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나게 되는 책들이 있다. 삶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일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우연은 대상과의 인연의 시발점이다. 우연을 소중하게 여겼을때. 흘러가버릴 시간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연이 당연이 되고 .필연이 되었을때, 인드라망의 거울구슬같이 삶의 예기치 않은 인연은 존재를 각인시킨다. 각각의 존재는 부딪힘 속에 성장한다.
 도서 수거용 책상에 널브러져 있던 이 책은. 내가 먼저 시선을 건넸다기 보다. 책이 나를 보았다.

 시애틀. 90년대 초반을 쉽쓴 얼터너티브 록의 고장이자. 지미 헨드릭스의 고향. 학창시절. 영화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을 보고 왠지 미래의 어느날..나도 그렇게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고..딸 아이 하나를 외롭게 키우고 있을꺼 같단. 상상들..(영화속에선 아들이었지만.) 스타벅스를 위시로한 커피..가 어울리는..비오는 항구 도시. 맥가이버의 배경 도시..
 우체부. 요즘엔. 우체부 라는 명칭 보다는 그냥..택배 기사로 다 통칭되는 느낌이다. 우체부란 단어는. 역사속으로 사라져가는 기분이 든다. 택배기사가 아닌. 우체부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는. 클래식한 자전거를 타고. 커다란 브라운색 가죽 가방에 편지를 수북히 넣고 다니는 우체부 (집배원) 아저씨가 연상된다. 어렸을때. 그 커다란 가죽 가방이 참 멋졌었다. 

  우연한, 시애틀 우체부 란 제목이 당연하게도. 머릿속에 기억을 불러왔고, 필연적으로 집어들게 되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미국 이민 1세대의 시애틀에서 우체부로 살아가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다. 이민을 가. 현지 사회에서 어떻게 고생했고. 방황했고. 결국. 지금의 직업을 구해. 삶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담담한 친절의 글로 이야기 해준다. 문장속에서 이 분의 인품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책속 저자의 사진을 보아하니..전형적인 술 좋아하는 한국 아저씨의 모습. 그러나. 미소지은 표정은. 달랐다. 인간의 품위와 행복이 보인다. 
 행복은 물질적 부와 풍요가 아니라. 타인과의 정과 사랑. 관심과 배려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다는 것을 말해준다. 맨날 하는. 듣게 되는 얘기 일 수 도 있지만. 정말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엄연한 지침이 되어준다. 조금씩만 변한다면..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아주 빨리 읽히고. 잔잔하지만. 여운은 길다. 공부하다 잠시 한 조각 행복의 케익을 먹은 기분.
 이런 소박한 삶의 이야기가 진정 행복 전도사 가 아닐까..

p.s. 이 책을 읽으면서 홍세화 님의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가 생각났다.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책. 둘 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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