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오면서 조카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토이러저스에 들렀다. 슐라이히 공룡 모형 인형을 사고, 마트에서 기웃거리다 마트만 오면 사게되는 하이네켄 맥주를 담으로 가다보니, 새로운 패키지 포장의 하이네켄을 아리따운 아가씨? 한 명이 서서 행사하고 있었다.

 "이거 뭐에요?"  

 "(쌓아둔) 6개 캔 한 패키지 상자를 사면(14,400) 팝콘 2개랑, 선물 추첨 기회를 줍니다."

 "(올커니) 할께요." 

 조그만 부스에 들어가니, 자물쇠가 잠긴 박스가 있었고, 왼쪽에 열댓개의 열쇠가 있는데, 그중에 박스를 열 수 있는 열쇠를 고르는 한번의 선택 기회였다. 나는 그 짧은 순간 비장해졌다. 안구는 인광을 쏫아냈고 금색 자물쇠의 크기를 주시하며 열쇠의 제각각 크기 중에서 대략 가늠했다. 작은 열쇠 중에서 나는 찰나 집중하고 집중해서 명상의 단계로 들어섰다. '첫 느낌을 따라가라' 순간 집중해서 선택했고, 도우미에게 키를 전달했다. 하이네켄 아가씨는 씨익 웃으며 키를 꼿고 돌렸다. "자물쇠가 열렸습니다." 그러고보니, 박스 안에는 삼각뿔 모양의 흰색의 조그만 스피커가 있었다. '흐흐흐흐~' 

 하이네켄 아가씨는 맥주 한팩과 선물, 팝콘2개를 테이핑으로 묶어줬다. 나는 초등학생 운동회서 어쩌다보니 선물받은 심정으로 너무나 공손하게 "고맙습니다" 하며 꾸벅 인사도 했다. 마치 선생님에게 하듯이.. 


 내가 수능 시험을 볼때, 수학을 진작에 포기해서리 전부다 찍어야 했었다. 수학을 포기한 탓에 두뇌가 타당한 논리의 단계를 거쳐 정답을 찾는 것에 익숙한게 아니라 논리의 비약과 상징. 공상과 상상의 나래속에서 허우적 대는걸 즐겼다. 1번부터 5번까지의 객관식 답 문항을 집중해서 노려보며 '내가 정답이야. 나를 골라줘!' 하는 잉크 이미지에 눈길이 갔다. 전체적인 음악적 리듬감내지, 변형과 조화의 원리를 염두해 두면서. 그래서 난 절반을 찍어서 맞췄다. (이것도 자랑이라고.ㅋㅋ) 또한 모의고사 때와는 다르게 본 수능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그날 아침 명상의 효과가 컸다. 


 언젠가 조지 클루니, 이완 맥그리거, 케빈 스페이시가 나오는 영화 '초 민망한 능력자들' 원제는 '염소를 노려보는 자들' 을 보았는데, 그러한 자들의 얘기였다. 사물을 노려보기 좋아하는 사람들. 뭔가 하염없이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공중부양은 왠지 껌딱지 뗴듯 쉽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나는 그런 유머코드에 익숙하고 즐거워한다. 한번의 눈빛에 천개의 길이 오고감을 느낄수 있는 그런. 아무리 멀리 있어도 가까운 것의 일회적 나타남 같은 행복의 아우라. 


 이거 생각보다 음질이 좋다. 자우림의 새앨범중에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 가을에 가슴을 찌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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