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은지는 좀 되는데, 서점의 진열대에서 발견하고 읽어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다가 내용이 좋아서 곧 서점과 도서관에서 다 읽어버렸다. 그러구선 잊고 있었는데 생각지않은 선물을 받으니 되게 반가웠다. 안그래도 이런 책은 소장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있었으니.. 

 

 그러나 시간이 흘러 자세한 감흥은 떠오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책과 유사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 도 서점과 도서관에서 틈틈히 읽고 있었는데, 그 텀이 길어 읽은 내용이 기억나질 않는다. 

 이 두 책은 강연록의 문체로 아주 친절하게 소설과 소설가의 내면을 설명해준다는게 비슷하다. 내용이 안 좋을수 없는 책이다. 노벨상까지 받은 중장년의 소설가의 인생과 소설 이야기는 우리 삶을 뒤돌아보게 하고 순간 잊혀져가는 시간의 디테일을 함구하게 한다. 


 발췌한 것을 읽으면서 다시 음미해봐야겠다. 


소설과 소설가 / 오르한 파묵


 소설 예술은 서로 모순되는 것들을 동시에 믿을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바탕을 둡니다. 12


소설의 진정한 가치는 우리에게 삶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느낌을 얼마나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평가되어야 합니다. 소설은 삶에 관한 우리의 중심 사상에 호소해야 하고 , 그러한 기대 아래 읽혀야 합니다. 34


 귀스타브 플로베르 ‘감정 교육’ 토마스 만 ‘마의 산’


 이 일상 생활을 공유한다는 느낌은 소설의 보편적 힘이 되기도 하고 한계가 되기도 합니다.  


소설 읽기의 기본적인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우리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소설가가 쓰고자 하는 시대의 일상생활에 대한 관찰에 바탕을 둡니다.


 모든 소설가의 작품은 삶에 관한 수많은 작은 관찰들을, 개인적인 감각에 의거한 삶의 경험들을 전시하는 별자리와도 같습니다. 


 하지만 진짜 주제는 소설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아니라, 세계의 속성입니다. 주인공들의 삶, 세상 속에서 그들이 차지한 위치, 그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며 순간순간 보고 느끼는 방식 등이 순문학 소설의 소재가 됩니다. 


내가 알고 있는 일련의 소재들을 단어를 통해 ‘보는’것 입니다. 그러니까 한 번도 말로 표현된 적 없는 삶의 어떤 지대를 탐색해 나와 같은 세상에 사는 많은 사람이 겪는 상황, 생각, 느낌을 처음으로 단어로 옮기는 것입니다. 먼저 내 머릿속에는 사람, 사물, 이야기, 이미지, 상황, 신념, 역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나란히 한데 모여 형성된 어떤 짜임이 있습니다. 이 짜임을 위해 상상한 일련의 뜨개질 본도 있습니다. 극적으로 표현하고 강조하고 심화시키고 싶은 상황들도 있습니다.69


소설 예술에서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소설 주인공들의 개성이나 캐릭터가 아니라, 소설 속 세계가 그들 눈에 어떻게 보이냐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 도덕적 판단을 내리려면, 우선 세계가 그 사람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지식뿐만 아니라 상상력도 필요합니다. 소설가로서 나의 주된 임무는 모든 등장인물과 되도록 일일이 동일화되고, 그들 눈에 보이는 것이 내 소설의 세계라는 것을 절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소설 예술을 정치적으로 만드는 순간은 소설가가 정치적 관점이나 소속 정당을 드러낼 때가 아니라, 문화,계층,성별 등에서 우리와 전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려 노력할 때입니다. 도덕적,문화적,정치적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공감을 통해 동일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71


 소설가가 지극리 ‘소박’하면서 동시에 지극히 ‘성찰적’일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작가가 될 것입니다. 


 소설 예술은 우리 자신에 대해 다른 사람처럼, 다른 사람들에 대해 우리 자신처럼 말할 수 있는 기량입니다. 

 문화,역사 ,계층, 성별의 차이를 극복하고 온갖 종류의 주인공을 창조하려는 갈망은 사실 우리 밖으로 나가 전체를 보고 발견해 내고자 하는 바람입니다. 


 나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소설 쓰기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자신 밖으로 나가,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을 전체적으로 보고, 가능한 한 많이 보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사람과 동일화된다는 것. 이런 점에서 소설가는 광대한 풍경의 시적인 면을 포착하기 위해 높은 산으로 올라간 옛 중국 화가와도 닮았습니다. 

 소설을 구성하는 것은 전체가 보이는 상상의 어떤 관점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이 상상의 관점에서는 소설의 중심부도 가장 잘 감지됩니다. 74


 나에게 소설 쓰기는, 풍경 속에서(세계에서) 소설 캐릭터들의 심리 상태, 감정,생각 등을 포착해 내는 것입니다. 


 모든 작가는 시각적 상상력과 단어적 상상력에 동시에 호소합니다. 


92`93~ 중요, 핵심.


우리가 이 세상에 살면서, 존재하면서, 매 순간 우리 나름대로 느꼈던 경험들 가운데 가장 뚜렷한 것은, 당연히, 보는 것입니다. 소설 쓰기는 단어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소설 읽기는 다른 사람의 단어를 가지고 우리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특정 장면을 눈앞에 떠올리는 과정입니다. ~ 내가 쓸 문장을 한 편의 그림처럼 내가 쓸 장면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앞에 떠올리려고 애씁니다.  시각적 상상력으로 내가 쓸 장을 한 장면 한 장면, 한 문장 한 문장 구상하면서, 나는 단어를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될 세부 사항에 초점을 둡니다. 


가장 적절한 단어 ( le mot juste )

소설가는 상상했던 것을 가장 잘 표현할 단어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을 상상하는 법도 배웁니다.

적절한 심상 ( l’image juste )



 소설 예술의 심장부에 내재된 핵심 패러독스는 소설가가 세상을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서, 동시에 자신만의 세계관을 표현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소설에 푹 빠져 읽을 때 세상의 소리, 냄새, 모습 들과 마주칠수록 우리는 삶에서 찾지 못한 현실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 소설에는 보거나 만질 수 있는 물건도, 냄새도, 소리도, 맛을 볼 무엇인가도 없습니다. 좋은 소설을 읽을 때 우리는 머릿속 한편에서 우리가 현실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이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감각은 그러한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 줍니다. 내 생각에 이러한 모순된 상황이야말로 우리 안에 있는 깊은 결핍감의 원천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읽은 책이 강렬하고 설득력이 넘치는 만큼 우리 마음속 결핍감도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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