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영화 채널에서 하는걸 우연히 보았다. 중간부 정도 봤는데. 영화가 꽤 좋았다. 주연 배우들도. 호감가는 배우들 아닌가. 그래서 나중에 꼭 봐야지 하며..챙겨 두었다. 

 갓 결혼한 부부가, 강아지를 입양해서. 키우게 되는 이야기 속에. 인생이 담겨 있다.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고. 직장을 얻고. 아기가 생기고..치고볶고. 또 아기가 생기고..승진하고..그러는 10여년 이상의 와중에.. 말리 라는 개의 평생의 삶은..주인공 부부의 삶의 역사가..고스란히 담겨있고..개의 임종? 을 맞아..그들 가족의 추억이 올곧이 되새겨진다. 개와의 삶을 통해 삶을 반추하는 그런 영화였다.

 기자가 꿈이었던 오웬 윌슨은 기사 대신 일상의 칼럼을 쓰게 된다, 말썽꾸러기 말리(개) 를 데려오면서. 일어나게 되는 삶의 일화들을 솔직하고 재밌게 쓰면서..칼럼리스트로써 인정받게 된다. 기자가 꿈이었던 그는 같은 직장의 친구가. 기자로, 자유연애가로 승승장구 하는 모습에..자신의 소소한 결혼생활에 회의 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어느새 시간을 흘러..칼럼리스트로 인정받게 되고..세 아이의 아빠가 되고..교외에 큰집을 얻어 이사하게 되고..어느덧 40에 이러. 결혼생활 시작을 같이 했던 식구같던 말리를 떠나보내게 된다.

 잔잔하고 유쾌함 속에..인생의 정수? 가 녹아있다. 세월의 흐름과..지극한 사랑.. 가정의 축복. 이 모든게 말리 라는 개의 일생과 함께 이루어진다. 그가 쓰는 칼럼의 주된 소재는 말리의 말썽꾸러기 일화들인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나같은 경우..아니 우리나라의 개 문화 에서는 이해하기 힘든..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저런 과잉행동장애? 개랑 어떻게 저러고 살까..영화라지만 참 대단하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가의 자전적 이야기인듯 싶다.

 어릴적 부터 아버지가 개를 좋아해서. 우리집엔 항상 개가 있었다..당연히 애완견은 아니고..마당에서 키우는..한마디로 남은 잔반(개밥)을 주는 그런 개.. 어려서 부터..그런 개 문화..( 개는 개 ) 여서..서양식 가족 같은 개 문화는 내겐 생소하다. 복날이면..개고기도 즐겨 먹었던 우리집의 개문화는 딱 전형적 한국식 일 것이다.

 초등학교때. 아버지는 기존에 키우던 진돗개(사실은 똥개)대신 잠깐 서양개. 포인터 (사냥견) 를 키웠던 적이 있다. 여름에 강아지 일때. 가져왔는데, 진돗개 와는 달리 참 똘똘하고 짧은 털에..점박이 문양이 귀여웠었다. 가끔 내가 산책도 시키고 그랬는데.. 가을이 오고..점점 추워지면서..이 강아지가..한국식 개집 문화에는 적합하지 않다는게 여실히 드러났다. 집안에서 키워야 하는데..불행하게도..사람집 . 개집 따로니.. 내가 옛날 집의 퍼세식 화장실을 갈때마다.. 달려드는데. 쪼그려 앉으면..허벅지 위로..올라타 내 품으로 파고 드는데..추위에 내 체온을 느끼려 하는 것 이었다. 그것이 안쓰러워. 자주 마당에 나가..개를 품어앉고 있었다. 개집에 두둑히 두툼한 털옷과. 비닐로 방한을 했지만..결국.. 차가운 한 겨울을 못 버티고 시름시름. 앓다가..죽었다...

 아마도..내가 개에 정을 다시 안 주는게..이런 슬픔이 있었기 때문이다..개는 개답게 길러야 하고..우리 풍토에는 한국개를..길러야 한다. 애완견은 인간의 이기 이다.. 이런 차가운 생각은 개에 대한 슬픔이 컷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랬동안 우리 집에서 아버지가 키우는 개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친구가 우리집에 왔는데..처음 보는 낯선 남자 였는데도 불구하고..전혀 짖지 않았다. 친구가 개를 사랑하는 마음을 우리집개는 알아차린 것이다. 평소 그 친구의 자기네집 애완견..(식구) 의 이야기 속에서 나는 깜짝 놀랐었다. 나이 많은 개가 아퍼서..수술도 시켜주고.. 제주도 갈때. 개를 위한 비행기 좌석도 사서 가는 이야기에...난 조금은 문화적..충격? 을 받았었다. 아무튼 그날 우리집 개는 그런 심성을 알아봐 짖지 않았지 않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개에 대한 어릴적 마음이..다시 생각났다. 그동안 개에 대한 내 동심의 마음은 사라졌었다. 그러나 조금은 환기 되었다. 개를 통한 인생의 평범한 감동이 서려있다. 가족의 의미, 행복의 의미도 다시 되새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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