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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타는 마음이고 성격이다. 기분이 울적할 땐 기타도 울적하고 기쁠 땐 기타도 노래를 한다. 자기의 마음 기분을 잘 반영할 줄 아는 연주인이 결국은 끝까지 남는 법이다." _ 로이 부캐넌


 내가 블루스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언가 가슴을 후벼파는 짜릿함이 있기 때문이다. 슬픔도 기쁨도 아닌 그 무언가의 공허한 가시같은 찔림. 뭐, 한의 정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삶의 고달픔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찬가라고 할까. 


 이 사람. 로이 부캐넌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비운의 천재의 전형이다. 비참하게 죽어서야 그 진가가 더욱 발휘되는, 생전에 화려한 성공을 이뤘다면, 그러니까 삶이 넉넉했더라면, 이발사의 세컨드 잡 을 갖지도 않았을 거고,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가 부인과 대판 싸우다 폭행도 안 했을 테고, 유치장에 갇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를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지 않았을 거란, 뻔한 추측. 마빈 게이의 어처구니 없는 죽음 보단 덜 하지만, 이 사람 참 안 됐다 싶다.. 그래서 이런 예술이 나오나 싶기도 하고,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마치 소설가로 치면,, 딱.. 레이먼드 카버가 생각난다. 현실의 퍽퍽한 삶에서 깃어올린. 예술. 레이먼드 카버의 문장과.. 로이 부캐넌의 기타 톤과 연주는 닮아있다. 짧고 간결하며 투박한 스타일. 그러나 비수와 같은 울림. 무뚝뚝한 채, 아무렇지 않은 채, 진실에 닿는 느낌..

 

  한번도 그래본적이 없지만. 로이 부캐넌의 음악을 들으며,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소설을 읽으면..어떨까 궁금해진다. 어쩌면 삶의 비밀을 알아버려 모든게 시시해 질지도..



  







   요근래 걸출한 블루스 뮤지션에 푹 빠져 있다. 그 이름은 게리 클락 주니어. 느무느무 멋지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키도 크다. 간간히 유투브에서 라이브를 감상하다가. 몇몇 풀 공연 영상을 보면서 돌이킬 수 없는 블루스의 매력에 빠져 버렸다. 너무 잘한다. 잘생기고 스타일도 좋다. 그는 텍사스 오스틴 출신인데, 정말 오리지날 블루스의 메카에서 태어나 성장한 인물이다. 1984년 생이고, 2010년 에릭 클랩튼이 주관하는 크로스로드 기타페스티발에서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현역 최고의 흑인 블루스 뮤지션 로버트 크레이의 명백을 잇는, 그런 기대를 충족한다. 


  백인 블루스 쪽에서는 77년생 존 메이어와. 동갑인 조 보나마사가 있지만, 그 둘은 분명 걸출한 실력을 겸비했지만 왠지 손이 안 간다. 특히 존 메이어는 그 인기와 유명세가 얼굴값의 거품(머리가 꽤 크다 함. 키가 커서 그나마 커버)도 껴 있고 캐나디언 부잣집 도련님의 블루스 워너비 카피 같아 보인다. 존 메이어의 음악은 생긴것 만큼 너무 느글느글 하다. 반면, 조 보나마사는 차가운 블루스 같이 느껴지는데, 테크닉이 너무 감성을 앞서가지 않았나 싶다. 그가 77년생 이라니 다들 깜짝 놀랐을 거다. 그 둘 보단. 좀 더 나이가 어린 데렉 트럭스 가 훌륭하다고 본다. 엄청 순하게 생겼고, 슬라이드 기타 연주는 그의 전매특허처럼 굳어져 갔다. 


존 메이어랑 키가 비슷함. 


  빨간색 에피폰 카지노 모델 기타를 제일 많이 쓰고, 80퍼센트 이상이 에피폰을 쓴다. 같은 컨셉의 깁슨 ES-330을 쓰는건 몇 번 못 봤다. 한국산 에피폰을 쓴다는 말이 있던데, 성공해서 부자가 됐는데도. 저렴한 에피폰을 쓴다는 건, 유독 한국산 카지노 모델이 좋다는 것일게다. 잠깐 검은색 에피폰 카지노를 소유했었는데, 가격이 무색하리만큼 소리 정말 좋았다. 풀 할로우 바디에 P90 픽업의 매력은 엄청나다. 거기에 펜더 앰프와 퍼즈 이펙터와의 조합.. 그리고 훌륭한 블루스 맨..


  






천재 잭 화이트. 그 옆 지미 페이지 옹.             게리 클락 주니어는 21세기 지미 헨드릭스가 될 것인가..


  미국은 유색 인종이 성공하면 백인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게 일반적인 상징인것 같다. 뉴욕의 성공한 인도남자들(아마도 IT쪽 인재?)을 봐도. 백인여자와 사귀더라. 난 요즘 취향이 바뀌어서 좀 까만게 좋던데...ㅎㅎ 



  http://www.youtube.com/watch?v=z5LzfWDqknw


 

 

  후지 록 페스티발 연주인데,, 52텔레캐스터로 정말 멋드러진 연주를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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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우 감독을 음란서생 때문에 좋아하는 편이나, 그 후로의 작품들은 그냥 그랬던 것 같다. 이 영화도 그냥 그런 축에 들, 범작이 되버린게 아닌가 싶다. 항상 기획과 시도는 좋으나 작품이 되지 못하는 이 뭣한 기능은 뭘까. 이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배우가 극중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오는 어색함. 영상은 화려하고 감각적이지만 물안에 기름을 떨군거처럼, 융화되지 못한다. 배우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영화다. 신인 여배우는 캐릭터상 그런 어색함이 어울린다 쳐도 송승헌의 캐릭터는 관록있는 배우가 맡았어야 했다. 캐스팅 미스.. 영화속 그런 복잡다단한 감정의 은밀함을 표현하기에는  역량부족이었다. 


  대표적으로 군용 지프 안에서의 베드씬이 그렇다. 되게 신선하고 색다른 구상인데, 뭐지 이 나무젓가락 같은 연기는 ㅜㅜ 좁은 공간에서 그런 연기를 해야하는 노고는 알겠으나 계속되는 머슥함. 배우들도 그렇지만 연출도 이 부분만은 봉만대 감독의 자문을 구했어야 한다. 송승헌은 색.계를 보며 양조위를 카피라도 하지. 아무튼 이 영화는 주연 외의 조연들의 캐릭터와 연기가 의외로 주옥같았다. 조여정의 연기와 캐릭터의 심리는 흥미로웠다. 관사 부인네들끼리의 권력관계나. 주인공 여자와 시엄마, 친정 엄마의 관계등. 은근 도발적인, 색다른 면을 제공한다. 


  시대물인 만큼 의상.미술은 훌륭했고 김대우 감독 영화의 수준 높은 스타일한 조명은 여전했다. 

 여자 주인공인 신인 여배우는 앞으로 침이 꼴딱 넘어갈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모든것을 송승헌 으로 몰아가기에는 억울할 듯 싶다. 감독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본지 오래 되어서 마지막 그 대사들이 기억이 안 난다. 수작이 될 수도 있는 영화였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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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 참 재밌는 영화였다. 영화지만 남의 고통을 보며 즐거움을 얻는 건, 참 잔인한 취미고 변태적 감각인 것 같다. 이 영화는 통감각에 호소하는 영화다. 대단히 사실적인 총격전, 그 와중에 주인공들이 낭떨어지 산악에서 떨어져 바위에 튕기고 구르며 나무에 찢기고 꺽이며 만신창이가 될 때, 그 충격의 소리와 중력의 가혹함은 가상현실에 실재성을 부여해 관람자의 심신이 동참하게 한다. 


  총격전의 진수랄까. 총격전의 미학?이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영화다. 또다른 영화로는 '히트'가 생각나는데, 도심 총격씬의 압도적인 소리는 충격이었다. tv방송 '멋진 사나이'에서 헨리가 처음 사격할때, 실제 총소리에 놀라 겁먹던데, 그만큼 실제 총소리의 위압감을 영화 '히트'에서 잘 잡아내었다. 도시와 필드, 산에서의 총소리가 다르겠듯이, 빌딩벽들 사이로 콘크리트를 울리는 총소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영화의 처음 장면은 다큐 영상으로 UDT/네이비씰 요원들의 극악한 훈련 모습을 보여준다. 신체가 겪을수 있는 한계의 극한상황을 견디어내어 최고의 인간 병기가 된 요원들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세력의 핵심 인물을 제거하는 작전에 투입된다. 실제로 이 '레드윙' 작전은 미군 특수부대 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다고 한다. 정찰조 4명중 3명이 죽고, 한명이 극적으로 구출되는 과정. 그 와중 지원조의 치누크 헬기가 로켓탄에 피격돼 추락. 전원 사망하게 되니, 총19명의 특수전 대원들이 사망한.. 미국내에선 2005년 이 사건때문에 시끌벅적 했다고 한다. 그걸 영화로 만든것이고, 개봉하고 나서 박스오피스 1위를 했다고 한다. 



  문제의 시작은 위 상황부터다. 4명의 정찰조가 잠복중, 양치기 현지인들(노인1,아이1,청년2)에게 우연찮게 발각돼, 그들의 처리를 놓고 토론하는 상황이다. 교전수칙의 매뉴얼 대로 라면, 민간인은 죽일수 없다지만, 그냥 풀어주면 적들에게 알려지는건 시간문제. 나무에 묶어 놓고 가자와, 죽이자 까지 세가지 선택을 두고 대원들은 설전하지만, 최종 결정은 나중에 살아남게 되는 (마크 월버그)의 뜻대로 그들을 풀어준다. 아마도 이 결정은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겠지만 특수부대원의 명예와 자부심으로 그들은 자만했다. 


  아무리 험준한 산악지역이고, 자신들이 최정예 요원이라도, 원주민의 신출귀몰함을 간과해선 안됐다. 궁지에 몰려 쫏기며 어떻게 저렇게 빨리 자기들을 추적할 수 있는지 놀라한다. 총격전이 시작된 후 부터는. '블랙 호크 다운' ' 에너미 라인스'를 섞은 듯한 전개가 펼쳐진다. 대원들이 죽는 몇몇 장면에선 '플래툰'의 한 장면 오마주 같기도 하고, 영웅주의적 미국 만세처럼 볼수도 있으나. 내가 보기엔 그래도 최대한 다큐적으로 연출 한 것 같다. 


  치누크 헬기의 지원 병력이..헬기 레펠 막 하기 전 지네들끼리 으쌰으쌰 하는 찰나 로켓탄에 피격 되는 장면은, 요즘 말로 웃펐다. 너무나 어이없는 순간에 개죽음 당함. 

  이 영화는 너무 정치적인 접근으로 심오하게 보기 보단, 영화의 가장 강력한 기능인 대리 체험 정도로 즐기면 좋은 거 같다. '블랙 호크 다운'이 그런것 처럼.. 어쨌든 초인적 미국 특수 부대원의 안쓰런 활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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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 원스 만큼 좋다. 뉴욕에 입성해 화려한 명배우들과의 작업은 우려와는 달리, 날익은 듯 그 풋풋함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매우 매끈한 듯 보이고, 전형적인 헐리웃 로맨틱 영화 같기도 하나 그 안에는 전작 원스의 감성이 서려있다. 


 내게 음악 영화는 다 좋지만, 유독 완전 사랑스런 음악 영화다. 일단 배우들이 너무 좋다. 키이라 나이틀리 와 마크 러팔로. 그 이상, 더 좋은 캐스팅을 생각할 수 없다. 키이라는 원래 좋아하는 배우였지만, 이 영화에서 그녀의 노래. 특히 목소리 음색은 가히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그런 목소리로 내게 막 욕을 해대도 좋다고 헤벌쩍 할 듯 싶다. 영화를 보고 나면 OST 음반을 안 사고는 못 베길듯. 물론 키이라의 외모도 무척이나 매력적인건 누구나 공감할듯? 난 이런 자연미인이 좋다. 그녀가 양악 수술을 했다면 안중에도 없는 배우였을 거다. 그런 단점 조차도 있는 그대로 아니 더 부각되어보이는 자연스런 매력 발산은, 진짜 아름다움의 완성은 기꺼이 솔직히 드러냄에 있는 것 같다. 



 그녀의 영국식 억양과 턱발음. 노래 할때의 음색은 정말 황홀하다.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 이 나오는데, 연기는 잘 하는것 같다. 노래도 무척 잘 하지만 나는 그의 음색과 팔색조 같은 기교가 마음에 안든다. 동시대 같은 미국 밴드라면 마룬5 보단, 더 킬러스를 좋아한다. 

 위 사진 클립의 장면도 좋지만 (하염없이 맨하탄 거리를 거닐며 Y 케이블로 서로의 스마트폰의 음악을 같이 공유 감상하는) 나는 아래 이 장면이 되게 좋았다. 



  자기가 쓴 새노래를 남자 친구와 초연 하는 장면인데 키이라의 노래도 좋았지만, 카메라의 움직임과 연출이 되게 풋풋했다. 많은 장면에서 전작과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의 공간 조명을 활용한 거 같다. 원스에서 처럼. 조명이 너무 없어서 어둡침침한 정도는 아니지만, 최대한 인위적인 조명 느낌이 아닌, 되도록 앰비언스 조명을 활용한 거 같다. 원스 때 보다는 암부를 표현하는 영상 기술이 더욱 발전했으니..


  영화속 두 주인공이 브로드웨이가 관통하는 야간의 유니언 스퀘어 공원 낮은 계단에 앉아 대화하는 장면을 등 뒤에서 잡아 보여주는데, 좀 신기했다. 예전에 똑같은 위치에서 밤에 자주 그러고 앉아 있어서.. 있는 그대로의 뉴욕의 경관들을 잘 잡은거 같다. 


  아주 헝그리하게 야외에서 녹음 하는 장면도 정겨웠다. 테이프로 둘둘 감은 붐 마이크나. 스타킹으로 마이크 앞 팝 스크린을 만든것도.. 선망의 마틴 기타를 연주하는 키이라 나이틀리..아아아 너무 좋구나... 집에와서 가사라도 써볼까 끄적대다 보니, 이건 뭐 중2병..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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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너무나 정리를 안하고 살았다. 독후감과 발췌의 음미가 없다면 그냥 지식의 향기를 맡을뿐, 지혜의 여운은 이내 사라진다. 다시금 이 블로그의 역할을 가늠해보자. 



   이 책은 도서관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오길래, (왜냐면 책 표지가 누런 황갈색의 재생지에 제목이 입에 착 감기기에. 러브노리지) 집어 들었다. " 우리 삶이 허무한 것은 너무 자기 자신에게만 몰입해 있기 때문.. " 책 표지에 있는 이 문구 맞는 말이다. 번역서지만, 문장이 좋다. 짧고 간결해 철학의 질문들을 차분히 음미해 볼 수 있었다.  후반부 푸코와 데리다 쪽으로 갈수록, 내용문제인지, 번역문제인지, 아님 나의 집중력이 흩어졌는지, 책의 초중반에 비해 헤맨 느낌이다. 


   6명의 철학자의 대표책을 저자가 다시 읽으면서 핵심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아니 질문을 공유한다가 맞겠다. 그 중에서 루소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은 대단히 흥미가 생겼다. 물론 다른 책들도 다 읽어봐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철학자. 학자들은 거의 다 평탄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삶의 문제에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했고 나름 그 부스러기와도 같은 글들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적인 탐구를 가능하게 하는 비움과 경이와 의심의 대변자였다. 그는 하나의 물음표였다. 그의 제자였던 플라톤을 비롯해 스피노자, 루소, 니체, 푸코, 데리다에 이르는 소크라테스 이후 세대의 철학자들은 각기 자신의 방식으로 이러한 비움의 철학과 동거했다. 그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우리로 하여금 질문을 던지게 하고, 지식에 대한 사랑과 동의어인 경기감을 새롭게 불러일으키며 살아가도록 촉구한다. _ p14


  철학의 고유한 특성은 가장 명백하고 평범한 것을 검토하는 것이다. 철학은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삶의 특질, 자연스럽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관점과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철학은 세계나 다른 존재의 실재 같은, 우리가 일상적인 삶 속에서 제기하지 않는 문제들을 제기한다. 우리가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아무 의심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크라테스가 오래된 편견이라 부르는 질서와 신념을 검토나 검증의 과정 없이 받아들이고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 30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과 삶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긴장과 갈등을 인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58

   삶의 우여곡절을 받아들이고 그러한 조건에 적응하여 자신을 변화시킴으로써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욕망이다. 안정은 끊임없는 변화와 재창조를 통해 이룰수 있다. 59


 자기 이해는 자신의 한계에 대한 인식이고,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자기 이전의 자아를 초월하는 것이다. 인간은 정적인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이전의 자아를 극복하고 재형성함으로써 영원을 성취한다. 66


  지혜를 사랑하는 자는 이 세상을 사랑하는 자이며, 진실로 자신을 안다는 것은 자신을 이 세상이라는 직물 속에 짜여 들어간 존재로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 자유로운 인간은 다름 아닌 죽음을 생각하며, 그의 지혜는 죽음이 아닌 삶에 대해 명상하는 것" _스피노자 106


  "이제 나는 이 지상에서 혼자이다." _ 루소  이 책의 첫 문장이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쓰기와 읽기는 소외의 경험인 동시에 공유의 경험이다. 118

  "나는 두 사람이 연합함에 있어 최고의 임무는 서로가 상대방의 고독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가장 친밀한 인간 사이에도 무한한 거리가 계속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각자 드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다른 전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그 거리를 사랑하는 데 성공한다면, 두 사람은 서로 나란히 걸어가는 멋진 동반자로서 삶을 성숙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거리를 받아들이고 포용할 때 사랑과 우정이 가능해진다. 내가 너를 안다고 생각할 때, 나는 너를 오해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너를 아는 것을 불가능한 일로 체념할 때, 나는 너를 오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러한 갈등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우리 관계의 토대로 삼을 때, 나는 "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다른 전체를 볼 수 있다." _라이너 마리아 릴케. 140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신, 어떻게 그리고 어느 만큼까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려고 노력하는 것" [쾌락의 활용] 미쉘 푸코. 187


 레비나스에 따르면, 타자에 반응할 수 있는 능력(대응 능력)은 나를 하나의 주체로 구성한다. 타자는 내가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기 전에 나를 부르고, 이러한 부름에 대한 나의 반응은 내가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를 규정한다. ~ 타자에 대한 나의 행동과 반응은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것은 타자에 대한 나의 행동과 반응이다. 책임은 철학의 근간이다. 그것은 존재나 지식보다 선행된다. 224





 몇년전부터 레드 제플린을 무척 열심히 듣고 있다. 예전엔, 보컬인 로버트 플랜트의 쇳소리의 고음이 듣기에 거슬려 여러 차례 들었다가 내려 놓았다. 하드록 기타 리프의 완성이자 헤비메탈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연 지미 페이지의 기타와. 존 본햄의 파워풀한 드럼, 로버트 플랜트의 샤우팅 창법, 다재다능한 악기 연주의 존 폴 존스 이렇게 네 명의 슈퍼 세션 실력파 들이 지미 페이지의 감독하에 모여 십여년만 활동하고 드러머 존 본햄이 죽자 그대로 해체 했는데,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나이든 이들을 모셔다 놓고 케네디 센터에 모인 명사들 뿐 만 아니라 후배들이 공연하는 모습은 진짜 명예가 뭔지 보여준다. 이런 문화적 풍토. 세대간의 연결고리로서의 로큰롤. 그건 사회적 유산이다.  


  일요일에 레드 제플린을 들으면 나른한 시간들에 열정어린 에너지를 심어준다. 불끈거리게 하는 그루브의 기타 리프. 위 영상에서 레니 크레비츠가 부르는 ' 홀 로타 러브 ' 야 말로 단단한 심장을 깨부시는 것 같다. ' 천국으로 가는 계단 ' 은 심연속으로 전력 질주하는 후반부의 격정으로 미세 혈관을 요동치게 한다. 드러머는 존 본햄의 아들. 눈시울이 붉어지는 레드 제플린 멤버들.. 후렴구의 코러스를 넣는 합창, 소름 돋는다. 보면 알겠지만 레드 제플린은 진짜 위대한 록 밴드다. 


  



  내 마음의 고향 아이다호 는 내 학창시절의 고향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감수성에 영향을 끼쳤다. 지금은 호아킨 피닉스의 형으로 더 화자되는데 1993년 10월 31일 리버 피닉스의 죽음은 당시에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안겼다. 조니 뎁 과 키아누 리브스를 보면 리버 피닉스도 생각난다. 이 셋은 절친이었다고 한다. 셋 다 악기를 연주하고 자신의 밴드를 하는등.. 음악에 대한 열정도 그랬고, 아웃사이더의 삶과 태도는 연기 이상의 진정성을 보여줬다.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영화 '토탈 이클립스'에서 랭보로 분연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대타로 연기해 그 또한 나쁘지 않았지만..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이 영화는 리버 피닉스의 삶 자체에 대한 은유 같이 돌아갈 곳 없이 길 위에 선 자의 공허를 잘 담고 있다. 그의 삶 자체가 투영된, 그러니까. 영화와 실제 삶이 별반 다르지 않았을거란 반증이 그의 죽음으로 말해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기면발작증 (순간적인 긴장과 스트레스로 인한 마비와 수면에 빠지는) 때문에 도로에 경직되어 쓰러져, 지나가는 차량이 그의 소지품을 강탈하고, 또 마비된 몸이 차에 태워지는 것이 아니라 물건 처럼 실려 뭔 일을 당할지 모르는 채로 끝나는 장면은 슬프고 의미심장하다. 2년후, 조니 뎁이 운영하는 LA의 바이퍼 룸이라는 가게 앞 길에서 마약 과용으로 인한 쇼크사로 사망하게 되는,, 그렇게 23살의 나이에 촉망받던 배우가 요절함으로써 제임스 딘과 마찬가지로 청춘의 신화 같은 존재로 대중들에겐 울겨먹혔다. 


  그의 가정사는 히피 부모님을 둔 덕에 어릴적 남미를 전전하며 살았고, 미국에 정착하고선, 아역 배우로 활동을 시작하며, 자신이 겪은 삶과 가장 비슷할듯한, 출연작이자 그의 대표작인 '허공에의 질주' 와 '아이다호' 그리고 하나 더 꼽자면 '모스키토 코스트' 에서, 공허와 상실, 정체성의 탐구를 조숙한 눈빛으로 그려내었다. 또래의 배우보다 깊은 눈매와 진지한 자세는 뭔가 촉망받는 차세대 헐리우드 스타보다는 인디록 뮤지션의 삶과 태도와 더 어울려 보였다. 실제로 뮤지션을 더 꿈꾸었고,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멤버들과 친구였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플리가 조연으로 출연한다. 아마도 그들과 어울리며 마약에 손을 댓을거 같은데, 특히 존 프루시안테 와도 여러모로 통하는 구석이 있지 않았을까..

  이런저런 사족을 더 하자면, 어제 신촌에서 퀴어 페스티발이 열렸단다. 얼마전 우연한 기회로 초면의 21살의 대학생과 공감 공연을 보게 됐고 치맥을 한잔 하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구스 반 산트 감독을 가장 좋아하고, 여러가지 예술 문화적 소양이 깊어서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통했었다. 자기가 거의 레즈비언에 가까운 양성애자인걸 당당하게 밝히고 퀴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 때 내가 지은 표정이 어땠을까? 나 조차도 너무 궁금하다. 이미 그런거에 익숙했던지 상대의 반응에 별 신경을 안 쓰는거 같았고, 되려 당당하게 아무렇지 않게 성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 했다. 또래에 비해 남다른 21살 이었고, 그런 솔직한 면들이 부럽기도 했다. 자유롭게 자기 행복을 찾는 모습, 부모의 영향으로 비틀즈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예술을 일치감치 향유했고, 영화 감독을 꿈꾸며 신호등도 무시한채 당돌하게 걸어가는 그 아이를 보며 진짜 진보적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나이차 많은 여성과 깊은 사랑도 경험해 봤고 그런 것들을 부모도 알고 인정한다고 하니, 내 딴에는 난 조선시대에 살았나 하는 혼란스러움.. 

  포틀랜드 시장의 아들로 거대 유산을 상속받기로 되 있지만 아버지에 대한 철없는 반항으로 거리에서 창부 생활을 하는 스콧 (키아누 리브스) 은 기면발작증으로 어디서나 쓰러져 정신줄 놓아 버리는 마이크 (리버 피닉스)를 도와주며 그가 형을 만나고 엄마를 찾아 나서는 길에 동행한다. 잠에 빠질때 마다 엄마의 영상은 끊임없이 마이크의 마음을 갈구하고, 쓰라린 가정사의 아픔을 묵묵히 간직한채, 거리에서 몸을 판다. 여자를 만나면 긴장으로 기면발작증이 오니 남자를 더 상대하게 된 그는 자상한 스콧에게 고백을 한다.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 뿐 아니라, 어떠한 멜로 영화의 고백 장면도 이만큼 순수하고 진정성 있다고 느껴지질 않는다. 리버 피닉스의 이런 연기는 정말 가슴을 찌른다. 이 영화를 계기로 키아누 리브스와 리버 피닉스는 절친이 됐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키아누 리브스가 현재도? 방랑 생활을 하는 것과도 뭔가 이 영화와 닮아 있다. 










  형이라고 여겼던 자가 자기의 생부이고, 엄마는 자기를 버렸고, 근원적 고통은 자기를 옭아매어 점멸하는 신호등 처럼 삶의 순항하는 그린 라이트는 수시로 꺼진다. 옆에 있어줬던 스콧은 엄마를 찾아서 이태리 로마 까지 동행했지만 이내, 인생을 함께할 여자를 만나 마이크를 버리고 떠나버린다. 다시 포틀랜드. 스콧의 아버지가 죽고. 거리생활을 청산한 스콧은 거리에서의 대부를 매몰차게 대하고, 길에 쓰러져 자고 있는 마이크를 외면한다. 공교롭게도 진짜 아버지와 거리의 아버지인 밥의 장례식이 같은 공간에 치뤄지고, 극명히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다시 길 위에선 마이크. 길의 감식가라 자처하는 그의 독백. 점멸하는 의식으로 그의 몸은 또 어디로 가게 될지. 그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게 될지. 마이크는 또다시 길 위에 쓰러진다. 




  

  처음 봤을때보다, 나이 들어서 보니 더 울림이 컸다. 사진작가 필립 로카 디 코르시아의 남자 창부를 찍은 작업이. 이 영화의 영감인지. 아니면 구스 반 산트 감독이 그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는지..모종의 관계가 있어 보인다. 몇몇 장면에선 연출적 센스가 탁월하다. 게이 잡지 커버에서 그들이 말하는 장면이나 성애 장면을 정지 동작으로 표현한것, 소리로 흥분하는 변태 아저씨의 몽타지 시퀀스 등.. 1991년도 작품 치곤,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앞서 간 것 같다. 단순한 내러티브를 쫏기 보단 그 인물들의 감정에 빠져 보면 이 영화의 진면목을 알아 볼 수 있다. 길위의 고독한 여정에 이런 영화들은 위로가 된다. 내 마음속의 저런 풍경이 꺼내졌기 때문에 더 애틋하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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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음.


  어른들의 치유와 성장 이야기란 점에서, 영화 '머드'에 대한 글을 쓰면서 이 영화가 생각났다. 개봉때 극장에서 보았고, 영화가 너무 좋아서 원작 소설까지 사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도 훌륭했다. 영화는 나름 각색을 잘했다고 본다. 당연히 명배우들의 소소한 표정 연기를 보는 재미가 더 강렬했다. 음악의 사용은 또 얼마나 감각적인지 레드 제플린과.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노래가 나오는 부분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당시 같이 봤던 사람에 대한 기억이 남는데, 상영 내내 너무나 지루해 했다. 이렇게 너무나 상반된 영화 관람도 처음이었다. 끝나고 듣자하니 자기는 드라마 영화는 잘 못 본다고 했다. 환타지 액션 블록버스터 취향의 사람한테 로맨스 코미디물을 가장한 조금은 작가주의적? 영화를 골랐으니 사전 파악도 안하고 대뜸 이 영화를 고른 내가 나쁜놈 이었다. 


  더 나쁜일은 그 사람의 몸매를 인지했던 순간인데 아직은 이도 저도 아닌 마음 상태에서 키만 큰 사람이라고 여겼다가 두꺼운 외투를 벗고 원피스 차림으로 직접 커피를 가지러 가는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본의아니게) 세상에나. 그렇게 아름다운 몸매는 본 적이 없다. 연예인이나. 몸매 좋다는 패션 모델들 조차도. 심지어 av배우도 그런 비율과 아찔한 골반가..각... 칵 소리나게 충격받았고 이내 혼란스러웠다. 내 눈엔 그리 이쁜 얼굴은 아니어서 반신반의의 마음이 돌연 그리스 석고상을 대하듯 새하얗케 됐다. 너무나 시각 중심적인 반향에 짐짓 속물같은 자신을 질타했지만, 그러나 이게 남성의 자연적 본능인걸 뭐 나더러 어쩌라구. 얼굴과 몸의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겪으면서 초반 이성과의 관계에서 시각적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이 스스로 말을 한다는게 뭔지 알 것 같았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란 표어는 이때 쓰는 건가. 그러나 어쨌던간 여러모로 통하는게 없었다. 여기까지 말하고 싶지만, 짐작하듯이 설레발 치다가 망쳐버렸다. 뒤늦게 안 사실인데 이날 다시 그 사람을 만난거는 어른들의 공작이었다.


  나중에 다른 경험과 맞물려 이런 생각의 정리를 하게 되었는데, 외양에 빠진다는건 상품에 눈이 돌아가듯 소유욕의 발현이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자들의 만족일 뿐이다. 아직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믿고 보는 것에 사랑이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지금은 아니다. 아직도 모르는건 마찬가지지만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바라보는 아름다움에는 진정한 소통은 없었다. 얼핏 이미지를 떠나 진정한 소통의 즐거움을 알것도 같으나 그마저도 좌초 된건가. 인정하기 싫지만.. 예전엔 눈은 높고 마음의 장벽도 높았는데, 지금은 눈도 낮고 마음의 높이도 낮아진게 문제다. 마음이 문제다..


  쓸데없는 잡담이 길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명배우들의 출중한 연기와 가족애, 마지막 댄스 경연 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며 마무리 짓는걸 보면 언듯 또다른 명작 '리틀 미스 선샤인' 이 생각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남녀 주인공의 이상한 로맨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서로의 상처를 통해 부딪히고 치유하면서 성장과 사랑을 이룬다. 라는,, 현 상태는 시궁창이지만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가다 보면 구름뒤 밝게 빛나는 태양이 희망을 예고하듯 언젠가 구름의 가장자리에서 한줄기 빛을 받아 더 높이 삶을 살아보려는 자들에게 보내는 용기다. 


  주인공 팻 (브래들리 쿠퍼) 이 왜 정신병원에 7~8개월 있었고, 현재도 불안정한 상태를 설명해주는 그 열불나는 씬은 영화에선 초반에 보여주지만. 소설에선 나중에야 (내 기억으론 결말에) 말한다. 각각의 장르에 맞게 이 사건 발설의 전개 방식은 알맞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초반에 팻의 시점샷으로 자신의 집 샤워실에 부인이 다른 남자와 나체로 얽켜있다면 그것도 직장 동료인, 어느 누가 꼭지가 돌지 않겠는가. 폭력을 행사하다 못해 살인 까지 저지르고도 남을, 사람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일이 눈 앞에서 펼쳐졌고, 그는 폭행의 결과로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 아내를 잃고, 직장을 잃었지만, 자신이 부인을 사랑하고 앞으로 잘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그는 붕괴된 멘탈을 위태롭게 다스린다. 일면 아내의 외도 행각을 발견하고 파탄이 났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아내를 잊지 못하는 팻의 무모함은 언듯 이해되지 않으나, 그는 단순히 그날의 사건 이전에, 자기의 조울증으로 결혼생활의 위기를 가져왔고 그 결과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자괴감에 벌어진 현실을 부정하고 더더욱 과거의 행복했던 한 때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정신적 충격으로 퇴행단계와 분노장애와 조울증 까지, 치료가 다 끝나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보호로 집에 돌아온 그는 다시 전부인과 합칠 수 있다는 희망적 착각에 빠져있다. 그런 상태로 가족과. 지인들과의 첨예한 관계는 무릇, 되게 심각한 상태로 치닫지만 이 영화의 기본적 톤은 어둡지 않다. 슬픔을 위트로 승화시키는 힘. 연출자의 능력도 좋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최상이다. 좋아하는 배우 브래들리 쿠퍼의 최고의 연기가 아닐까 싶다. 아픈 아들을 묵묵히 바라보고 사랑과 배려의 눈길을 끝까지 보내는 엄마를 보면 이 영화가 특정한 서양의 가정 문화를 넘어 보편적인 가족애를 담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아버지 로버트 드 니로의 캐릭터와 연기도 무척 인상 깊은데, 아버지와 아들은 핏줄이 그러하듯 별개가 아니다. 아버지의 광적인 미식축구에 열정은 미신과 스포츠 도박에 빠지게 하고, 각종 강박증. 편집증. 경기장 폭행사건으로 영구 입장 금지등. 하는 행동을 보면 그 애비에 그 아들이다. 


  새벽에 감정이 붕괴된 팻이 결혼식 비디오를 찾으며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때, 흐르는 레드 제플린의 음악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날카로운 샤우팅 창법의 노래가 흐르며 본의 아니게 팻은 엄마를 치게 되고. 아빠를 때리고 자기도 맞는 장면은, 그 상황과 영화속 캐릭터들에 심하게 감정 이입이 되었다. 그 와중에 아버지 로버트 드 니로가 옆집의 정신병 인터뷰 하자는 학생 집에 가서 독설을 내뿜는 장면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성기 때 성격파 배우의 카리스마를 여실히 볼 수 있었다. 늙었고 이제 노인 역할을 주로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왕년의 아우라가 내비쳤다. 연기에 있어 로버트 드 니로만의 자기 영역이 있는 거 같다. 어떤 영화속 캐릭터든.. 

  다음날 아버지가 형에 비해서 너한테 사랑을 많이 못줬다며 어렵게 말을 꺼내고 눈물을 훔칠때, 의외로 감동이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다 그러하듯? 깊이 들어가면 지금의 성격이나 어떤 문제는 본인 혼자만의 문제는 아닌것이다. 어머니의 헌신적 노력외에 아버지의 표현 못했지만 속마음을 내보이는 점이 뭉클 했다. 

  쓰레기 비닐을 땀복 조끼처럼 둘러 입고 그는 열심히 동네를 조깅한다. 단 하나의 목표인 전부인을 다시 만나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그러다 여주인공 티파니가 끈질기게 따라오고, 이상한 데이트를 하게 되고. 서로간의 거래가 오가면서, 이야기는 흐르는데, 영화를 보다보면. 이 영화의 제목에 대본 또는 각본의 의미인 플레이북 이 들어가는 이유를 어림 짐작할 수 있을 거 같다. 친구는 이 영화를 보고 무슨 환타지성 연출같다고 생각보다 별로 라고 했는데, 팻의 정신병동 친구 (크리스 터커) 가 개연적이지 않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것도 그렇고, 티파니가 팻의 조깅 시간을 알고 끈질기게 쫒아가는 것도 영화만 보면 개연성이 없다. 소설에선 팻의 엄마가 시켜서 한 거로 나오는데, 어쨌거나 제목의 플레이북의 의미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팻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한 주변인들의 짜여진 각본처럼. 팻의 성장을 돕고, 서로가 치유함으로써 깨진 조각은 퍼즐처럼 맞추어 간다. 찰리 채플린의 명언인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과거의 상처에 붙잡혀 이상한 방식으로 극복하고자 한 팻과 티파니. 이 둘의 만남은 흥미진진하다. 통후추의 화끈함과 깨알같은 재미가 공존한다. 티파니 역의 제니퍼 로렌스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는데, 연기를 잘 했지만, 큰 상을 너무 일찍 받은게 아닌가 싶다. 

  둘은 열심히 춤을 연습한다. 팻에겐 어떠한 책 보다도 춤을 추며 땀을 흘리고 상대와 교감하는 것이  

중요했다. 춤 경연의 중간에 화이트 스트라입스의 경쾌한 록 음악이 나올때 막춤 추듯한 그들의 모습은 가슴을 뜨겁게 했다. 마무리 동작에서 이상야릇하게 된 것도 웃기고.. 감정의 극단에서 만난 두 사람은 그렇게 춤과 편지로 서로를 이해했다. 마지막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결정적으로 조언하는 것도 인상깊었다. 누군가 손을 내밀려 할때, 마음을 알아채는게 중요하다고 ~ 지금 여기 이순간에 찾아오는 인생의 큰 변화에 마주서야 된다고.. 서로의 광기가 어떻게 조화로워지는지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사랑스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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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린 이랑 표적이 개봉하고 있을때, 역린의 평이 너무 극과 극이라. 그냥 안전빵으로 표적을 보기로 했다. 나름 재밌게 보았다. 영화 '아저씨'에서의 액션이 너무 인상적 이었던지라, 이제 왠만한 액션씬은 평균 이상의 짜릿함을 주는 것 같다. 내용은 프랑스 영화가 원작이라던데, 나오는 배우들의 연기가 힘있고 강렬해서 두시간 동안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들 너무 힘을 준게 작정하고 이건 영화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류승룡은 한국판 리암 니슨이 될 것인가. 도회적인 느낌보다는 영화 '활'에서의 몽고군 같은게 더 잘 어울려 보인다. 유준상의 악역 연기. 잘 하지만 게리 올드맨 정도엔 못 미친다. 


 역린은 뭐랄까. 되게 공들여 찍은 티가 많이나 왠만해선 좋게 봐주고 싶은데, 감독의 연출과 편집이 그러니까. 영화 전체의 리듬과 호홉이 너무 무드 잡는다고 할까. 드라마 pd인데 처음 영화 연출작이라 영화적 호홉이 아니었다. 마치 20부작 드라마의 스페셜 편집본 같은 영화가 되 버렸다. 인터넷서 이 영화에 대해 극명한 호불호가 양쪽 다 이해가 된다. 아무튼 내겐 너무 빤해 보이는 영화였다. 그래도 현빈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고, 정재영이나 조재현의 연기는 급이 남달랐다. 조재현의 '길티. 길티'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루 동안 급박하게 돌아가는 암살의 서스펜스나 스릴러가 밍숭밍숭하다. 총제적인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한마디로 보이는 형식과 외관은 화려한데, 영화의 맥을 못 잡은 모양새. 이 감독은 다음 영화 작품을 찍을 수 있을까..


  방황하는 칼날은 더 많이 아쉬운 영화였다. 문제적인 소재로 묵직한 주제의식으로 나아가기엔 연출이 버거워 보인다. 중반 이후로 영화는 질질 끌려다니는 느낌이다. 초반의 강력한 충격과 아버지의 동기는 점점 자포자기식으로 흘러간다. 실제로 정재영이 연기한 아버지는 죽음의 사투를 벌이며 복수를 위해 차츰 나아가는데, 별로 긴장감이 들거나 하지 않고. 그냥 안쓰럽고, 답답하고. 참담하고 그렇다. 이런 사건이 그렇듯이.. 영화도. 뭔가 명쾌하지 않고, 답보상태인것 같다. 그러나 문제제기, 법적.사회적 인식 재고에 있어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으키기에는 좋은 의도의 영화였다. 정재영의 연기는 참 고생했겠다 라고 단번에 느껴진다. 가해자 청소년의 심리도 파고 들었으면.. 너무 욕심인가. 그러나 좋은 영화는 악인의 캐릭터 조차도 다면적인 차원으로 그리는 것에 있다. 이 영화의 질문의 방향은 느껴지지만 설익다 만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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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의 캘리그래피가 정말 가관이다. 캘리와 폰트의 혼합 사용도 영 이상하고, 포스터가 구리지만 영화는 정공법적으로 한 실존한 인물의 열정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그 연세 노인의 경이로운 결과는 그것을 이루는 과정이 참으로 아름답다. 단 하나의 목표. 5분여 동안 최고의 속도를 내고자 하는 열망에 모든 삶을 걸었다. 


  1920년대의 인디언 이란 이름을 가진 오토바이로.. 직접 부품을 만들어가며, 50마일 대의 최고 시속인 오토바이를 200마일 이상의 속도를 내게한다. 누가 인정하지 않아도 자기의 인생을 걸고 그것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목표에 대한 열정과 진심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그는 한계를 넘어서 달리고 쓰러진다. 그 스피드의 자유가 참 아름답다. 


  잰체하지 않은 노인의 따듯함이 배어 있다. 소박하고 온화하고 순수한 노인을 연기한 앤소니 홉킨스는 성격파 연기의 이미지를 초월해 버렸다. 물 흐르듯 자연스런 연기와 연출이 감동을 배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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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을 수 있음.


  주옥같은 영화다. 이것은 남자들의 성장에 관한 영화다. 사랑에 대한 믿음에서 벌어지는 상처와 그것의 극복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의 초반부 두 소년 ( 엘리스 와 넥본 ) 이 머드 (매튜 매커너히) 를 무인도에서 처음 만날 때, 감독의 연출이 인상깊었다. 아직 이 영화의 장르나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을 모르는 입장에서 머드의 심상찮은 등장은 마치 범죄 스릴러 물 일꺼란 긴장을 조성한다. 하지만 머드는 겉보기완 다르게 내심 순수한 사람.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 기사도 정신과 사랑에 대한 믿음을 가진 엘리스는 그의 진심을 알아본다. 

 

  머드는 어릴적 독사에 물린 자신을 살린 여인 주니퍼 (리즈 위더스푼) 에게 헌신했다. 다른 남자에게 가버렸어도 그는 사랑의 맹목성에 빠져 그녀를 지켜주고자 어쩔수 없이 살인을 저질러 강가의 무인도에 숨어 있다. 어른이지만 내면의 성장이 어느 순간 멈춰버린 사람. 그런 그를 엘리스는 영원한 사랑의 가치를 믿는 순수함으로 믿고 따른다. 하지만 이 둘의 자기 자신의 믿음은 성장의 장애물이고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는걸. 힘들게 깨닫게 되는데, 그런 두 인물의 주변부의 남자들의 조언이나 묵묵한 도움은 자기 안에 갇힌 사랑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현실적 사랑의 행태로 보인다. 머드를 잡아 복수하려는 악당의 아버지도 또 아들이 죽어나가자 자기 믿음에 대해 놓아버리게 되고, 여기 나오는 모든 남자들은, 변화의 양상을 통해 어떤 성장의 과정을 밟게 되는 면면을 보여준다. 


  자기 안에 갇힌 믿음. 영원한 사랑에 대한 허상을 깨우친 자들이 갇게 되는 자유가 영화의 마지막에 의미심장하게 보여진다. 엘리스는 새로 이주한 도시의 아파트에서 여자의 눈길에 미소를 지으며 화답하고, 머드는 자기 앞에 펼쳐진 드넓은 강인지 바다인지를 바라보며 영원한 사랑이 깨어지고 난 후,어떤 새로운 삶을 살지가 탁 트인 강은 말해준다. 


  사랑은 내가 믿고. 우러르고 좋아하는 대상에 있지 않다. 그건 자기가 만든 이미지에 불과하지, 그런 믿음에 자기가 잡아먹힌다. 영화에서 뱀의 상징성이나. 뱀에 물린 엘리스를 머드가 죽음을 무릅쓰고 뛰어들어 살리는 장면은 꽤나 의미심장하고 사랑에 대한 태도를 말하는 것 같다. 주니퍼가 머드를 사랑안했다기보다 여자는 어쩔 수 없는 여자인, 어쩌면 이 영화는 철저히 남자 입장에서 바라본. 마초 영화 일 수 있다. 언어로 다 말할 수 없는 남자들의 성장 이야기는 요즘의 내게 너무 큰 귀감이 되었다. 


  p.s. 이 영화는 왠지 여러 가지 영화나 소설을 떠오르게 한다. 일단 수상가옥과. 강. 두 소년이 나오니까. 허클베리 핀이 생각나고, 스티븐 킹의 원작인 영화 '스탠 바이 미' 에서의 소년들의 모험과 성장. 넥본으로 출연한 소년 배우는 '스탠 바이 미'에서 리버 피닉스의 모습을 빼 닮았다. 마지막 탁 트인 강에 대한 심상은. '데드맨' 과. '모스키토 코스트' 에서와의 여운과 비슷하고, 무튼 여러 가지를 오마주로 환기시키는 느낌이 강했다. 미국 시골의 공간 배경은 유럽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내가 본 미국 시골의 이미지와 닿아 있어, 아련하게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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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뭘 바꾸려고 했던 생각 자체가 변화에 덜미를 잡혔다. 도로아미타불.. 불교의 가르침대로 어떤 집착은 번뇌의 순환고리를 만든다. 그냥 나를, 나의 마음을 놓아버리자고. 강물이 흐르듯 실체가 없는 이것들에 모양과 이름을 만들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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