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애 첫 대학교 강의를 했다. 1시간 정도의 강의 개요 임에도 불구하고. 힘들어서 혼났다. 솔직히 말해서 나의 첫 강의는 망했다.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 내 자신이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야 한다. 기대와 현실은 엄연히 달랐다.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하던 상상훈련은 현실에서 전혀 먹히지 않았다. 긴장해서 떨리거나 하는 건 없었지만.? 내 자신의 말투와 음색이 꽤 어색하게 느껴졌고. 머릿속에 전달하고 싶은 많은 정보와 내용은 제대로 표현이 안되고 자주 끊겼다. 당연히 준비의 미숙함을 인정한다. 내가 얼마 만큼 공부한 거 뿐 만 아니라, 강의 기술에 대한 충분한 연마 같은게 필요 했었다. 첫 술에 배부르랴..혹은. 미숙했어도. 마음 만은 알아 주겠지 라는 프로 답지 않은 생각은 집어치우자.

 처음의, 실패를 발판삼아. 앞으로의 강의는 정말 사활을 걸고 준비하고 연습해야 한다. 어쩌면 오늘과 같은 나의 꼬임은, 의욕과 부담이 교차했기 때문일 것이다. 첫 강의로써의 신나는? 설레임은 나의 강의안과 수강생들의 현실적 여건 차이에 비롯해 사그라졌다. 나는 당연히도 예술대.또는 미술대 학생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쪽과는 전혀 관계없는 과 학생들 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생각은 내가 원래 하려했던. 교양으로써 사진의 문화 역사적 이론과. 현대 작가론은 미술교육원의 기초 사진반 정도의 커리큘럼으로 바꿔야 하나. 라는 고민을 하게 한다. 물론 그런 방향이..나도 편하고 학생들도 편하겠지만. 나는 여전히 대학교(아카데미)란 곳은 사설학원이나 인터넷 상에서 배울수 있는 기술이 아닌, 어떤 담론을 이끌어내어 새로운 생각과 인식을 갖게 하는걸 주안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예술이나 인문학 분과에선.. 사진은 예술이기도 하지만. 기술도 무시할 순 없기 때문에 나의 학문적? 욕심과 학생들의 need를 절충해야 겠다.

 출석부가 안 나왔는데도, 80~90명 이 되는 인원이 강의실을 꽉 채웠다. 다음 수업땐. 수강신청 정정기간을 통해서. 절반 이상이 드랍 시켰음 좋겠다. 아마도 첫 강의의 어설픔으로 인해 정말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10명 정도의 대학원 수업 같은 인원이 남게되면..강의야 편하겠지만 참 씁쓸할 것이다. 정말 그렇게 되면. 나머지 학생들에게 수업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첫 날 초짜티 팍팍 내며 연기한 거라고 뻥쳐야 겠다.

 그동안 강의의 달인. 코디최 선생님의 명강의를 보고 들으며, 록스타를 바라보듯한 동경과, 꿈과 희망에, 나도 저렇게 강의를 하고 싶다 라는 열망은,  현실의 문 앞에 고개를 숙였다. 쉽지 않다. 대단히 어렵다는걸 몸으로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그랬기 때문에 먼 훗날, 내가 오늘을 발판 삼아  ~ ..할 수 있었다 라는 말을 하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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