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친한 후배와 오랜만에 이야기 도중. 슬픈 소식을 들었다. 자세한 내막이야 모르지만. 올초에 세상을 떠난. 여후배를 마지막으로 본건 작년 여름. 속초에서 였다. 아는 분의 요트 클럽에 초청받아. 바람쐬러 갔다가. 드문드문 보게된 후배였다. 서로 연락은 없어도 대학시절 선후배 관계 였기 때문에 오랬만에 봐도. 별명을 부르며, 되게 반가운 친구였다. 안좋은 소식을 듣자마자. 이 동해에서의 추억이 떠올랐다. 이때만 해도. 꽤 밝고 성숙한 여자였는데. 채 일년도 안되어.. 

 몇 일 동안 간간히 기억이 떠올라 애통한 심정이 스며들었다. 대학시절. 나를 포함해 몇몇 오빠들을 자기집으로 초대해 밥을 해주던 자상함과. 동생이 죽은지 모르고. ' 너 동생 아프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어때? ' 하고 물었다가.. 눈물을 글썽거려.. 당황하고 미안했던 기억.. 요트에세 배멀미로 구토를 한참 참고 있는데.. 나보고 사진 찍어달래서..적당한 곳에 세워놓고. 카메라에 눈을 대자마자.. 바로 오바이트가 쏠려.. 본의아니게 흔한 말로 '토나온다' 상황을 연출해버린 해프닝.. 횟집 마루에 앉아 결혼과 연애에 대해. 토론했던 일..등등..

 꿈과 사랑을 펼쳐보지도 못하고..너무나 일찍. 떠나버린. 그녀에게..늦었지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왜 그랬을까.. 망자는 말이 없지만. 침묵에 동의 하는 수 밖에..


 또다른 애도..

 10월말 대학 친구의 부고 소식은. 정말 당황스러웠다. 내 삶에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어리둥절 빈소를 찾았다가, 현실을 직감하고..허탈했던 기억이 난다. 서른살 이후로는 연락이 뜸했다가. 친구가 죽기전. 2주전 쯤에. 전화가 왔었다. 아주 오랜만에..서로 반갑게 안부를 묻고..서로 잘 되기를 열심히 살기를 기원하며..끊었었다. 친한 후배는 바로 이틀전에도 강남의 인도에서 마주쳤다고 어이없어 했다. 죽은자는 산자에게 왜 왜..라는 듣지 못할 의문만 남기며 떠났다.

 20대 중반 무렵. 패션을 좋아했던..그 친구와..처음 사진을 패션 사진으로 경험을 쌓은 나는 서로 죽이 잘 맞아..의기투합했다. 포토와 스타일리스트 로써 성공해서..같이 작업하자고..패션지 에디터가 꿈인. 그는 웹디자이너일을 버리고.. 서른살 이후..스타일리스트 로 뛰어들었다. 힘든 어씨 시절을 끝내고. 독립해서 1년이 지나..자츰 제자리를 찾아가던 중이었다. 나는 정반대의 길을 가면서..연락을 잘 안하게 되었지만. 마음만은..서로 응원하고 있었다.

 친구라는 것은 서로의 꿈과 비전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내게 톰 포드를 이야기했고..나는 커트 코베인을 이야기했다. 정작 커트를 좋아한건 나였는데..언젠가 양재에 있는 그의 집을 놀러갔다가. 안 입는 옷을 싸줬었다. 양재천을 걸으면서 그는 옷 사는것에 중독되었었다고 이야기했다. 장례식을 가려고. 옷장 문을 열고.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다가.(블랙 정장이 없기 때문에) 그 때 친구가 준. 검정색 정장 바지를 꺼냈다. 그가 준 옷을 처음으로 입는것이 그의 장례식 가는 길이었다.

 조미지 와 민희철. 바람이 되어버린. 그녀와 그는 어느 곳에서 위로를 얻을까..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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