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본 이 작품에 왜 이렇게 마음이 동요되는지, 봄을 맞아 나의 유토피아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런 소식을 들은적 있다. 감독이 촬영 현장을 이탈한 사건. 그게 이 영화였다. 자세한건 모르지만 주연배우 김윤석 과의 갈등이라고 들었다. 배우의 월권행사가 심했었던듯. 영화를 보면 알겠지지만 어쩌면 이 영화의 주인공 아버지 캐릭터에 너무 빠져들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영화의 크레딧 시나리오에 김윤석의 이름이 올려져 있는거 보니, 막판에는 김윤석의 주도로 찍었다는게 얼추 신빙성이 있어진다. 


 사실 이런 내분의 분파를 겪으면서 좋은 작품이 절대 나올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 작품은 예외다. 원래 오쿠다 히데오의 원작 소설이 훌륭한 것도 있겠지만 그것을 잘 살려낸 연출과 감초들의 자잘한 연기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후반에 삐걱거렸을지 몰라도 애초에 준비를 많이 한 영화라는게 느껴졌다. 아무튼 흥행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무리가 잘 되었고, 나는 이 영화의 이상한 매력에 빠져들어 원작 소설까지 후두룩 읽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의 눈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일도 안하고, 여행이나 다니며 집에서 뒹글거리기나 하는, 평범한 가정의 모습과는 한참이나 멀다면 얼마나 열등감이 많을까. 또 국가의 모든 제도의 강제를 거부하는 투사적 면모 때문에 어디서건 분란을 일으킨다면, 꽤 심정이 복잡할 것이다. 주된 시선은 이 중학생의 시선으로 본 나와. 우리가족의 성장기 같은 것이다. 거기엔 우리가 잊고 살지만 중요한 인간의 가치들이 속속들이 스며있다. 


 아버지의 아나키스트적 행보는 극단적이긴 해도 심히 공감된다. 국가, 국민에 대한 거부. 겉만 번지르르하고 그럴싸한 말이나 생각만이 아닌, 실천과 행동은 이 작품의 전체를 올가메며 재미와 감동을 준다. 극단적인게 아니라,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추구는 사회나 국가의 일반적인 통념과 충돌하기 마련인거고 자신의 삶을 타협하지 않는, 현대자본주의 생활의 (은퇴한) 체 게바라 같은 인물이 나온것이다. 


 그러한 아버지 밑에서 세남매의 아이들은 평범한 가정을 소원하지만, 아버지의 굳은 신념과 가치는 어떠한 난관에도 굴복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고, 아이들도 점차 무엇이 옳고 좋은 삶 인지를 깨달아 가기 시작한다. 이미 어머니는 그러한 아버지를 사랑했던거고, 어떠한 역경에도 함께 의지하며 같이 한다. 내겐 이 어머니의 역할이. 가장 감동적이고 인상깊었다. 진짜 부부란 이해타산이나 해야만 하는 결혼의 제스처가 아니라 이렇게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서로를 보완해 주는 관계일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들섬으로 이사한 가족이 전기도 안들어오는 낡은집을 수리해서 사는 모습이었다. 천혜의 자연속에서 평온하고 자급자족의 삶은 유토피아란 이런것이다 라고 말해 준다. 아마도 이런 장면들이 주는 무언의 메시지들이 좋은 삶, 행복한 가족은 무엇이란 것을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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