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일요일날..형들하고 일산을 자전거 여행하고 돌아 왔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전. 아침의 쌀쌀함속의 낮은 구름사이로 서서히 햇빛이 비추며 포근한 바람이 불어왔다. 우리는 일산 킨텍스에서 그날 까지 하는 자전거 박람회를 목적지로 삼았다. 목적지로 향하는 길은 환상적 이었다. 행주대교를 넘어..잠깐 시골길로 들어섰다가..자전거들이 질주하는 이상한 길을 보았다. 그 길에 올라서자, 텅 빈 고속도로가 펼쳐졌다. 말끔한 아스팔트가 쭉 펼쳐진..그 길위에 서자..기분좋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천국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상상하는 것처럼.. 알고 보니..그 길은..제 2자유로. 오늘. 오후 2시부터 개통한다고 전광판에 쓰여 있었다. 아마 일반인이 이렇게 자전거로 이길을 질주하는 것은.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몇 시간 후면..차들이 점령할, 갓 태어난 도로를 우리는. 자전거로 한없이 음미했다. 지금 이순간이.. 언젠가 좋은 인생의 순간이었다고 추억할 마커를 마음에 새기며, 우리는 킨텍스로 단숨에 달려갔다. 2010/10/24 - [사진 일기] - 일산 킨텍스를 가다.

 
 사진. 이승환.

 킨텍스에 도착하니..의외로 사람이 많았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고..날씨가 좋아서 그런 점도 있겠지만..자전거 자체가 삶속의 어떤 문화로써 자리잡는 단초가 보이는듯 했다. 남녀노소 많았다. 다만 이쁜 여자들은 별로 눈에 뛰지 않았다. 보통 박람회 하면..나레이터 모델이나 도우미 언니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는데, 별로 없었다. 자동차와 자전거는 역시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내 눈에 들어오는 자전거는 몇개 되지 않아..좀 허탈했다. 이미 나의 자전거가 있으니까..눈에 안 들어오는 것인지..그다지 고가의 자전거에 관심이 없다. 자전거는 자전거 일 뿐..왠만한 소형차 가격하는 자전거는..자전거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전거는 몸과 정신의 순수성을 끄을고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이다. 자전거가 돈과 물질의 욕망에 지배당할때, 그것은 자전거가 아니다. 내겐 천만원이 넘는 자전거는 자전거가 아니라 생각한다. 

 늦은 점심을 거하게 먹고..돌아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마음이 허해 형들이 하자는 데로 따라하자며 멍 때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연히 내리게 된 대곡역에서..우리는 한강길을 찾으러 시골길을 달렸다. 아이폰 지도를 참조하며....
 그러나 갈림길에서 수시로 어디로 갈지 갈등하게 되고. 지도로 검색을 하며..우리가 가는 길은 그 자리.같은 지역을 돌고 도는 것이 되어 버렸다. 해는 떨어지고..길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같은 곳을 돌게 되고..한강으로 나가는 출구는 없는듯 보였다. 뭔가 대곡역의 첫 발을 내 딛는 순간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이미 이렇게 된 이상..이 먹먹한 환경을 즐기기로 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고. 이런 요상한 삶의 작은 사건을 같이 즐기고 있는 지인들이 있었다. 내 자전거의 앞바퀴가 펑크 난 것도. 어쩌면, 이미 없는길..그러니까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을 좀 더 빨리 단념하게끔 한 사건 인지도 모른다. 바퀴가 펑크 안 났다면..우리는 어떻게든..서울쪽으로 자전거를 몰았을 것이고..야간에 처음 가는 지방도로를 달린다는 것은..참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미리 더 큰 사고를 방지하는 액땜을 했다고 믿는다. 
 4시간 여를..엄한 곳에서..버렸다. 시간은 버렸을지 몰라도..내면의 어떤 감성이..나를 자극했다. 아주 어렸을때. 멀리 다른 동네 까지 놀러갔다가. 저녁 시간을 놓치고 깜깜해져..집에가면 엄마 한테 혼나겠구나 라는 걱정어린 어린 마음이 떠올랐고. 영화 '스탠 바이 미' 도 생각났다. 그리고 미국 자동차 여행의 그 황량함과 먹먹함. 모두 과거와 미래가..현재의 어떤 지점에서 조우 하는 느낌이었다.  현재의 나는 이날 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답답함 속에.. 나도 모르게 내면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길의 사유는 인생의 사유였다. 나는 더욱 다양한 길을 맛보고자 한다. 


사진. 권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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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타구니 모임. 형님들과 함께.
 일산 킨텍스를 갈때까지는 너무 좋았는데..돌아올때는 너무 험난했다..겨우 집에 돌아왔고. 피곤해서 자세한 기록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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