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개봉한지 13년이나 지났단다. 개봉시 극장에서 두번 보았다. 13년 만에 다시 본 셈인데, 해마다 이 영화의 매니아들은 특별 상영회를 하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런 명작 영화는 극장에서 보아야 제맛이니, 그리고 새로운 세대들에겐 영원한 고전이 되어가는 값진 감상을 체험하게 될 것이니, 아무쪼록 불멸의 사랑 영화 되시겠다. 

 

 바야흐로 세기말적 분위기의 1999년에 한떨기 희망이 떨구어졌다. 아련,애틋,풋풋,설렘,순수,사랑의 마음을 담은 영화 '러브 레터', 

 일본문화의 개방 초창기, 이 영화가 최초가 아닐지어도. 내 기억속엔 극장에서 감상하는 최초의 일본영화 였던것같다. 비디오로만 보았던. 애니메이션 '아키라'나 '우르츠키 동자?' 의 거칠거나 이상한 소리와는 다른 나긋나긋한 여인의 일본말이 신기하게 들리던 경험. 


 개봉시 꽃다운 나이 때, 감상한 느낌보다 13년 만에 다시본 지금 이 감흥이 훨씬 더 강렬하다. 그때는 이미 첫사랑의 회환이 사그러드는 시점이었고, 지금은 왠지 항상 첫사랑중 이란 심정이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이 영화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첫사랑의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고 울랑말랑 웃음짓게 만든다. 



 2년전인지 3년전인지 겨울산에서 조난당해 죽은 애인의 마음을 느껴보기라도 하듯, 참한 분위기의 주인공은 눈밭속에 누워 못다핀 사랑을 그리워한다. 자고로 미련이란 다 주지 못하거나 다 받지 못한 사랑의 앙금일터, 몇년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잊지못할, 그는 진짜로 이 여인(히로코)를 사랑했던 걸까..


 죽은 그를 향한 헛헛한 마음은 여전했고 그 마음을 달래고자 중학교 졸업 앨범의 주소를 찾아 편지를 발신한다. 하지만 이 주소는 동명의 여자 후지이 이츠키의 주소였다. 

 후지이 이츠키 에게, '잘 지내고 있나요?.' 

 히로코와 똑같이 생긴(많이 닮은 이겠지) 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생뚱맞은 편지에 답장을 보내고, 답장을 받은 히로코는 마음속의 그를 떠나보내지 못한다. 

 

 처음 보았을 때는 극중 다른 두 여성을 한 배우가 연기를 해서 횟갈렸었다. 머리 스타일조차 똑같았으니 초반엔 좀 이해가 안 갔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두세번째 볼때가 더 좋은듯하다. 


 그런 오해와 의문 속에서 영화는 더 몰입하게 되고, 이야기의 전모는 차츰 밝혀지게 된다. 두명의 중학생 후지이 이츠키의 과거를 현실속 성인인 여자 후지이 이츠키가 너무나 오랜 기억을 발굴하듯이 담담하게 채집해 들려준다. 히로코와 우리 관객들에게 



 여자 후지이 이츠키의 이 사진을 확인하고는 히로코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자신과 닮은 여인.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 대뜸 사귀자고 했던 그.  

 직감했겠지. 

 그리고 그렇게 말이 없고,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워했던 그의 중학생 과거를 듣는다.  

 다 듣고 나서 그녀의 이 외침은 그냥 그리움만의 외침이 아니었다.



 잘 지내고 있나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


 히로코의 그런 마음도 안쓰럽지만 그녀를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유리공예하는 남자도 그렇고 또 그 남자를 짝사랑하는 그의 조수도 그렇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란 언제 어디서나 '잘 지내고 있나요? 를 되묻게 된다. 


 한편, 이런 후지이 이츠키를 보고 안 넘어갈 여학생이 어디 있겠소.



 반한다는 것은 이런 결과를 낳고



 과거속 후지이 이츠키도 실룩샐룩 마음의 감정은 숨기지 못하고 무뚝뚝한 그에게 알듯 모를듯 새침한 소녀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보여준다. 오른쪽의 4차원 소녀는 깨알같은 재미..



 현재의 그녀는 본의 아니게 과거속으로의 여행을 하게 되고, 그 추억을 공유하고자 사진을 찍어주고 동명의 후지이 이츠키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개인사와 겻들어 죽음이란 삶의 본질은 무던한 그녀의 삶에 새로운 삶의 성찰로 이루어 지고, 묻혀졌던 과거의 기억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처음이어서, 너무 순수해서 어떻게 마음을 표현할지 몰라 꼭꼭 숨겨놓은 그의 마음은 오랜 시간이 흘러 사랑에 관한 오래된 고전 푸르스트의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서 발견된다.



 그녀의 마음을 뭐라 형용할 수 있을까.

 그저 잘 지내고 있나요?.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 할 뿐..

 잘 지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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