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기획의도는 참 좋아보인다. 대중음악을 넘어서 이 시대의 아티스트로서의 라디오헤드를 철학적으로 접목시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저자가 여러명이듯 뭔가 사변적인 글을 모아서 그런지 편집이 산만하게 느껴진다. 내용은 좋지만 임팩트가 없는듯 하다. 철학의 풋내음 같은것도 느껴지고 뭔가 그런(잘난)척 한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더더욱 번역서이니, 읽다보면 몰입보다는 흠~ 지루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다행히도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지고 있는 라디오헤드 1~6집 앨범을 새로운 기분으로 청감했다. 특히 KID-A 음반 이후는 정말 오랬만에 감상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꽤 예술적이다. 1~3집의 기타팝을 좋아하지만 키드 에이의 Idioteque 라이브의 충격을 잊을수가 없다. 그것들의 가사들을 음미하고 저자들이 제공하는 철학적 상념들을 사유해본다. 그들이 어떠한 철학을 접목시키더라도 라디오헤드 음악은 가사의 메시지를 몰라도 훌륭한 예술이었다. 이 책은 그들의 음악을 좀 더 깊이, 애정어린 시선으로 감상하게 한다.

 

 국내에서 내한공연을 가장 원했던 뮤지션 1위여서 그런지 참 적절한 시기에 책이 출간된것 같다. 지산에 못간 안타까움을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음반을 반복청취하며 달랬다. 라디오헤드는 우리시대의 핑크 플로이드이고 대중음악과 예술. 사회참여가 별개가 아니란 것을 알려준다. 



 스스로를 구원한다는 내용의 가사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최소한의 단어는 '의지'와 '용기'일 것이다.

 어떻게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더 나아가 대중음악이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하는지를 분류하다 보니 대중음악이 우리의 믿음과 행동에 미치는 효과는 꼭 의도된 게 아닌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음악은 우리가 조리 있게 말로 옮기지 않아도 생각했던 것들을 간직할 수 있게 도와준다. 노래를 듣고 인식과 감정이 덜 분리된 어떤 상태의 감성을 간직할 수 있게 한다. 노래는 마음을 단단히 먹게 하기도 하고 느슨하게 풀어서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좋아하는 노래와 밴드는 당신이 지킬 수 있는 믿음과 하려는 행동을 지배한다. 대중음악은 거울도, 심리검사도 아니고 강의도 아니며 번역이 가능한 시 혹은 강력한 연설도 아니다. 대중음악을 통해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기는 하지만 대중음악이 하는 일은 단지 당신이 시작한 일들을 자극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아니면 대중음악은 어디선가 일어날지 모르는 어떤 심상을 마련하는 일 따위를 소화하며 대비한다. 음악이 아니었다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어떤 심상이 음악을 통해 반복되고 일깨워지면서 우리의 삶에 다시 재가동되는 것이다. 81


 음악은 우리가 이미지에게 동의하게 한다. 125

 불행을 예술적으로 묘사하면 행복의 본질에 대해 철학적으로 성찰하게 된다. 그리고 개인의 운명과 그들 혹은 우리가 살고 있는 문화 사이의 관계를 추적하도록 도전의식을 북돋는다. 129


 저항은 이성 혹은 정의가 부족할 때뿐 아니라 몰이해로 인해서도 태어난다. 저항감은 세상을 변화시키려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할 수 있는 희망을 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저항하면서 우리는 더 나은 것을 가질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저항은 우리에게서 나온 것과 우리 안에 있는 것을 지키고 그것을 존중할 가치가 있다고 선언한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긍정하고 다른 이들에게 그 가치를 물려받으라고 고백하고 싶어진다. 물론 카뮈의 책에서도 함정과 위험이 있지만 그 위험과 함정들도 엄청난 가능성이다.

 카뮈는 데카르트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저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상황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말을 듣고 있다고 느낀다.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는 서로의 운명을 동일시한다. 우리가 지키고 있는 가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가치라는 걸 예언하고 우리를 이해하고 우리에게 동의하는 사람들에게 합류한다. 저항과 단결은 서로 의지한다 단결은 저항을 정당화하는데 이것이 저항의 근원이다. 저항이 요구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들까지 인정할때 비로소 저항이다. 부조리함의 고통은 더 이상 개인적인 게 아니다. 저항은 감정과 과업처럼 공유되는 것이다. 결국 저항이 지키려는 궁극적인 가치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가치일 테니까. 257


 결국 영어를 해야한다는 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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