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너무나 정리를 안하고 살았다. 독후감과 발췌의 음미가 없다면 그냥 지식의 향기를 맡을뿐, 지혜의 여운은 이내 사라진다. 다시금 이 블로그의 역할을 가늠해보자. 



   이 책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오길래, (왜냐면 책 표지가 누런 황갈색의 재생지에 제목이 입에 착 감기기에. 러브노리지) 집어 들었다. " 우리 삶이 허무한 것은 너무 자기 자신에게만 몰입해 있기 때문.. " 책 표지에 있는 이 문구 맞는 말이다. 번역서지만, 문장이 좋다. 짧고 간결해 철학의 질문들을 차분히 음미해 볼 수 있었다.  후반부 푸코와 데리다 쪽으로 갈수록, 내용문제인지, 번역문제인지, 아님 나의 집중력이 흩어졌는지, 책의 초중반에 비해 헤맨 느낌이다. 


   6명의 철학자의 대표책을 저자가 다시 읽으면서 핵심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아니 질문을 공유한다가 맞겠다. 그 중에서 루소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은 대단히 흥미가 생겼다. 물론 다른 책들도 다 읽어봐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철학자. 학자들은 거의 다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삶의 문제에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했고 나름 그 부스러기와도 같은 글들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적인 탐구를 가능하게 하는 비움과 경이와 의심의 대변자였다. 그는 하나의 물음표였다. 그의 제자였던 플라톤을 비롯해 스피노자, 루소, 니체, 푸코, 데리다에 이르는 소크라테스 이후 세대의 철학자들은 각기 자신의 방식으로 이러한 비움의 철학과 동거했다. 그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로 하여금 질문을 던지게 하고, 지식에 대한 사랑과 동의어인 경기감을 새롭게 불러일으키며 살아가도록 촉구한다. _ p14


  철학의 고유한 특성은 가장 명백하고 평범한 것을 검토하는 것이다. 철학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특질, 자연스럽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관점과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철학은 세계나 다른 존재의 실재 같은, 우리가 일상적인 삶 속에서 제기하지 않는 문제들을 제기한다. 우리가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아무 의심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크라테스가 오래된 편견이라 부르는 질서와 신념을 검토나 검증의 과정 없이 받아들이고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 30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과 삶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긴장과 갈등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58

   삶의 우여곡절을 받아들이고 그러한 조건에 적응하여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욕망이다. 안정은 끊임없는 변화와 재창조를 통해 이룰수 있다. 59


 자기 이해는 자신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고,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자기 이전의 자아를 초월하는 것이다. 인간은 정적인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이전의 자아를 극복하고 재형성함으로써 영원을 성취한다. 66


  지혜를 사랑하는 자는 이 세상을 사랑하는 자이며, 진실로 자신을 안다는 것은 자신을 이 세상이라는 직물 속에 짜여 들어간 존재로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 자유로운 인간은 다름 아닌 죽음을 생각하며, 그의 지혜는 죽음이 아닌 삶에 대해 명상하는 것" _스피노자 106


  "이제 나는 이 지상에서 혼자이다." _ 루소  이 책의 첫 문장이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쓰기와 읽기는 소외의 경험인 동시에 공유의 경험이다. 118

  "나는 두 사람이 연합함에 있어 최고의 임무는 서로가 상대방의 고독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가장 친밀한 인간 사이에도 무한한 거리가 계속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각자 드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다른 전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그 거리를 사랑하는 데 성공한다면, 두 사람은 서로 나란히 걸어가는 멋진 동반자로서 삶을 성숙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거리를 받아들이고 포용할 때 사랑과 우정이 가능해진다. 내가 너를 안다고 생각할 때, 나는 너를 오해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너를 아는 것을 불가능한 일로 체념할 때, 나는 너를 오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러한 갈등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우리 관계의 토대로 삼을 때, 나는 "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다른 전체를 볼 수 있다." _라이너 마리아 릴케. 140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신, 어떻게 그리고 어느 만큼까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려고 노력하는 것" [쾌락의 활용] 미쉘 푸코. 187


 레비나스에 따르면, 타자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대응 능력)은 나를 하나의 주체로 구성한다. 타자는 내가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기 전에 나를 부르고, 이러한 부름에 대한 나의 반응은 내가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를 규정한다. ~ 타자에 대한 나의 행동과 반응은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것은 타자에 대한 나의 행동과 반응이다. 책임은 철학의 근간이다. 그것은 존재나 지식보다 선행된다. 224




 이 책을 만나기 전, 이 책의 저자인 강신주 님의 근작인 ' 상처받지 않을 권리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 라는 부제가 붙은) 를 우연히 읽었었다. 우연한 책의 인연이 이렇게 강렬할  줄이야 그 땐 몰랐었다. 그 책을 빌려놓고도 다른 책을 읽느라, 반납을 얼마 남기지 않고 펼쳐 들었는데, 오호라~ 노다지를 캐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서 강신주 님의 다른 저작물을 검색해서 두번째로 읽은 책이 이 책이었다. 

 이 책 역시 좋은 책의 모든 요소는 다 갖추고 있었다.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책의 구성 요소들도 완벽했다.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본문의 내용을 친절하게 꿰뚫고 있으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리고 각 장마다 더 읽을 책들을 소개하는데,책의 핵심을 간략히 찔러준다. 공부의 의욕을 내심 불러 일으킨다. 또 본문의 주석 또한 이렇게 쉽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엔 완벽히 좋은 책 이어서, 앞으로 이런 책을 쓰고 싶단 욕망과 함께, 강신주 님의 글쓰기는 나의 롤 모델 이 되었다. 공부의 내공이 매우 높아야 하는 당위성이 따라야 하겠지만, 마음속에 목표가 생긴다는 것은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철학이 없는 삶과, 삶이 없는 철학은 말 자체만으로도 뭔가 불안하다. 저자는 한쪽이 부재한 현대사회의 병듬에 대해서 아쉬워하고, 절름발이 와 같은 마음의 불안은 삶과 철학이 만나지 않음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 책의 목적은 철학과 삶의 만남을 주선하는, 그럼으로써 우리의 삶을 더욱더 풍성하고 윤택하게 만드는것에 있다. 철학이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으려면, 한때 그랬던 것처럼 그것은 삶에 대한 성찰이자 기록이어야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삶의 낯설게 보기를 통하여, 맹목적인 삶을 반성하고, 철학적 사유(거리두기)를 통해서 삶을 제대로 음미하자고 말한다.

 철학적 사유로 우리는 미리 삶에 낯설어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철학은 우리에게 ' 내가 나중에 알게 될 것을 지금 알 수 있게' 해주는 힘을 갖고 있다고 한다. 철학적 사유가 불편함과 당혹감을 준다고 해도, 삶의 현실에서 직면하게 될 그것에 비한다면 적다고 할 수 있다. * 그런 점에서 철학적 사유란, 다시 반복되지 않을 소중한 삶을 후회 없이 살겠다는 우리의 의지와 결단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한다.

 주옥 같은 본문의 글들은 빌려온 책의 한번 보기 로는 미흡하다. 이런 책 이야 말로 책장에 꼿아두고 두고두고 음미하고 사유해야 할 책이다. 좀 더 낳은 공부의 길에 친절한 Hub 로써 역할을 톡톡히 한다.
 많은 사유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 사랑에 관한 바디우의 철학이 인상 깊었다. 사랑은 하나가 아니라 둘을 지향해야 한다는. 논리에 나도 쉽게 수긍되었다. 개별성의 존재를 존중하고 인정할때에 진정한 사랑은 가능하다는 말이었던 듯 싶다.

 산을 좋아하는 내게 p75의 글은 주옥같았다. _ 우리가 산에 오르는 이유도, 산에서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아주 보잘것없는 정도로 작게 조망할 수 있는 고도감을 얻으려는 것입니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그래서 우리 자신이 사는 곳과 우리가 살 수 없는 곳 사이의 차이를 즐기는 것이기도 합니다._ 이런 예시로 참된 철학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지금 여기'와, '어디도 아닌곳' 사이에 있으려고 하는 의지를 통해 존재할수 있다고 한다. '어디도 아닌곳'이 의미 있는 이유는 그것이 '지금 여기' 를 반성하고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거리감, 혹은 낯섦을 우리에게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라고..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저자의 책을 통해서, 철학과 삶이 부재한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편견과 생활만이 가득찬 이 사회에서 자살을 예방하는 길은 각자 삶의 철학을 이뤄, 철학이 있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여야 합니다.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의 숫자가 절 깜짝 놀라게 해서 이렇게 마무리 합니다. '나','고통' 을 한 발 물러서 낯설게 보자고..

앞으로 글을 독백체에서 마지막 문단 처럼 대화체로 바꿔볼까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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