런것은 인간말종에게 바라지도 않는다. 그 놈이 멀쩡히, 버젓히,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착하거나,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나라이다.


 나는 광주 사람도 아니고, 그런 아픔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 인생의 기억속 첫 대통령인 그 새끼는 어린이의 마음에도 적잖은? 상처?를 안겨주었더랬다. 평화의 댐이라는 거대한 국민 사기극은 과자 사먹을 돈을 아끼고 아낀 초등학생의 코뭍은 돈까지도 착취했고, 그들의 부정부패속에 사라졌다. 어릴적 반공교육이나 국민교육헌장의 세뇌같은걸 생각하면, 또 이름 함부러 말하면 경찰에 잡혀간다라는 어린이한테까지 미치는 공포심 조장은..다시 생각해봐도 치가 떨린다.

 

 아마도 80년대 후반. 밤에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다큐영상을 보다가..되게 무서웠었다. 그런 자료 화면속 충격적 이미지가 아직도 뇌리에 남는데, 그것을 겪은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악랄한 독재자에 의한 국가권력에 가족이 죽거나 고통받았다면 영화속에서처럼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다.

 방가후, 테레비에선 5공 청문회를 해주었다. 분노에 찬 노무현, 이해찬 의원등의 열변이 기억난다. 장세동 같은 개새끼의 똘마니들의 뻔뻔한 얼굴을 보며 다 큰 어른처럼 혀를 차던 모습이 떠오른다.

 

 다시 이 영화를 생각하면, 과정이 치밀하지 못하고, 듬성거려서 문제지.. 요소요소들은 재밌었던 느낌이다. 도가니에 이어. 장광씨의 주리를 틀어주고 싶은 얄미운 연기는, 배우로써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출연 선택에 쉽지 않았을텐데..

 그리고 시기가 시기이니 만큼 영화에 대한 평가가 역사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오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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