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우환 이란 미술가를 알게 된지는 몇 일 이 되지 않는다. 요근래 심정적인 동요가 있었고, 나는 그 끝에서 사진을 생각했다. 상대가 찍어준 나의 초상을 보고 싶었다.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나 작업을 해야겠단 생각이 그동안의 텍스트의 무게를 감당할 만하게 커졌다. 


 오랬만에 사진관련 사이트에서 글 을 읽었다.유명한 사진 작가인 아라키 노부요시의 어떤 일화를 읽다가. 그와 친분이 있던. 미술가 이우환 과의 만남을 그리는 내용이었다. 젊은 시절 유학가 일본에서 활동하는 그는 철학을 전공한. 미술가 이자. 일본대학에서 교수직을 하고 있는 세계적인 미술가 라고 한다. 몰랐으나. 이제 문득 알게 되었으니. 너무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무수한 현대미술의 파편들 속에서 그는 일본 모노파의 창시자 라고 한다. 아직은 그의 미술 세계를 감상. 파악하지도 못했지만, 캔바스 화면에 점을 찍는 그의 작업은 뭔가 이미 내게 한발짝 성큼 다가선 듯 했다. 

 1936년 생인 이 작가는 노년이 된 지금에서야 우리나라에 알져진 건지도 모르겠다. 이건 내가 현대 미술에(작가들에) 대해 무지함의 고백일수 도 있지만..대략..리뷰를 흩어보니..나처럼..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았다. 나의 직감은 적중했고, 이 책은 어제 오늘.. 마음을 이상한 무게감에 쉽싸이게 했다. 그동안 많은 산문을 읽어왔지만..이만한 글과 감각과 통찰을 어우른 글은 흔하지 않았다. 책장에 모셔져 있는 아직 읽지 않은 김수영 전집 2 <산문> 이라면 모를까.. 

 음악과 여자. 와인과 흙을 좋아하는 예술가의 삶은. 어떤 환상을 갖게 되기 마련이다. 보통 사람과 똑같은 듯 하지만. 그 섬세함과 예리함은 남다르다. 글은 담백하고 소소한듯 하지만. 그 이면엔 첨예한 여운이 길게 남는다. 짧은 글들 속에 이렇게 응축된 감성은, 흰 캔바스 앞에선 미술가의 고뇌가 서려있다. 그는 또 철학적이며..문학적이다. 형이상학으로 관념속에 머물지 않고. 삶의 맥락에 닿아 있으면서 자신의 작업을 한다. 성공한 예술가의 소설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먹고 마시며 살아가는 삶속의 예술이다. 거창하게 삶을, 예술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지만..어느새 나는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 책은 80년대 후반에 일본에서 나온 책을 번역자가 번역해서 나온 책이다. 이전에 번역되어서 나온적이 있는데..요번에 다시 출간하게 된 것이었다. 이 책속의 글들은 일본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단다. 현대문학 이란 출판사에 이 작가의 책들이 나오는 모양인데 책이 참 정갈하다. 같이 구입한. 작가의 시집 ' 멈춰 서서'는 겉장의 종이 재질이..쉬폰 케익을 만지는 듯한 촉촉함이 뭍어있다.
 때가 탈까 조심스레 만진다. 이 모든 행동의 마음이 책속의 내용과 어우러진다. 양장본의 금색 인덱스 띠 조차 이 책과 너무 잘 어울린다. 책의 내용과 함께..책을 만지는 촉각적 감각과 물질의 정서는 나를 곱씹게 만든다. 시간의 여울은 그렇게 흔들거렸다. 시간의 여울은 또 이렇게 지나가버린다. 시간의 여울은 무언가를 남기고 사라진다. 시간의 여울은 춤이 된다. 그런 몸짓들이..애면글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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