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은 어제의 포근한 봄의 기운 보다는 가을의 쌀쌀함이 더 어울리는 스산함이 내려앉았다. 한강위를 날아다니는 철새들은 부지런히 서쪽 하늘로 날아다닌다. 완벽한 대오를 이룬 새들의 모습에 균등한 집합체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물위에 쉴때는 그냥 무수한 점 들 일 뿐이지만, 여기에서 한 철을 나고 어디론가 새로운 삶의 환경으로 이동할 때에는 조직을 이뤄 비행하는 장면이 흐트러짐이 없다. 새들도 그러할진데, 우리의 삶속은 하늘을 나는 새의 마음과 처신을 통해 깨닫아야 할 것이다.  자유와 책임. 목표와 실천은 어디론가 떠나는 자의 숭고한 비상이 일깨워준 것이었다.


 부주의한 작은 사고가 자칫 나와 타인의 삶에 얼마나 큰 폭풍으로 작용될 수 있는지를,, 가슴 졸인 사건이 있었다. 


 어제 일행 셋과 수락산으로 등산을 갔다. 봄이니만큼 사람이 무척 많았다. 줄줄이 올라가는 사람들 틈에서 오랜만에 산의 떠들석함과 부산함을 즐겼다. 맑은 햇빛과 적당한 기온은 몸과 마음의 적요를 거두었다. 정상을 향한 가파른 바위가 시작되는 지점 언저리에서 간단한 식사를 위한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자리잡은 곳, 아래 곳곳에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희희낙낙 산의 정취를 즐기고 있었다. 한참 요기와 회포를 풀고 있는 사이, 바위위에 꺼내놓았던 파워에이드 캔과 사과를 집으려는 찰나, 파워에이드 캔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 바로 옆 낭떨어지로 떨어졌다. 순간 캄캄해졌다. 5초간 일행을 멍하게 쳐다보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고개를 내밀어 아래를 쳐다봤다. 10미터 아래 사람들이 나를 향해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연실 죄송하다고 사과했고, 내가 묻기도 전에 아래에서 사람 안 다쳐서 다행이지 큰일날뻔 했다고 했다. 정말 십년감수 했다. 누군가의 머리에 맞았으면, 죽었을 것이고, 나는 아마도 과실치사로 감옥에 가겠지. 산에서의 사소한 실수가,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놓을수 있는 것이었다. 미드 '식스핏 언더'에서 매회 처음으로 일상의 어이없는 죽음을 보여주듯이 사소한듯 죽을 이유가 일상엔 언제든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찰나의 실수와 찰나의 행운에 지금 이렇게 일상을 영위하며 이런 글을 쓸 수가 있는 것이고, 지금 나는 행복하다. 그리고 신께 감사한다. God bless you.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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