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참 아름다운 책이다. 사진책에 관한 사진책인데 내 기준엔 책의 모든 면이 완벽하다. 디자인, 편집.과 함께, 완전히 펼칠수 있도록 한 특수 제본.. 질 좋은 재활용 종이 사용.. 등등 소소한 면까지 큰 만족을 준 책 이었다. 당연히 글은 말 할 것도 없다. 간만에..글을 읽고 있기만 해도..심신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저자는 우리말 지킴이 로써 우리가 평소에 잘 안 쓰는 단어들을 쓴다. 저자가 제 깜냥껏 새로 지어서 쓰는 낱말인데, 그 자체가 신선하고. 정겹다. 단어의 사용만으로도 이 사람의 마음씀의 따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에 관한 용어 뿐만 아니라.. 부인을 옆지기 라고 하는 것이나. 학교옷과 헤엄옷을 입힌 모습으로~ 등등.. 수많은 신선한 낱말들을 읽는 즐거움이 있다. 처음엔..익숙치 않으나..이내. 책 속의 글과 어우러져서 저자의 마음씨에 감동한다. 

 

“아는 만큼 본다지만 사는 만큼 본다고 해야 맞다고 느낍니다.
내가 살려고 하는 만큼 느끼며 보는구나 싶습니다.
내가 살아가려는 마음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내가 꿈꾸고 바라는 삶이 어떠한가에 따라서
사진감이 나오고 사진작품이 나온다고 느낍니다.” 
                 _ 책 속에서  뒷장.


 저자는 고향인 인천에서 사진책 도서관을 운영한다. 자전거를 열심이 타고. 심신이 아픈 부인과. 어린 딸과 함께..삶을 분주히 살아가는, 치열하지만 마음만은 넉넉한 삶을 이야기 한다. 나이가 나 보다 그리 높지 않은데, 참..어른이구나..하는 존경스런 마음이 생긴다.
 잡지에 연재 했던. 글을 모은 것인데, 저자 본인의 삶의 풍경이 묘사되어 있고.. 헌책방에 관한 이야기와 거기서 구한. 사진책을 소개하는 글들이다.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삶과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 본인도 사잔작가 이면서..책에 대한 사랑과..헌책방에 대한 애정으로 사진으로 기록하고.. 또 골목길을 기록하는 작업도 한다. 사진의 제일 큰 본질인. 기록.. 사라짐에 대한. 정지 작업이..이 저자의 사진 작업의 핵심이다.

 한 사람이 ' 한 사람이 되는 흐름' 을 잘 여미거나 붙잡을 수 있다면, 한 사람이 '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 을 놓칠 일이 없습니다. 허튼 데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습니다. 얄궃은 데에 흘리지 않습니다. 속 좁거나 비틀린 데로 치우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한 사람이 ' 한 사람으로 서 있을 자리' 를 놓친다면, 한 사람이 ' 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바탕' 을 내버린다면 우리 삶터는 엉망진창이나 뒤죽박죽이 됩니다. 갖가기 불평등과 푸대접과 따돌림이 판치게 됩니다. 온갖 다툼질과 시샘과 꿍꿍이가 넘치고 맙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 나 또한 이 땅에 고운 빛줄기 하나 부여잡고 태어난 아름다운 목숨' 임을 깨달을 떄와 못할 때에는 크게 다릅니다. 많이 벌어집니다. 기나긴 나란한 금을 달립니다. 나부터 사랑스러운 목숨임을 느낄 때에 비로소 나다운 사진이란 어디에 있고, 나다운 사진을 펼치는 자리는 어디이며, 나다운 사진을 누구하고 나누면 좋을까를 시나브로 곰삭입니다. _ 69

 바라보는 목소리를 넘어 살아내는 이야기로 글과 사진을 아로새길 수 있기를 바라는 일은 아직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남 이야기를 하기 앞서 저부터 스스로 옳고 알차게 해내지 못하면서 바라기만 할 수 없습니다. 이 땅을 살아내자고, 이 사람을 부둥켜안자고 하는 땀방울이란 '펜굴림'으로 이루지 못합니다. 그리고 '사진기 쥠'으로도 이루지 못합니다. 펜을 붙잡은 손을 넘어서는, 아니 펜을 붙잡는 손을 아우르는 발걸음과 몸부림이 있어야 합니다. 사진기를 쥔 손을 넘어서는, 아니 사진기를 쥔 손을 어우르는 손품과 몸놀림이 있어야 합니다. 지식을 담는 손에서 지식을 다루는 손이 되었다면, 지식을 녹여내어 지식을 살아내는 몸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_ 292

 멋진 책이다. 마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책을 읽는 듯한 기분.. 사진과 책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선물하면 딱 좋을 책이다. 정말 잘 만들어진 책은 기분 좋게 한다. 더더욱 글들이 마음을 정화시키고, 사진책들에 호기심을 더해주니..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사진책을 많이 안 사는 내가 부끄럽기도 하고.. 내 삶의 편함에 가슴이 찔리기도 한다. 나는 도서관의 사진책을 열심이 보고 있다. 소유는 정체다 란 생각 아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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