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뭘 바꾸려고 했던 생각 자체가 변화에 덜미를 잡혔다. 도로아미타불.. 불교의 가르침대로 어떤 집착은 번뇌의 순환고리를 만든다. 그냥 나를, 나의 마음을 놓아버리자고. 강물이 흐르듯 실체가 없는 이것들에 모양과 이름을 만들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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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를 좋아하지만, 경기를 처음 부터 끝까지 다 보는 경우는 일년에 몇 번 없는거 같다. 선발 투수전으로 신속하게 경기가 진행되는 경우야 2시간 30분 안으로 마치게 되니까 뒤끝이 깔끔하다. 어제 류현진 경기에 이어서 오늘 아침엔 내가 좋아하는 다저스의 투수 잭 그레인키가 선발이었다. 위기를 잘 넘어서며, 1실점으로 막았고, 큰 점수차에서 6회 1아웃까지 잡고, 마운드는 불펜 투수들에게 넘어갔다. 상대팀 애리조나는 어제에 이어 다저스 선발 투수에게 꽁꽁 묶이며 명성있는 타자들의 유명세가 무색하리만큼 빈타에 허덕였다. 하지만 그레인키가 물러난 이후, 다저스의 불펜 투수들은 큰 점수차의 승리를 만끽하지 못하고, 하나같이 빌빌댔다. 그 중에서도. 브랜드 리그 라는 놈은 도저히 그럴수 있지 라는 마음이 안 생긴다. 사실 이 글도 그 놈을 까기 위해서 랄까. 이렇게라도 욕을 안하면 내안의 분노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작년에도 그렇게 불질을 해더러니, 오늘 투구 모습을 보니까, 완전 배팅볼 투수였다.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혼신을 다해 던진다면, 안타를 맞아나가더라도 그럴 수 있지 할 수 있는데, 이 놈은 정말 투구에서 그런것은 고사하고, 뻔뻔한 철면피의 표정이 엿보인다. 류현진 보다 연봉을 더 받는 배팅볼 투수라니.. 고액 연봉 지불이 아깝다해서 불펜에 데리고 있지 말고, 차라리 그 자리 하나를 마이너리그 유망주에게 줬으면 좋겠다. 지금 나 뿐만 아니라 팬들의 댓글에서도 난리가 아닌데, 구단주나 감독은 속으로 얼마나 더 답답하겠냐만은, 오늘같은 경기를 질질 끄는 모습을 보면 이기더라도 전체적인 팀 분위기를 헤치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브랜든 리그는 듣보잡 리그로 보내라. 얘는 KBO 와도 2군으로 내려갈 실력. 


 짜파게티를 먹으며 완전 짜증 폭발하게 만들었다. 오늘 한 경기만을 보구 이러는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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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잠이 늘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게 아니라, 일찍 자고 보통 처럼 일어난다. 꿀잠을 자고 나면 몸은 개운할지 몰라도 마음 한편으론 너무 나태한 생활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든다. 딱 6시간만 자면서도 숙면을 취하는게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일 게다. 불면의 밤을 보내는 사람들의 고통을 헤아려 본다면, 차라리 잠이 많아서 불만인건 행복한 거다. 


 아마도 환절기의 영향도 잠을 불러오는것 같다. 봄 기운이 겨우내 응축된 인고의 시간을 지나 새싹을 틔우듯이 우리 몸의 세포들도 지각 변동으로 바쁘게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 같다. 의식과 감각이 깨워져 나가 타자에게 닿고 싶은 마음은 봄이 불러오는 자연의 이치다. 다만 그 현장성은 인연 조건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어찌 됐건 봄날은 새로운 희망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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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절기래서 그런지 피곤한 기운이 몸을 사로잡는다. 많은 말들이 스르륵 스쳐 지나갔던 하루였다. 언어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확신어린 자신감이다. 종종 단어들은 흩날린다. 머릿속에 부유하는 단어들을 순차적 연결고리의 끊임없는 무의식의 작용으로 끄집어 낸다. 

 몇일전 저녁을 먹으며 상대가 했던 말이 마음에 걸린다. 그게 사실이었고, 그런 결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지적을 받으니 내 자신에게 이거 밖에 못돼. 라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이 무뎌디지 않고 생생히 작동하고 있다는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지. 봄 이래서, 나는 경솔했는가. 

 어렴풋한 어떤 부탁의 언급을 굳이 왜 그 자리에서 했는지 후회가 된다. 나중에 물어봐도 좋았을 것을.. 상대 입장에선 그 만남이 부탁을 위한 목적의 자리 라고 느꼈을걸 생각하니, 참으로 미안하고 죄송스러워진다. 진심은, 간만에 마주하고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거였다.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는 상황임에도 헤어지고 나서 먼저 메시지가 왔다. 자신을 낮추며 날짜 정해지면 맞춰보겠다고.. 미안하고, 고맙고, 그 마음씀에 송구해졌다. 그러곤 내 자신에게 조금은 질책을 가했다. 


 주유를 하고 무료 세차를 했더니 곧 바로 비가 내렸고, 호두과자를 한입에 넣었다가 뜨거운 팥앙금에 입천장이 호되게 데여 너덜너덜 해졌다. '이런 망할!' 

 미세먼지에 일주일 내내 헛기침이 나왔고 텁텁한 봄에 싱그러움은 자취를 감췄다. 피곤이 쌓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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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3일의 글.


 3월의 첫 월요일은 생글생글한 시작의 설레임이 물씬 풍겨난다. 차가운 바람은 봄을 예고하는 따가운 햇살에 얼마간의 온기를 지니고 있다. 개학,개강의 날. 새로운 이들을 만난다는 설레임과 두려움. 우연과 인연의 장이 펼쳐지는 날이다. 이렇게 역동하는 변화의 장은 케케묵은 선생들의 또다른 골칫거리를 한아름 떠안게 된 시무룩한 표정 조차도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인해 기대와 희망으로 채우게 될 것이다. 오히려 직업으로써만의 선생은 그런 아이들의 눈빛에 감화 받아야 한다. 


 오늘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두 조카녀석들의 해맑은 웃음이 떠오른다. 그리곤, 내가 입학했던 날이 뇌리에 스친다. 첫 선생은 케케묵은 할머니 선생 이었다. 내 기억으론 물질적 욕심에 찌든 얼굴이었다. 그런 연유인지 나는 그리 해맑은 아이는 아니였던 것 같다. 

 얼마 전, 연락을 간혹 나누던 제자와 잠시 만났다. 몇 년 전, 첫 강의의 긴장을 마치 성모 마리아의 미소를 수업 내내 지어보이던 그 학생의 눈길을 보며 용기를 얻었고, 위안 받았다. 작년 한 해가 넘어가는 사이, 이성친구가 생겨 무척 행복한 대학생 커플 사진을 봤었는데, 이 날 듣자하니 고새 깨졌다고 했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그냥 스쳐지나가는 바람이겠거니 여겼는데, 되게 아픈 모양이다. 쓰린 가슴으로 한숨짓는 모습에 내가 해 준 말은 고작 '원래 다 그런거야' 투의 꼰대의 뻔한 말 밖에는 없었다. 


 김형경씨의 신간 '남자를 위하여'를 보면 남자와 여자의 사랑의 양이, 남자는 1 여자는 9 라고 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아홉배쯤 더 좋아하는 이유를 타당한 유추로 설명하는데, 남자는 사회적 성공을 향해 열정의 9를 쏟고 나머지 1정도를 여자에게 준다면 여자는 그 모든 노력을 오직 남자에게 쏟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자가 느끼는 정서적, 감정적 친밀감이 남자의 아홉배가 아닐까 싶기 때문에 실연을 당했을때, 감정의 여파가 더 크고 오래가는 것 같다. 내가 아는 경우만 해도 여자들이 남자랑 안좋게 헤어지고 나서 폭삭 늙는 것만 봐도. 남자들이 첫사랑을 쉽게 못 잊는 것도, 아직은 사회적 책무감이 없을때의 '사랑이 전부다.'란 감정에서 그런것도 같고, 3년 아래의 대학 여자 후배의 그동안의 삶의 경과만을 보더라도 버림 받은 상처 때문에 오랜 동안 헤어나오질 못하더라.


 이런 이들이 제반된 사항은 천성적으로 착하고 순수한 마음의 소유자들이다. 남자들 때문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점점 영혼의 통로라는 눈이 퀭 해 지는 지경. 서른이 훌쩍 넘은 그 후배는 그렇다 쳐도, (종종 보면 안쓰러움) 이 제자는 지금이 시작인데, 훌훌 잘 털어버리기를 바랬다. 


 아무래도 채 한시간도 안되어 헤어졌기 때문에 딱히 이야기를 듣거나, 해줄 말이 필요 없이 잠시 같이 있어준 것만이 다 였는지도 모른다. 어떤 위로나, 판단, 충고나 조언의 말이 불필요 한 것임에도 나는 어줍짢게 이런저런 토를 달은게 마음에 걸렸다. 이런 찜찜함은 결국, 나의 문제로 화살을 돌렸는데, 어떤 비수가 여전히 존재했다. 


 몇일후, 장문의 감사 메시지가 왔고, 나는 그 답장으로 비교적 장문의 메일을 후루룩 써내려갔다. 내가 이런 경험을 잘 알아서라기 보다, 남녀노소, 범인, 성인군자를 막론하고, 인간이고 그것이 진정한 마음이라면 이런 아픔에 속수무책인게 당연한것 같다. 우리가 문학작품이나 영화속에서 큰 감동을 받는것도 내 아픔 보다 더 큰 상처를 마주했을 때, 받는 위로 인 것이다. 타인의 더 큰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자아는 더욱 커지거나 무마돼, 마음의 벽에 갇혀 헤집던 고통도 굴레를 벗어날 것이다. 천재 니체도 벤야민도 좋아 하는 여자 때문에 전전긍긍하며 자기를 옭아맨거 보면 나의 찌질함이 더이상 부끄럽지 않다. 사랑 앞에선 인간은 다 마찬가지다. 누가 누굴 위로하고 조언하겠는가. 



 내가 처음으로 깊이 몰입해서 한 호홉으로 글을 쓴, 몇년전의 회한의 경험은 언제고 글을 쓸때, 마음에 새기고 있다. 자기기만과 과시로의 글쓰기가 얼마나 우둔했고 비겁했는지, 자아도취의 몽매가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가슴아프게 깨달았다. 훌훌 털어버리려고 썼던 그 글이 결국 상처로 작용했고 돌고 돌았다. 하나의 글이 가진 반향은 의외로 컸다. 정신의 총제적 반영은 단어와 문장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데, 이 소통은 근본적으로 오독과 오해를 불러온다. 일년전 상대는 내가 전한 메시지를 정 반대로 이해했다. 어느 정도의 오해가 아니라, 전혀 다른 해석, 완벽한 오해에 다시 한번 말하고 글쓰기의 어려움에 좌절했다. 더 나아가선 심리의 반영,반향을 조금은 공부하게 되었는데, 상대의 언어에 되갚는 대응은 치명적이었다. 나의 언어는 상대의 말에 빗대어, 당신이 멋진 사람이고 당신이 지금 나를 싫어하지만 나의 장점을 알아 볼 수 있게, 내가 더욱 좋아하겠다. 노력하겠다.의 의미를 상대는 내가 자뻑 망상의 기고만장한 남자로 받아들였더라. 상대의 어마어마한 분노가 잠시 자존감을 헤쳤지만, 먼저 내가 시작한 인과응보여서 슬픔이 더 컸다. 


 하는김에 하나 더 억울한걸 말해 보자면, 상대의 출신학교를 듣고, 내가 보인 표정에서 상대는 내가 학벌을 따지고 무시하는 반응으로 받아들여 되게, 화가 났었더라. 내가 지은 놀란 눈 표정은 평소 예상했던 그 학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1번 국도를 타다 보게되는 어느 학교 표지판을 보며 당연히 저기를 다녔겠구나라고 생각에, 그게 아닌 답변이 나오자, 그동안 나만의 유추와 착각이 허탈해졌다고 할까.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에서, 인지하지도 못한 사소한 행동 하나가 상대에겐 상처가 되고 오해의 불씨가 되었다 쳐도, 그런 분노의 폭발은 감내하기 힘들었다. 잘근잘근 곱씹는 상대의 잔인한 언사에 가슴이 무너졌지만, 화가 나진 않았다. 이상하게도 상대 앞에 서면 탈탈 털려 백지의 바보가 된다. 그 쪽이 신기가 쎈건지, 색기가 쎈건지 이성의 작동은 무마된다. 감정이 투사되어 반응했던 나의 행동에도 문제가 많았다. 관심의 언어는 직언으로 날아갔고, 이게 아닌데'의 늪으로 빠져 들어갔다. 


 위에 말한 두가지 오해 말고도, 뭔가 있으려나. 마음에도 없는 사람에게 어떤 좋아함이 순수를 가장한 강요라고 느꼈을까. 싫은 사람은 뭘해도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믿는 대로 보는 오류 였을까. 상대를 탓하진 않는다. 오히려, 모멸감은 나를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처음 본 이후로 상대는 소통의 어려움을 알려준 언제 어디서건 나의 글쓰기 선생님 같은 고마운 존재다. 오독과 오해의 설킴과 핡큄에도 불구하고 단념과 체념의 상대가 아니라 마음을 비워, 있는 그대로의 나와 상대가 心心하게 다시 볼 수 있을까. 이젠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 뭔가를 기대할 것도 없고, 이렇게 털어 놓음으로서 후회할 것도 없어지겠지만, 아이들의 해맑고 순박한 모든 표정을 그러담아 환한 웃음을 짓던 그 마지막 모습만은 안 잊혀진다. 

그래서 뭘 어쩌려구..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은 붓 글씨를 쓰면서 원기옥을 가다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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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 스포츠 방송에 별 관심도 없던 내게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은 이상하게도 감동의 연속이었다. 아무튼 여자 쇼트트랙 경기에서 조해리 선수에게 팬심이 작동하여, 이후, 위와 같은 대화들을.. ㅋㅋ

 동계체전은 못 가봤지만, 다른 경기라도 언젠가 꼭 가봐야지. 조해리 화이팅~~


 그나저나 뒷북이지만 폐막식에서 다음 개최지인 평창, 대한민국의 홍보 공연은 좀 별루였단 생각이 든다. 의외로 사람들이 폐막식을 안 보았는지. (재방송이라도) 인터넷 상에도 별 말들이 없다. 아리랑을 조수미-나윤선-이승철이 나와 각기 다른 스타일의 편곡으로 메들리 형식으로 불렀는데, 나윤선은 최고였지만, 아리랑과 조수미의 클래식한 성악과는 언밸런스 했고, 여기에 이승철이 왜 나왔는지..정말 비호감의 인물이자 노래와 편곡도 그지 같았다. 또 하늘에서 내려온 거문고를 두루마기 한복 입은 중년의 사내가 거문고 연주하는 건, 우리안의 전통에 갇힌, 고루함이 엿보였다. 차라리 싸이와 사물놀이패의 화려한 율무의 협동 공연이라면 어땠을까..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폐막식에서의 다음 개최지 런던 영국의 대중 문화 자부심 이었던, 전설적 그룹 레드 제플린의 지미 페이지가 백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홀 로타 러브'를 연주하는 모습이야말로 전세계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1988년 하계 서울 올림픽이 최악의 개회식으로 이름이 올리듯이 앞으로 평창 동계 올림픽. 심히 걱정된다. 문화적 역량이 한계가. 짧은 프리젠테이션 공연 이었지만, 드러나 보여, 더더욱. 


 아래에 퍼온 글은 참 많은걸 느끼고 생각하게 한다. 


 김연아 피겨 경기시 

한국해설자와 서양해설자의 해설내용 비교 

*한국 "저 기술은 가산점을 받게 되어 있어요." 
*서양 "나비죠? 그렇군요. 마치 꽃잎에 사뿐히 내려앉는 나비의 날개짓이 느껴지네요" 

*한국 "코너에서 착지 자세가 불안정하면 감점 요인이 됩니다." 
*서양 "은반 위를 쓰다듬으면서 코너로 날아오릅니다. 실크가 하늘거리며 잔무늬를 경기장에 흩뿌리네요." 

*한국 "저런 점프는 난이도가 높죠.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서양 "제가 잘못봤나요? 저 점프! 투명한 날개로 날아오릅니다. 천사입니까? 오늘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와 이 경기장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고 있습니다. 감사할 따름이네요" 

*한국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습니다. 금메달이네요! 금메달! 금메달!" 
*서양 "울어도 되나요? 정말이지 눈물이 나네요. 저는 오늘밤을 언제고 기억할 겁니다. 
이 경기장에서 유나의 아름다운 몸짓을 바라본 저는 정말 행운입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 해설자를 욕할 수 없습니다. 딱 우리 수준에
   맞게 해설해 주는 겁니다. 


 

 인터넷으로 여러나라의 중계 방송을 보며 해설을 들었는데, 정말 저랬다. ㅜㅜ


 빙상 연맹 회장이 이건희 사위 더라. 윗대가리 세명은 삼성맨이고, 역시나 더러운건 이유가 있었어..


 아무쪼록 조해리 선수 부상 당하지 말고, 건강하게 선수 생활 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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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의 역습은 맑은 하늘을 없애 버렸다. 몸과 마음이 텁텁해진다. 기나긴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3월의 첫날임에도 마음이 울적하다. 맑은 공기 밝은 햇살의 그리움. 봄 비가 간절해진다. 담배를 피우나 안피우나 마찬가지라고 누군가 그랬다. 이미 대기가 담배연기의 해악 만큼 오염되었는데, 금연해서 뭐하냐.의 자포자기 투의 씁쓸함. 가뜩이나 이 꼴같지 않은 정부에 떨어질 정도 없는데, 심지어 이 국토의 아름다움을 더러운 먼지가 감춰버렸다. 운동을 못해서 그런가, 공허하다. 토요일 밤의 한가로움이 일요일 밤의 후회어린 적막함 같다. 이런 날은 일찍 자버리는게 상책일 듯 하다. 새로운 내일을 기대하며.. 


 몇일전 카드재발급과 여타 일로 은행에 다녀왔다. 은행원들은 친절하지만, 그들의 모니터속에 내 속속들이 정보들이 까벌려지는게 내심 불편하다. 미용실에 앉아 안경 벗고 헤어컷팅 당할때의 느낌과 비슷한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서비스적 특권으로 무방비로 보여지는 신체와 개인 정보. 그런데 더 생각해 보니, 치과나 여자들이 산부인과 갔을때가 가장 기분이 더럽겠단 생각에, 은행에서의 찜찜함은 축에도 못 끼는구나 라고 허탈해진다. 


 그래서 어쨌거나 은행 창구에 은행원과 대면하고 앉아 있으면 나는 무뚝뚝하다. 딱히 시선을 둘때가 마땅치 않아 그들의 빠른 손놀림에 내심 감탄하며 앉아 있다. 명찰의 이름도 한번 보고, 내 쪽에서 부담스런 시선을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속으로 저 여자는 나이가 몇 살일지 유추해 보는 사이, 이래저래 여기저기 이름과 싸인을 요구하는 안내가 이어진다. 어느샌가 일단의 업무는 끝나고, 모바일 뱅킹에 가입안하셨다고, 직접 내스마트폰에 설치를 해주고 자세히 알려준다. 집중해서 설명을 듣고 있자니 노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 나쁘다는건 아니다. 대리 직책을 달고 있는 이 직원은 아가씨라고 부르기엔 연로했고, 아줌마라고 불리기엔 조금 억울해 보였다. 


 예상치 않게 폰뱅킹 안내를 받느라 예금 상품 상담까지 오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 가늠못할 나이의 은행원은 능수능란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나는 구몬학습 받는 초딩처럼 공손히 듣고 있었고, 여전히 무뚝뚝했다. 굳이 나까지 화대에 응대하면 너무 가식적인 살기 좋은 나라의 장면 아닌가.. 


 그 직원이 나와 동갑이라고 밝혔을땐, 좀 의아해했는데 아마도 어떤 나이 제한 상품 설명에서, 이 요건 안에 드니 적극 추천하며 말했던 것이었다. 동갑의 고객에 어떤 동질감을 느꼈을까. 상담이 조금 길어지며 어떤 친밀감이 조금 형성된건, 직원의 나이가 나랑 같다는 것을 말하는 순간, 그동안의 무표정을 버리고 쓴 미소를 지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 지금 내 나이의 여자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자조섞인 미소. 매일보는 나 자신의 노화를 가늠하기 힘들지만 동년배들을 통해 '아 내 나이듦은 이 정도 구나' 라고 느끼는 이젠 흔한 충격. 아가씨도 아닌 아줌마도 아닌 뭔가 규정할 수 없는 나이때의 오묘함 이었다. 그 사람의 손에 반지가 있었는지를 볼 생각도 없었고, 어땠는지를 모르니 나이를 떠나서 전혀 안 끌렸다고 할 수 있으나, 이 나이에 완전 아줌마로는 안 보였으니 미혼인것 같았다. 동갑보다 미혼의 동질감이 더 컸다. 


 모든 일을 다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땐, 속으로 꿋꿋히 골드미스로 잘 살아나가기를 기원했다. 저주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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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동계 올림픽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그래도 쇼트트랙 여자 계주 금메달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심석희가 첫 은메달을 땄을 때만 해도, 나는 쇼트트랙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마음에 있어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에게 이런 말들을 했다. 그건 꼼수트랙 이고, 스케이팅의 진수, 아니 동계 올림픽의 진정한 꽃은 스피드 스케이팅 이라고 말이다. 


 대회 초반에 역시나 스피드 스케이팅 이상화 선수가 올림픽 2연패의 금자탑을 세웠고, 4년전 밴쿠버 올림픽에서도 이상화 선수의 터질듯한 허벅지의 힘찬 질주에 감탄해 어떤 글을 썼던 기억이 났다. 피니쉬 라인을 통과한 후, 허리 굽혀 상체를 떨구고 가쁜 숨을 고르는 스케이트 선수들의 모습엔, 우리가 바람을 볼 수 없지만, 내가 만들어내는 바람이 어떤 것이고 그것이 얼마나 고통어린 아름다운 순간인지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동계 올림픽의 도박판 같은 짜릿함은 쇼트트랙에서 나온다. 이런 경쟁의 쥐어짜듯 아슬아슬함을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 대다수 겠지만, 나는 현실의 아둥바둥함을 꼭 빼다 닮은듯한 쇼트트랙 경기가 내심 불안감을 심어 주었다. 좁은 곳에서의 자리싸움, 교묘한 방해 동작, 실력 만이 아닌 운의 작용. 전략 혹은 계략의 치열함이 난무하는 쇼트트랙 경기는 진정한 스포츠맨쉽 보다는 현실사회의 반영이란 생각에 불편한 마음이 든 것이다. 스피드 스케이팅 처럼 자기를 극해서 얻은 실력만이 다가 아닌 점.이 특히나 우리나라 사회의 반영인 것 같고, 그런 변수와 아둥바둥함에서 우리나라가 쇼트트랙 강국이고, 코치진을 수출하는 나라이자, 그 안으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이리라 본다.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수두룩 따는 효자 종목인 만큼, 선수 주변에서 극심하게 횡횡 하는 이기심 들이, 겉잡을수 없는 파행으로 치달아 결국, 뛰어난 선수들과 스포츠의 본질을 망각하여 투전판으로 전락한 소식들을 스포츠 뉴스의 짦막한 단신 뉴스로 우리는 접해야 했다. 일반인들에겐 금메달을 아무리 딴다 해도, 스포츠 정신보다는 더러운 정치판과 다름 없이 느껴질 뿐이었다. 불쌍한 것은 그럼에도 땀흘리며 연습을 하고 어찌됐던 세계 대회에서 꾸준히 메달을 따내는 선수들이다.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못된 구석이 많다는. 민족의 특성에 장점도 많지만 치명적인 단점은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란 속담이 있듯이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봐준다. 그렇게 세기의 쇼트트랙 천재 안현수 와 진선유는 파벌, 왕따의 피해로 다른나라로 귀화했거나 이른 은퇴의 길을 갔다. 

 두각을 나타내는 재능있는 선수를 경계하고 깍아내리는 온갖 행위들이 난무했을 정치적 이기심은 안현수의 일로 도마위에 올랐다. 예전에 스포츠 뉴스에서 짧게 안현수 아버지와 다른이들이 싸우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그가 러시아 대표로 금메달 3개를 따면서 빙산연맹과 쇼트트랙의 파벌문제에 성토가 빗발친다. 나 또한 그런 일환에서 알게된 안현수의 귀화 배경의 몇몇 다큐멘터리와 인터뷰를 찾아 보면서 너무도 안쓰럽고 답답했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가장 나쁜 기질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쇼트트랙 여자 계주 3000m 금메달 경기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김연아나 이상화의 경기 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단체전의 총력은 그야말로 국가를 대표하는 희열이 있었다. 사실 이 경기를 보기 이전과 이후로 올림픽 대회와 쇼트트랙 경기에 대한 나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순수한 스포츠 정신을 가장한 현대 정치, 국가 체제의 교묘한 속내는 히틀러 시대의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나 전두환 시대에 결정된 1988 서울 올림픽의 경우를 보더라도 알 수 있고, 냉전시대의 미.소 양국의 올림픽은 또 어땠는가. 더 앞으로 나아가서, 근대 스포츠는 잃어버린 자연. 육체에 대한 복고주의 향수 아닌가. 국가의 미명아래 행해지는 개인 육체에 대한 초탈. 

 스포츠에 대한 비판적 식견은 사실, 내가 몸을 움직여 땀을 흘려 얻은 경험과 '달리기와 존재하기' 란 책을 읽고 인식이 바뀌었다. 이 책을 쓴 조지 쉬언은 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운동 철학자란 말 그대로 운동의 의미를 몸이 기억하고 가슴에 새기게 했다. 그리고 계속 말하게 되는 여자 계주 금메달 경기. 

 사실 이 글의 요지는 '조해리 선수 너무 예뻐요'가 본래 의도다. 경기후 방송 인터뷰에서 잠시 감정에 북받혀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에 왠지 가슴이 아렸다. 진정성. 선한 인상에 숨겨진 고생의 흔적들이 비춰졌다. 이런 호기심은 조해리 선수의 여러 인터뷰와 글들을 보면서 첫인상에 직감했던 그대로였다. 금메달의 감동은 맏언니 조혜리 선수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알수록 더욱 뭉클해졌다. 

 

 아주 간략히 이야기 하자면, 10대 때부터 기량이 탑 이었는데, 첫 올림픽은 바뀐 나이 규정 때문에 28일 차이로 출전이 무산됐고, 다음 올림픽은 20대 초반이었는데, 부상 때문에 출전 못했다. 이때, 슬럼프와 우울증에 자살 사이트 까지 가입해 봤다고 한다. 조해리 선수에 대해선 파벌 문제가 언급되지 않는데, 안현수와 같은 코치 밑에서 있었다고 하니, 왠지 의구심이 들긴 한다. 다른 동료들이 메달을 따고 돌아오면서 내심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다음 대회인 밴쿠버 올림픽에선 계주 금메달을 따고도 이해못할 판정으로 실격당했다. 이 때 분통한 기억이 나는데, 결국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선수들의 면면을 볼 수 없었고, 김연아의 피겨 금메달의 환호에 묻혀 곧 잊혀져 갔다. 그렇게 해서 이번 대회, 쇼트트랙 선수로서는 환갑의 나이라는 29살에 드디어 금메달을 딴 것이다. 심석희를 비롯한 나이 어린 선수들이 잘 했기도 하지만, 최고참인 조해리의 역할이 제일 눈에 띈다. 개인전에서도 후배를 위해 커버해 주는 모습이나, 눈물 지으며 격려하는 장면들. 정말 아름답다. 그녀가 개인전에도 욕심을 내서 메달을 하나 더 땄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인터뷰를 보고 들으면서 쇼트트랙에 대한 표피적인 선입견이 없어졌다. 예리한 칼날 위에 속도와 지구력 싸움은 첨예한 위험 속에 부상을 달고 사는 것 이었다. 그렇게 앳되고 이쁜 선수들의 몸은 훈련의 고통으로 매일 만신창이가 되는 모양이다. 운동에만 매진하기에도 벅찰텐데 꼭 당사자가 아니라도, 파벌로 인한 근심과 이미지 추락은 참 힘들었을 것 같다. 안현수의 인터뷰를 보면 조심스레 기죽어 말하는 모양새가 안쓰럽다.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더라도 그의 표정을 보면 그동안 얼마나 심적 고통이 많았을지 느껴진다. 그렇게 8년만에 다시 3관왕이 됐다는게 정말 기쁘다. 국적을 떠나서, 한 인간 승리의 감동 이었다. 안현수에서 빅토르 안으로 바뀌는, 마지막 공항 출국장에서 가족과 헤어지는 의미 심장한 영상이 뇌리에 남는다. 그가 금메달을 따고 환호할 때나, 조해리가 눈물을 지을 때, 다시 봐도 뭉클 하다. 


 이규혁 선수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러나 다음 평창에선 빅토르 안이나, 조해리, 이상화를 볼 수 있을까. 이상화는 나이가 그래도 어리니 3연패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 감동을 이어서 꼭 쇼트트랙 경기장을 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실업팀 경기도 있고, 빙상 경기 대회를 관람해 보리라. 조해리 선수에게 싸인 받고 싶다..ㅎㅎ 


 조해리 선수 트위터 에서 나머지 사진은 구글 이미지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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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김연아의 경기 이후로 마음이 계속 짠하다. 사실 그렇게 김연아에 열성적인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닌데, 피겨 퀸의 마지막 경기 라는 것과, 그녀가 보인 회한의 표정들이 마음에 깊이 울렸다. 동시에 아사다 마오의 울음에도 마음이 동했다. 어떤 관념적 사랑의 감동보다. 이런 스포츠에서 드러나는 육체의 자기 극복 한계와의 싸움에서 표출 되는 감정의 사뭇치는 여운은 인간 영혼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 일 것이다. 


 너무 큰 부담을 안겨주었던 김연아. 그런 짐을 짊어지고 자기 몸 망가지랴 최선을 다해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소명을 다한 그녀에게 정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스포츠 이상의 예술적 심미안을 갖게 해준 그녀의 몸짓은 점수로 매길 수 없는 아름다움 이었다. 고작 24살 밖에 안 되지만, 너무나 대인배 같은 성품이 뭍어나는 그녀의 말과 행동은 많은 귀감과 용기를 준다. 나이가 문제가 아니다. 어떤 어려움을 헤쳐 넘어 본 자들이 진정 어른인 것이다. 담대하고, 현명한.. 김연아에게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이 감동 잊지 않겠음.


 내 인생 최고의 스포츠 스타는 박찬호와. 김연아.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 도사리는 그늘에서 어떤 시련을 겪었을지 가늠해 볼 수록 마음이 짠 해진다. 


 종종 사람들이 박찬호의 한만두 사건이 조롱어리게 화자 되는데, 나는 그 사건에 정말 감동을 느낀다. 실제로 그 경기를 라이브로 감상했던 나는 (1이닝)회에 같은 타자에게 루 홈런 개를 얻어 맞는, 처참히 무너진 박찬호의 멘탈을 걱정하며 내 일 같이 가슴이 아팠다. 그날은 그렇게 부끄럽게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그는 결코 무너지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전무후무한 기록의 불명예한 희생양이 됐지만 그런 실패를 안고 계속 선발투수로 경력을 이어갔다. 보통 사람 같으면 정신적 충격으로 확 무너졌을 것이다. 이 날 이후로 박찬호는 잘하는 선수 이상의 존경심이 생겼다. 


 박찬호와 김연아는 내게 그런 짠한 감동을 새기게 한다. 이제 시대의 뒷편이 아닌 삶의 2막을 열어가는 그들의 모습에 감사의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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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초 부터 본의 아니게 노인 코스프레를 하게 되었다. 연휴 끝나고 바로 이어진 월요일 화요일의 강추위는 온몸을 오들오들 움추리게 만들었다. 월요일 저넉에 약속이 있어서 강남쪽으로 넘어갔다가, 약속 장소를 잘 못 찾아서, 30분을 거리에서 헤맸다. 이렇게 추울지 모르고 보통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찬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부니 아이폰의 전원이 나가 버려 더더욱 길을 못 찾았다. 요즈음 살이 붙어서 피하 지방층이 내복의 역할을 한 듯 했으나, 이런 날은 무조건 따숩게 다녀야 했다. 


 그래도 평소에 하체 단련 운동을 해왔던지라, 허리에 문제가 생길지는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이 닦다가 세면대에 굽힌 허리의 뒷 쪽에 잠깐 뻔쩍 화끈 대더니 아차! 싶었다. 예전에 두어 차례 이런 적이 있어서 몇일 근육통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게 화근이었는지, 나이듦에 의한 회복의 지연 인진 몰라도 그날밤이 됐을 땐,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 똑바로 누워도 허리를 필 수 없어 웅크려 옆으로 누워야 그나마 고통이 없었다. 새벽녘이 되서야 주기적으로 몸을 돌리던 수고의 피로에 지쳐 잠 들었더니 아주 조금 붓기가 빠졌다. 


 평소에 그 흔한 감기를 잘 안 걸리는 내게, 이런 몇일 간의 고통은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허리가 문제가 생기자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약해지고 만사가 다 귀찮아졌다. 읽고 쓰는 모든 정신적 행위는 결국 허리 이하 하체의 건강에서 비롯된 것 이라는 말이 옳았다. 머리나 가슴의 차원에서 더 내려가 하체 힘으로 오래 앉거나 오래 산책하기에서 끌어올린 생각들이 관건이다. 몇일 쉬면 회복될 걸 알기에, 체념에 빠지진 않았지만, 좀 서글퍼지긴 했다. 묵혀두었던 상념들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정신을 좀먹게 했다. 자기이해와 자기성찰이 건강함에서 비롯되지 않으면 정신나간 신파가 된다. 육체의 고통은 타인(의 아픔)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든다. 고질적으로 허리가 아픈 후배에게 내심 응원의 마음을 전했고 ~ 글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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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영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의 문화,예술의 전통과 세계적 입지를 부러워하는 글을 썼는데, 마찬가지로 일본의 사진작가 히로시 스기모토는 현대 사진의 대표적 거장으로 전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가 되고, 그의 작업들은 사진계에서 많이 화자되는 스타 작가이다. 


 유럽에서 얼마간 살다 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럽인들이 일본을 매우 좋아하고 일본인은 보통 아시아 사람들과 같은 레벨이 아닌 문화적 감각(미감)을 소지한 계층으로 본다던데, 여기서도 역시 '한국은 없다'를 여실히 느낀다고 한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무작정 싫은 마음의 무시가 아닌, 좋은점들을 솔직한 눈으로 봐야 한다. 그네 나라의 정체성이야 그렇다 쳐도 그들의 미감 만큼은 훌륭하다고 본다.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인 동양문화의 특성을 확보했고, 서양인들에겐 일본의 문화는 자기들 눈에 딱 맞는 이국적인 색다름 이었을 거다.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이 흠모했고 따라하기도 했던 화풍만 보더라도 일본적인 것은 세계의 미감과 연동돼 있다. 


 뉴욕에 성횡하는 일본식 레스토랑만 보더라도 동양성이 서양과 어떻게 접목되어 파급되는지 볼 수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에 스며든 선불교의 가치는 일본성의 모든 기저에 흐르고 있다. 조선시대 배불정책으로 유구한 선의 전통이 산으로 갔다면 일본은 대중 미학으로 발전시켰다고 본다. 그 기저에서 서양의 합리성과 만났으니, 고정된 것은 없고 실체는 없다 라는 선의 진리에 더 부합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통에 갇히지 않은 전통의 합리적 계승이 오늘날 일본의 문화 역량이 아닐까. 


 히로시 스기모토의 개인전은 국내 처음이고, 말로만 듣고, 사진집으로만 보다가 실제 (젤라틴 실버) 프린트를 보니까 생각보단 원본의 아우라를 많이 느끼진 못했다. 인쇄된 복제물이 원본의 가치를 더 상회하게 된다는 기술 복제시대의 이론이 역시나 맞아 떨어진 듯. 사진이 대형이란걸 빼면 사진집과 별로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만큼 독일 인쇄 산업의 기술력이 좋은 것이다. 


 그의 주요한 시리즈가 거의 소개되었다. 전통 흑백 사진의 짙은 흑색을 여실히 느낄 수 있고, 완벽한 퀄리티의 사진의 묘사력을 체험할 수 있다. 여기서 내용적인 면을 말하긴 그렇고, 전시장에 설치된 그의 작업 과정을 소개한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가 얼마나 성공한 사진작가이고, 작품의 동기들을 들을 수 있다. 여기서 내가 느낀건, 대가들일 수록 작업의 컨셉이 단순하고 심심할 정도로 표현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근데 그 어떤 지점을 찾아 건드리는게 내공이라는 것이겠지. 


 삼성리움미술관이란걸 빼면 전시는 좋았다. 내가 삼성을 싫어하는 마음이 있어서 자꾸 이런일이 생기는 건지, 원래 조ㅈ가트니까 그런건지, 당연히 평범해야할 미술관 관람에 매우 기분 나쁜 2 건의 일이 있었다. 


 앉아서 다큐멘터리 영상을 감상하다가 코트와 바지의 주머니에 가지고 있는 지폐들을 무심코 확인하다 보니 입장표를 살 때, 거스름돈 3,000원을 안 받았던게 확실히 기억되었다. 만원내고 영수증과 티켓속에 거스름돈도 받았다고 생각하고 바로 가방 보관소로 휙 돌아섰던 것이다. 근데 생각하면 기분 나쁜게, 그 직원들은 거스름돈을 주지도 않았는데 왜 나를 바로 다시 부르지 않았을까. 알다시피 티켓팅을 하고 가방 보관소 까지 그 넓직한 로비 공간이 있고, 거스름돈 꺼내는게 조금 지체 되었다 해도 " 손님 거스름돈 받아가세요~" 라고 충분히 말 할 수 있었을 텐데. 그걸 무언의 팁이라 생각했을까... 설마. 


 어쨌든 그걸 알아차리자 다시 한번 혹시 내가 어디 흘린거 아닌가 행동을 속기해 보아도 그건 아니었다. 영수증과 티켓을 건넬때, 지폐 세장은 확실히 없었고, 나는 바로 돌아선 것 뿐이었다. 일차적으론 나의 성급함의 불찰일 수 있지만, 분명히 직원이 다시 날 부르는게 정상이고 상식이었다. 


 그냥 내 일차적 불찰로 생각하고 넘어갈수도 있으나 내심 기분이 나뻤다. 그냥 문화재단도 아니고 삼성이래서 더더욱 작은 금액이지만 내 돈 삼천원이 뜯긴게 열받았다. 관람을 마치고 티켓팅 데스크에 가서 아까의 일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사이 직원이 바뀌어 있었는데, 젊은 여직원 표정이 벙쪄했다. 또다시 불쾌감이 엄습했고 그 직원의 눈에 난 쪼잔한 진상 손님이 되어버렸다. 옆자리의 상사인듯한 동료의 눈치를 보아가며 돈을 다시 내어주는 그 짧은 시간 뾰루퉁한 반응에 대해 화를 내야하나 말하나 하나 하는 스트레스. 돈을 받는 순간 더 말을 말자라는 체념이 들었고, 나는 코트를 세차게 휘날리며 가방 보관소로 향했다. 


 내 번호표를 주자 가방만 나왔다. 나는 황당해서 " 카메라는요? "  

 입장할때, 내 작은 카메라만 들고 있었는데, 카메라 반입이 안 되어서 다시 보관소에 와서 내 번호표를 보여 주며 카메라 반입이 안된다하니 먼저 맡긴 내 가방과 같이 보관하라고 맡겼다. 번호표를 두번이나 확인 시켜가며.. 그랬는데, 다른 번호칸에 카메라를 넣어둔 것이었다. 그 가방 손님이 아직 안 가서 망정이지, 나보다 먼저 가방을 찾았는데 작은 갈색 가죽 케이스의 카메라를 내주니 못 된 마음에 가져갔으면 정말 골치 아파지는 것이었다. 

 거기 직원은 여러 차례 사과했다. 


카메라 때문에 왔다 갔다하며 입장해서 보니 어느 커플은 컴팩트 카메라로 서로 찍어주고 있었는데 전시장 지킴이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 장소에 대한 마음의 반영이 이렇게 나에게 돌아오나 란 생각을 했다. 역시나 내겐 재수없는 미술관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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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에 떡국 먹고 하이네켄 오백 캔 한잔 하고 따스한 겨울 햇살 받고 있자니 트림이 꺼억 나오는데 배시시 웃게 되고, 그렇게 아버지가 아닌 아저씨가 되어 가나 보다. 


 뭐 암울해서 이런 문장으로 2014년을 시작한건 아니고 그냥 약간의 술과 햇살에 기분이 좋아져서 헤밸레 거리고 있다. 


 어제 잠 자기전 유투브에서 이런 것들을 보고 잤는데, 오늘 아침 뉴스에 그네 소식 부터 주구장창 떠들어대니 밥맛을 잃었다. 



캘리 수업으로 크리스마스 이브날 저녁, 홍대앞 거리엔 향수 냄새가 넘쳐나는걸 물끄러미 음미하고 있자니 23살 짜리 아이가 씩씩거리며 들어왔다. 거짓 냄새에 진절머리가 나서 그럴까. 위선이나 위악이 아닌 위색?한 거리의 내음에 소외된 자의 불만이었다. "냄새가 진동을 해. 진동을.." 속으로 짐짓 웃기다고 생각했다. 


 진짜 마음은 무색무취인데, 점점 향수같은 사회가 되어서, 아니 나 조차도 마음에 내가 보고자 하는 색으로만 채우려 한다. 새해에는 형 과 색에 끌리는 마음을 버리고자 한다. 진정한 무념무상의 향기가 날 수 있도록 노력하자. 


 새해 복 많이 짓고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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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 전, 일요일에 대림 미술관 앞에서 모이기로 했다. 먼저 도착한 일행중 하나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는데, 갤러리 앞에 길게 줄을 선 인파들의 모습이었다. 곧 도착해서 보니 전반적으로 짜증이 일었다. 우린 그냥 전시 관람은 포기하고, 서촌엘 가보기로 했다. 무지 배고파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기 때문에, 일행들이 서촌엔 어디어디가 좋고 뭐가 맛있다고 그러면 무조건 어디곤 빨리 가자고 보챘다. 

 

 서촌엔 처음 와보는것 이었다. 라고 쓰고 있는 와중에 스물셋인가.넷쯤에 미팅으로 만난 아이집이 여기 였고, 바래다 준 기억이 났다. 그 아이한테 왜 그렇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는지 당췌 당시의 나를 이해할 수 없구나. 친구를 사귈 기회가 많았지만 도통 내 마음은 울적하였다. 자연스레 해야할 과정에서 빗나가니 꼬락서니가 이 모양이다. 정확히 말하면 효자동 이었다. 


 휴일이고, 저녁시간에는 아직 일러 문이 많이 닫혀 있거나, 영업 개시전 이었다. 골목을 기웃거리다가 누군가 서촌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누하의 숲' 이란 일본 가정식 식당을 찾아 갔다. 난 뭐래도 좋아.란 심정으로 해가 급하게 어둑해지는만큼 배고픔에 필사적이었다. 근데 저녁 타임 개시는 아직 1시간 반이나 남았고, 우린 궁여지책으로 어떤 시장 골목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통인시장?) 유명한 떡볶이 집이 있다길래 나는 어딘지 길도 모르지만 앞장섰다. 


 하나는 간장? 에 쫄인 떡볶이고 다른 하난, 고추가루에 버무린 것인데, 맛이 쬐금 톡특하긴 해도 줄서서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이런 떡볶이도 있구나 란 정도. 서빙해 주던 아저씨는 자기네 집이 원조란 자부심이 대단했다. 떡볶이 주제에 오늘 하루치 양 다 떨어져서 일찍 가게 닫는다고, 떡볶이를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떡볶이가 전복이나 꽃등심도 아니고..


 그렇게 나왔음에도 아직 시간이 남아,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사먹으며 죽 때렸다. 배고프다고 징징대는 나를 누나가 아이스크림 사 준 꼴인데, 우리가 편의점을 사수하고 있자니 학창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19년전 편의점 사발면 한끼에 배고픔을 달래가며 낄낄대던 그 모습으로..


 그렇게 해서 드디어 대로변의 작은 식당인 누하의 숲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 네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 딱 하나 있었고, 나머진 둘이 온 커플들이 자리를 채우니 작은 가게가 금새 꽉 찼다. 일본 정통 가정식 백반 이란다. 네가지 정도 메뉴가 있었고, 다 맛있어 보였다. 다시금 느끼게 된 건데, 내 음식 취향은 딱 일본 가정식이 맞는거 같다. 짜고 맵고 뜨거운거 보다는 자극적이지 않은 소박한 식단. 모든 음식이 대단히 맛있었다. 간도 알맞고, 보기에도 훌륭했다. 홍대앞의 델문도 보다 괜찮은듯 싶다. 여긴 눈오는날, 좋아하는 사람과 오면 딱 좋겠다. 


 나갈때 보니, 너무나 일본 아줌마스런 일본인?이 웃으며 인사했다. 나는 환하게 맛있게 먹었다고 답례하며, 속으론 혹시 일본산 식자재 쓴거 아냐? 란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했다. 나는 총각이니까. 혹시 모를 2세를 위해 관리해야 한다. ㅋㅋ


 빈티지한 어느 까페를 찾았으나 영업을 안해서 다음을 기약하며, 서촌의 초행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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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유독 해가 짧아져 마음이 쉬이 적적해져서 인지, 맥주 한두병 마시는 습관?, 아니, 맛이 들렸다. 원래 하이네켄 옹호자 였는데, (왜냐, 하이네켄은 물이 좋아서 인지 마시고 나면 피부가 좋아짐, 나만 그런가?) 홈플러스에서 수입맥주 5개병에 만원 행사를 하고 있어서 사게된 파울라너 밀맥주의 맛에 빠졌다. 맥주를 잘 모르지만, 다른이들이 기네스와 파울라너 만 사오면 된다고 해서 위사진의 맥주를 알게 되었다. 가보니 기네스는 행사에 없었고, 파울라너 와 그래도 안 사면 섭섭한 하이네켄 500ml 캔 4개 를 사왔다. 


 원래 파울라너 한병 가격이 3,460원 이었는데, 한병에 2,000원에 산거니, 꽤 할인된 셈이다. 그런데 행사용으로 무더기로 쌓아둔 것과. 정식 주류 코너에 있는 병의 라벨이 차이가 있었다. 위사진의 맨 오른쪽에 있는 병만 다른 것과 라벨 위치가 틀린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정식 주류 코너에 있는 건, 제조일이 최신인 것 같고. 행사용은 좀 오래된 재고 같았다. 병맥주래서 그렇게 맛이 차이가 나진 않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정식 코너에 있는걸 쓸어 담았다. 


 맥주의 최고봉은 역시나 흑맥주의 대명사 기네스 고, 

 라거 맥주(일반의 익숙한 맥주)의 최고이자 레퍼런스한 맥주는 하이네켄. 그리고 국내 제조 버드와이저가 아닌, 미국에서 마셨던 버드와이저 

 밀 맥주의 파울라너 헤페바이스


 위 세~네 종의 맥주가 내가 볼때는 최고의 맥주들인것 같다. 


 언젠가부터, 단체로 놀러가거나 호프집에서 500cc 나 피쳐로 시키지 않는한, 가끔 칭다오는 먹긴해도 국산 맥주나 일본 맥주를 절대 안 먹는다. 물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우리나란 지하수 오염이 심각할테고, 일본은 뭘 들이대도 방사능 오염일테니,, 내가 하이네켄을 좋아하고 피부에 효험이 좋다는건, 네덜란드의 원료 물 자체가 깨끗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예전에 한 대학원영어선생님이 술을 좋아하는 분이었는데 자기는 기네스 맥주를 피로회복겸 건강을 위해서 마신다고도 했다. 워낙 기네스를 만드는 아일랜드의 물 자체가 좋은 거라고. 그래서 전세계 어딜가나 가장 비싸다고, 믿거나 말거나인데, 영국에서 오래 유학했었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이것저것 아는게 많아서 그 말을 신뢰하게 되었다. 

 물도 마찬가지다. 간혹 마트에 가면 수입산 생수를 일부러 사 마시는데, 다양한 원산지의 미네랄 워터를 섭취하기 위해서다. 가보진 않았지만, 유럽의 청정지역의 물을 마시면, 그곳의 자연을 마시는 기분이 든다. 

 파울라너 맥주는 독일 뮌헨이 원산지다. 밀맥주래서 향이 더 풍부하고, 목넘김이 부드럽다. 반쯤 마시다, 밑에 가라앉은 효소?효모?를 흔들어 주면 더욱 맛이 깊어진다. 거품이 걸쭉한 느낌도 드는데, 일반 라거 맥주의 산뜻함 과는 다른 종류의 맛있음 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맥주는 병맥주가 진리다 란 소리를 했다. 편리해서 500ml 캔 맥주를 마시다 보면 병맥주의 옹골참이 참맛이란걸 느끼게 된다. 영화속 최고의 맥주씬은 '쇼생크 탈출' 에서다. 한여름 땡볕에서 수감자들이 노역하다가, 주인공의 능력으로 교도관에게 선사받은 얼음이 든 양동이에서 버드와이저 병맥주를 꺼내 마시던 수감자들의 행복한 모습은 그 자체로 맥주의 진리였다. 

 요근래에 어느 교양 의학 정보 프로그램에서 얼핏 이런 얘기를 들었다. 일조량이 적은 겨울에 섭취하면 좋은 음식이나 요소중에 맥아도 포함돼 있었다. 어쩌면 독일이 맥주로 유명한 것도 그들의 기후환경과 관련이 있을거란 추측이 든다. 독일인들은 맥주로 적적감을 달래가며 그리 취하지 않고, 이성적 정신으로 밤새 철학 혹은 과학 공부를 그렇게 하셨는지 모르겠다. 나도 이 파울라너 독일산 맥주를 마시고 똑똑해졌으면 좋겠다. 다시금 위 사진을 보니 풍족감이 든다. (배 나오는 소리가 메아리쳐.)

 연말이라 앞으로 이런저런 술자리가 많을텐데, 이제 소주란 화학 술은 꺼려진다. 되도록 절제하고 집에 와서 이 한병의 맥주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대형마트는 잘 안가지만, 간혹 이런 기회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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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근래, 코트를 사기 위해 집중적으로 쇼핑을 했다. 신세계 상품권이 생겨서 신세계 백화점을 근거로 본점, 영등포점, 파주 신세계 아울렛을 둘러 봤다. 적당히 합리적인 구매를 했고 만족하지만, 쇼핑을 하면서 느낀점은 코트 한벌을 산 기분 이상의 다채로운 감흥이었다. 


 옷 값이 참 비싸다. 몇십만원은 기본이고, 좀 괜찮다 싶으면 오십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코트를 보다보면 캐시미어 100% 원단의 제품이 눈길이 가게 되는데 은은한 윤기와 부드러운 감촉은 절로 최고급 이다. 를 알게 해준다. 정가가 백만원이 넘고. 할인한 가격이 보통 80만원대에 형성되 있다. 니나리찌는 200이 넘었고, 몇몇 잘 모르는 브랜드도 초고가를 형성했다. 사실. 캐시미어 코트를 입을 생각이 아직은 없다. 그렇게 비싼 옷은 옷을 입고 다니는게 아니라 옷을 모시고 다니는 것과도 같다. 실용적인 면에서 일상 생활에서 활용도도 높지 않고, 그렇게 부드러운 고급 원단에 스크래치라도 나면 참 속쓰릴듯 싶다. 중후한 중년이 되었을 때, 그에 어울리는 차와 어울릴 만 하지, 어중간하게 입으면 무슨 ...맨 같아 보이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질레리의 캐시미어 100 7부코트 할인된 가격 82만원, 킨록앤더슨 69만원, 다반 59만원 캐시미어 코트는 내 머릿속에 가격과 입었던 이미지가 남아 있다. 


 울이나 모 원단의 제품이 나름 합리적인 것이다. 원단을 넘어서 디자인이 더욱 관건인 것이고 울이나 모 원단 제품에서 너무 올드하지 않고 너무 캐주얼하지도 않은 적당한 제품을 찿을 수 있었다. 집중해서 보는 와중에, 요즘 유행하는 패딩 코트 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아주 비싸다. 클래식한 느낌의 헨리코튼 제품이 괜찮아 보였다. 파일럿 코트 종류인것 같은데, 고급 한정판 버전, 할인된 가격이 49만원, 정말 잘 만들어진 옷이라 이거 하나 세게 지르려다가, 순간 욕심을 내려놓고, 예산 안에서 좀 더 합리적 소비를 하기로 했다. 노스페이스는 여전히 세일을 안한다는 고자세가 있었고, 요즘 없어서 못 판다는 캐나다 구스는 정말 어이없음. 그놈의 유행. 남들의 이목.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결과 인지    잠바가 백만원이 넘고 날개돋힌듯 팔린다니..ㅜ 중국산이 아닌 캐나다인 인건비가 비싸서 비싼거라고 하던데..그런 유행이라면 공짜로 생겨도 입기에 별로 탐탁치 않을듯.. 


 내 코트를 구입하는것도 일이었지만 8살 조카의 패딩 잠바를 사는것도 녹록치 않았다. 애들 옷은 또  왜이리 비싼지, 어른 옷에 비해 선택의 폭이 좁았다. 리바이스 키즈에서 적당한 제품을 골랐고, 나의 안목은 적중했다. 또 아디다스에서 월척을 건졌다. 아디다스 오리지널 라인의 고급 패딩 잠바인데, 사이즈가 작은 것만 재고가 남아있어서인지 원가격에서 터무니없이 할인된 가격으로 팔았다. 이건 어머니용으로 샀다. 그리고 다반 매장에서 찜해두었던 코트를 사니 가지고 있던 예산에서 다 해결되었다. 비싼 옷의 욕심을 내려두었더니, 다다익선의 효과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나름 발품팔은 보람이 있었다. 많은 옷들을 입어 보면서 옷에 대한 생각, 몸에 대한 생각, 나이듦에 대한 생각, 소비에 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세계 본점의 명품관을 둘러보면 일제시대 최초의 백화점 건물이래서 인지 기풍있는 건물에 내부의 매장도 호화로운 분위기다. 고급품에 둘러쌓인 매장 직원들의 사소한 태도, 몸가짐, 눈빛들은 자신도 명품인생인양 은근히 도도하다. 내가 그들을 관찰하듯이, 그네들도 나의 옷차림을 훝어본다. 그나마 왠지 거부감이 덜한 폴 스미쓰 매장은 꼼꼼히 체크해 본다. 다른 남성복과 비슷한 듯 해도, 폴 스미쓰 만의 색깔이 있었다. 브랜드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안목으로 어떤 룩을 추구하냐가 중요하다. 넥타이 가 멋진게 많았는데, 너무 비싸다. 에잇 세컨드에서도 잘 고르면 비슷한 걸 구할 수 있다..


 다음에 양복을 사게 된다면 팔 질레리 파주 아울렛에서 사야겠다. 너무 친절해서 예산 초과임에도 캐시미어 코트를 지를뻔 했다.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보다보니 눈만 높아졌다. 옷보단 몸이 먼저고, 올바른 개념이 먼저다. 


 내가 산 코트 ㅎㅎ


 영화 만추의 현빈 코트와도 비슷한 ㅋㅋ 얼굴과 키를 비교하자면 좌절이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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