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lahodong?Redirect=Log&logNo=20104979732

 평소에 노출 콘크리트 공법의 건축물을 혐오 했었다. 서울에서도 한 때 우후죽순으로 이 노출 공법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노출 콘크리트 와 외관이 녹슨 철판 건축물 등등. 보기엔 심플하고 멋져 보였지만. 왠지 차갑고..정이 안가는, 자연에 반하는, 그야말로 도시성의 극치였다. 건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공간의 조형물이라는 점에서..나도 한마디 품평하자면 심하게 말해..자연에의 테러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을 친구와 대화중 피력하자, 건축과 교수였던 아버지를 둔 친구는 내게 안도 다다오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그는 내가 혐오했던 건축 공법의 세계적인 건축가 였다. 또 일본의 세계적인 사진작가.아라키 노부요시의 어떤글을 통해 이우환을 알게 되었듯이 이우환의 글을 통해 안도 다다오를 듣게 되었다. 아라키-이우환-안도 이렇게 셋은 친구인 것이었다. 일본을 발판으로 하는 세계적인 사진가. 미술가,건축가인..그들의 예술 세계는 우리의 자각과 함께 큰 용기를 가져다 준다. 일본.혹은. 동양을 벗어나..세계로 뻗은 그들을 보면서. 개개인의 예술적 재능과 노력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발판으로 삼은 사회의 문화적 역량의 뒷받침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이라는 경제 대국의 백그라운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만의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세계인들이 바라볼때..일본적이다..라고 할 수 있는 것..

 책 속엔 아라키 노부요시가 찍은 안도 다다오의 인물 사진이 많다. 특히 표지 사진은 안도 다다오의 인생관인 빛과 그림자.를 잘 함축했고. 그의 강인한 뚝심과 고집을 잘 드러내 주는, 눈의 표정이 강렬히 표현되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 프로복서였다가. 진로를 바꿔 20대 부터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해..28살에 친구와 단 2명으로 건축 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현재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다. 그 과정이 짐작하겠듯이, 순탄하지 않은 인생을..역경과 시련을.. 타고난 완강함으로 분투하는 삶의 이야기다. 

 " 매사 처음부터 뜻대로 되지 않았고, 뭔가를 시작해도 대개는 실패로 끝났다.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가능성에 기대를 품고 애오라지 그늘 속을 걷고, 하나를 거머쥐면 이내 다음 목표를 향해 걷기 시작하고 그렇게 작은 희망의 빛을 이어나가며 필사적으로 살아온 인생이었다." p.418

 책의 처음 한국어판에 부치는 짧을 서문을 읽는 순간부터..이 사람의 성격이 드러나 보였다. 짧고 간결하고..모호함이 없는, 간결 명료함이 그의 건축 철학과 삶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사진속 외모에서 풍기듯..강인함과 인내력은 그의 전매특허 처럼 보인다.

 " 우리는 지휘관 한 사람과 그의 명령을 따르는 병사들로 이루어진 '군대'가 아니다. 공통된 이상을 내걸고 신념과 책임감을 가진 개인들이 목숨을 걸고 움직이는 '게릴라 집단'이다. 소국의 자립과 인간의 자유 평등이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어디까지나 개인을 주체로 기성 사회와 투쟁하는 삶을 선택한 체 게바라 에게 깊은 영향을 받았다. " p.19

 " 추상적인 언어로 아는 것과 실제 체험으로 아는 것은 같은 지식이라도 그 깊이가 전혀 다르다. 첫 해외여행에서 나는 생전 처음으로 지평선과 수평선을 보았다. 지구의 모습을 온몸으로 느끼는 감동이 있었다. " p.64 

 안도 다다오는 20살 무렵 독학으로 건축 공부하던 시절. 헌책방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집을 보고..강한 영향을 받는다. 르 코르뷔지에도..역시 독학으로 성공한 건축가 이며. 기성 체제와 싸우며 길을 개척한 사실을 알고, 단순한 동경을 넘어선..존재가 되었다. 
 건축 사무소를 개설하기 전 그는 무수히 해외 건축 여행을 다니면서. 실제적인 감각과..비전을 키웠다. 그는 20대의 여행 기억이 자기 인생에 둘도 없는 재산이라고 말한다. 
 60년대의 시대정신인 기성의 것들을 부정하고 현재에 반역하는, 그럼으로써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자는 정신으로..그는 건축으로 사회의 불합리에 저항해 나가는 자기 나름의 투쟁을 하게 된다. 

 그의 첫 작품은 스미요시 나가야.. 주택사이에 위치한. 협소한 10평 남짓한 땅에..아주 혁명적인? 주택을 지었다. 현재에 봐도..꽤..극단적일 만큼..주책으로서의 기존 관념을 뒤집어 엎는다. 그러나 안도 다다오는 이런 급진적인 집을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만든것이었다. 편리함을 버리고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야말로 주거의 본질이라는 생각하에..냉.난방 시설도 없고. 부엌과 방을 건너갈때..중간은 지붕이 뚫려..(중정?) 비올땐 우산을 쓰고 이동해야 하는..자연과의 대화를 최우선에 둔 결과 라고 한다. 그리고 건축주 부부에게 집을 넘길때. " 이 집은 보통 집에는 없는 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살기 불편한 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운 여름에는 옷을 하나 벗고 추운 겨울에는 하나 더 껴입고. 최선을 다해서 생활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 부부는 30년후 " 자연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작은 집의 매력입니다." 라고 하며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p.332


 " 삶의 터를 잡고 산다는 것은 때로는 힘든 일일 수가 있다. 나에게 설계를 맡긴 이상 당신도 완강하게 살아 내겠다는 각오를 해 주기 바란다." 누군가가 집을 설계해 달라고 찾아오면, 제일 먼저 이런 말을 하며 '스미요시 나가야'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보통 별종에 속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짓는 주택의 건축주가 된다고 한다. p.95 
 이 글 처음에 이야기 했듯 나는 콘크리트 공법 자체를 싫어했으나..건축가의 저런 자연에의 철학과. 뚝심은..내 선입견을 내려놓게 하는 계기가 된다. 저 좁고 길다란 땅에..나름 마당 이라고 할수 있는 쉬크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르 코르뷔지에의 장식을 배제한 모던의 실용과 기능을 바탕으로한 건축과..일본의 전통 정신인 무無 와 간間의 미학..과 함께 물질성을 배제한 종교적인 간소함이 드러난다.
 평소에 내 집에 대한 상상을 간혹 하게 되는데.. 나 또한 그런 무 와 간의 미학에 영향이 있는지..공간을 가구나 잡다한 설비로 채우는 것 보단..책상과 식탁과 의자 2개, 부엌과 옷방 외로.나머진 그냥 바닥에 그냥 쌓아두는 좀 생뚱한 생각을 했다. 왠지 헌책방 스타일이 될 둣 하다.

 "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면 우선은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생각만 한다. 실제적인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는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종종 의뢰받은 대지뿐만 아니라 이웃 대지에 지을 건물까지 설계해서 모형으로 만들기도 한다." p.268

 그는 '일감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것' 이라는 생각으로. 평소에 돌아다니다가..공터를 발견하면 '나라면 이곳에 이런 건물을 짓겠다' 라든지 '여기가 이렇게 개발하면 재미난 풍경이 되겠다.'라는 식으로 자유롭게 스케치 한것을 땅주인한테 제시하면 보통..다 귀찮아 하지만..간혹..나중에..일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면 전부 자신한테 맡기라는 고자세로..짓고, 그 애착으로..유지 보수의 책임을 다 졌다고 한다. 그런 방문 수리를 상대가 미안해 할 만큼 성실하고 끈기 있게 계속 하면서. 차츰..건축주의 신뢰를 얻으며, 확장해 나갔다. 

 그는 자신을 키운 오사카 정신과..일본만의 정신에 대해서도 애착과 관심을 보인다. 자기 고향과 조국에 대한 애착이 자기가 잘나서 성공했다 라는 자만심이 아닌..겸손함과..사회적인 분배의 기능에 대해서도 역설한다. 고베 대지진 이후..건축에 대한 관념과..일본에 대한 분석과 애정의 확인에 대해서도..  개인의 역량이,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되는 큰 가르침 이었다. 무엇보다도 그의 건축 철학과 삶의 철학을 엿 볼 수 있었다는 데에 큰 만족과 자극이 되었다. 

 " 그 장소 그 시대가 아니면 불가능한 건축. 현실의 도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어떤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가. 중요한 것은 건축의 배후에 있는 의지가 얼마나 굳은가 하는 것이다. " p.144

" 현실 사회에서 자기 이상을 진지하게 추구하려고 하면 반드시 사회에 충돌하게 되어 있다. 십중팔구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으며 연전연패의 날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래도 계속 도전하는 것이 건축가의 삶이다. 포기하지 않고 온힘을 다해 계속 달리면 언젠가는 반드시 환한 빛을 보게 될 것이다. 그 가능성을 믿는 강인한 마음과 인내력이야말로 건축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다. " p.404

' 청춘이란 인생의 한 철이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을 말하느니..' 청춘._ 사무엘 울만..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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