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작년말부터 1월 내내 비교적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는것 같다. 수다떠는 재미에 빠졌다고 할까. 요즘 나와 대화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무척 고맙다.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즐거움을 찾는일은 어쩜 근원적인 행복일수도 있다. 내 이야기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조언이나 해결책을 건네주는 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또 타인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고 귀감이 되는지도 요즘 더욱 느끼고 있다. 보통 몇 번을 만났냐의 횟수의 문제보다, 뜸하게 만나도 그 세월의 깊이가 녹아들수록 자연스레 허물없어 지는 계기가 강한것 같다. 


 토요일 점심 약속이었는데, 전날 저녁에 고딩때 미술학원동기친구들과 신년회로 새벽까지 술을 마셔서 신사동까지 나가기가 벅찼다. 동갑내기 유부남.녀. 미혼이 섞여 있어 농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 3차까지 가게 되었다. 난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고 2차로 차를 마시는게 가장 좋은데, 우리나라에서 2차 혹은 3차로 찻집 가자고 하면..미친놈 취급받기 쉽상. 그래서 엄청 추운날씨임에도 3차로 맥주를 마셨고, 평소 일찍 자는 나는 졸려 죽는줄 알았다.


 술먹은 다음날은 내 목소리가 너무 섹쒸해져서? 나 조차도 믿기지 않아 운전중에 자꾸 오글거리는 멘트를 허공에 날리게 되었다. 엄청 가라앉은 저음에 백년의 고독이라도 집어삼킨듯 허무한 드라이한 음색은 술먹은 다음날 반나절만 이라는 짧은 유통기한을 통탄하게 했다. 





 브런치 베이커리 카페라고 알았는데, 뭐가 바뀐건지. 우린 파스타, 피자를 먹었다. 카페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이곳은 마음에 들었다. 생각해보니. 천장이 높고. 투박한 나무 테이블 의자. 그리고 저 곡선의 책장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것 같다. 물론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와 식사가 중요했겠지만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이 처음오지만 무의식에 편안함을 준 것 같다. 


 많은 대화가 오고가는 와중. 책 이야기에서 일본 대하 소설? 대망 이란 작품을 일행이 추천했다. 평소에 일본의 근.현대사와. 그들의 의식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데, 그 책을 읽으면 아주 디테일하게 그들이 야만에서 선진국으로 진행하는 과정을 알 수 있는듯. 근데 도서관에서 그 책을 검색해 찾아보니..나는 한 10권짜리라고 생각했는데, 권당 500페이지는 너끈할정도로 두툼한 책이 36권까지 꼿혀 있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도 부담스러워 시작을 못하고 있는데, 이건 뭐..일본 만화책도 아니고.. 

 하지만 태백산맥, 아리랑. 안나 까레리나는 꼭 언젠가 읽어야겠다. 그러고보니 고등학교때 이문열의 삼국지를 두번 읽은게 참 아이러니하다. 언젠가 책장에 10권이 주르륵 꼿혀있는걸 보고 짜증이 치밀어올라 어딘가 보이지 않는곳에 내쳤다. 







 식사후 커피 포함 15000~20000 사이 가격이었다. 내가 먹은 알레 올리오가 가장 저렴했다. 역시 내가 해먹는것보다야 맛은 있지만, 양이 너무 적어 감질맛만 다시며..쩝쩝.. 사진을 보니 봉골레의 조개들이 참 이쁘구나..쪽쪽.. 집에서 후라이팬 째로 먹는 내게 데코레이션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남대문시장 가서 저런 접시라도 하나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삼합을 먹으러 가자고 해야겠다. 곰삯은 내 마음을 쓸어내리기 위해서..ㅎㅎ 



 매우 추운 날이었다. 코발트 블루는 눈을 시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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