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책은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지금 현재를 각성하게 한다. 어떤 열정이 필요할 때, 자기만의 길을 꼿꼿이 걸어간 예술가의 삶의 이야기는 꽤 많은 자극을 준다. 내 안의 열정을 일깨우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확신에 찬..신념과. 예술관..삶에 대한 태도는 고만고만한 일상을 살아가는, 한다디로 삶을 그럭저럭 견디어 내는 우리들에게..자신의 삶을 저벅저벅 끊임없이, 진짜 현실에 발을 내딛고 살아가라고 충고한다.

 거침없이 말하는 그의 확신과 신념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본인의 톡특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냉철한 통찰과 비판은 일본뿐만 아니라 현재의 우리에게도 매우 타당하다. 특히, 소설가를 비롯한 한마디로 예술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큰 지침이 된다.
 책의 처음. 한국의 독자에게 보내는 말에서도..처음 하는 말이. 무절제한 생활 태도에 대해, 염려하고. 엄격한 생활 태도를 격려한다. 나는 예전에 이미 그러한 것을 깨달았지만. 인간은. 감각과 쾌락에 나태해지기 쉬운 동물이므로..수시로..자신을 체크해야 한다. 이런 책을 읽고..저자의 따끔어린 호통에..심신을 다잡는다. 

 이 책의 저자는 23살에 최연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소설가의 길로 인생 전환을 한다. 읽다 보면. 이 작가는 진짜 남자다..여성과..여성성을 극도로 지양한다. 남성적 강한 문체와. 확신이 자신의 삶을 고스란히 직시하여 표현된다. 화려한 수식. 감성. 연약함은 철저히 배제된다. 고독하고. 숭고하다.
 그 후. 문학판의 그렇고 그런 클리쉐에 쉽쓸리지 않고..자신만의 작가의 길을 위해. 시골에서 오로지. 소설로써만 먹고 살아간다. 진정한 작가. 예술가의 길은 이런 것 이라고. 정답을 보여준다. 사람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내가 보긴엔 참 멋지다. 그의 소설이 많이 궁금하다. 그의 단호한 문장이. 나를 좀 더 굳건하게 한다. 많이 반성도 하면서. 적극 동조한다.

 첫번째 글이 '이미지의 세계' 라는 글인데. 사진(이미지)의 세계에 치중하는 내게 있어서 많은 귀감이 되는 글이었다.
( 이건 좀 다른 얘기 일 수 있지만, 몇일전에 교보문고에 가서 놀랐던게. 진열 전시된 책들의 표지에..또다른 홍보 문구가 덧대기로 끼워져 있었는데..책의 표지를 거의 다 가려버리는, 참 열받는 작태였다. 책의 얼굴인..시각적인 정보를..무참히 짓밞는 그 띠 에는..유명인사?들의 이 책의 추천인들이 이름이 나열된..참 역겨운 짓거리였다. 출판사들은..이제 책의 가치를 유명인? 들에 기생하게 하는 한 낫 초라한 장사치들로 밖에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쓰다보니. 내가 본 그 코너에서만 그런게 아닌가 하는. 소심한 의심이 든다. 그 날..전체를 돌아본게 아니어서.. 아무튼. 책들의 얼굴을 덕지 덕지 가리지 말자..누가누가 추천했다고..첵을 사는 병신같은 독자들이라고 하찮게 보지 말아라..)

 ' 한 시대나 국가가 붕괴할 때는 젊은이들부터 형편없어진다는 설이 있다. 고대 로마가 그랬고 청나라도 그랬다. 먼저 젊은이들이 거역을 모르게 된다. 무기력해지고, 호모나 정신적인 호모가 급증한다. 자기 주변에 있는 일이 아니면 흥미를 잃게 된다. 그러는 사이에 닳고 닳은 어른들이 제멋대로 날뛰어 세상은 혼란해지고, 눈 깜짝할 사이에 붕괴하게 된다는 것이다. " p142

 저 짧은 단락속에서 무서움이 느껴지지 않나. 요즘의 주말 저녁에 홍대앞 놀이터. 수노래방 앞을 가보라..누군가 그 이미지를 소돔과 고모라? 라고 했다. 나는 성경을 잘 모르지만..왠지..썩 어울리는 비교라고 생각했다. 홍대앞 문화는 양아치들과. 강남의 자본가들에 의해서 망쳤다.

 ' 새로운 문학을 생산한다는 것은 자신의 체질에 적합한 새로운 문체를 개발하여 체득하는 일이며, 새로운 문체는 곧 인간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이란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오 년에 승부를 내리란 생각은 옳지 않았다. '

시간이란 모름지기 훔치는 것
 이미지 그 자체가 사상이며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절제된 문장으로 시각적인 소설을 지향한다. 
 자신의 마음을 질책하고 싶을 때는 육체를 질책하는 길이 최상이다.

 ' 현실을 바라보는 용기를 밑바탕 으로 하는 꿈이나 이상이라면 몰라도,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소도구로 문학이 존재한다면 나는 거부하고 싶었다. 자신을 단련하지 않고 감수성에 휘말린 채, 인간은 약한 존재라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이에 작가는 여장 남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다. ' p189

 ' 그래도 나는 감히 몸을 쫙 펴고, 강인한 삶을 자처한다.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시도한다. 성격에 맞지 않는다. 내키지 않는다. 모양새가 나쁘다,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따위의 수많은 구실과 핑계로 사방을 가로막고 그 안에 틀어박힌대서야 사는 보람이 없지 않은가.
 인생의 최대의 감동은 자신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요컨대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새로운 자신을 만나는 일이다. 예전에는 결코 할 수 없다며 포기했던 일을 지금은 할 수 있다니, 이만한 감동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과거의 내가 그랬으니 미래의 너도 그럴 것이라는 발상으로는 그런 감동을 절대로 자기화할 수 없다. 나는 미지의 존재이며, 앞으로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순간, 인생은 빛을 발하고 충만해지는 것이며, 또한 영원해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펼쳐나가는 강인함이 필요하다. 마음의 명령 따위에 일일이 따를 수가 없다.
' p208

 다음 이 부분에선..깜짝놀랐다. 여성분들은 분노 할 것이다.

' 나 역시 남자니까, 여자가 필요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여자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제2의 어머니에게 매달리듯 여자에게 구속당하기 싫다. 정신까지 모두 바칠 정도의 상대는 아니다.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눌 만큼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만큼 골치아픈 생물에게 빠져 혼신을 다해 쫓아다니다 휘둘림을 당하고는 급기야 너덜너덜한 신세가 되는 남자들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여자가 이러니저러니 잔소리가 많을 때에는 한 방 주먹이라도 날려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이 상책이다.
~ 필요 이상으로 여자에게 빠지는 남자는 대개 마더 콤플렉스의 소유자인 동시에 매저키스트다. 정신적으로는 호모나 다름없다.  ' p215

 여성부?에서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하지 않을까...대단한 마초다. 한방 주먹을 날려야 한다는 말에선..영화 '피와 뼈' 에서의 기타노 다케시가 연상됐다..

 ' 도대체가 현실성이 없는 꿈만 좇고 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무절제한 나날을 보내는 그의 입에서, 현실이 어떻다느니 하는 말이 튀어나오다니 가소롭다. 그가 성공한 유일한 일이란 마누라로 하여금 돈을 벌어오게 했다는 것 정도가 아닌가. 요컨대 이 사나이는 겁보에다 교활하고,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서도 유치한 허구와 유치한 미의식에 머리를 처박고, 아무런 진보도 없이 마구 미끄러져나간 것이다. 그는 도피 공간을 마련해 줄 책만 읽으면서 이윽고 전형적인 가짜 문화인이 되었다. 현실과의 싸움에서 도피한 까닭에, 그는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파악하지 못한다. 아니 허구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243

' 원고료를 제때 지불하지 않는 출판사가 있으면 쳐들어가 받아온다. 노후에 대해서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열심히 분투하고 있는데,일단은 객사할 각오까지 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 같은 안정된 노후에 대한 욕구가 예술가를 망쳐놓은 예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다. 만약 소설을 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것이다. 우선 의지하려는 마음을 버리라고.
 모든 예술이 그렇지만 문학 또한 얼마만큼 개인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에 따라 성패가 결정난다. 불안이나 고독에서 슬픔과 분노가 태어난다. 그 벽을 돌파한 곳에 나 자신의 혼이 있다. 거기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무엇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니까 불안과 고독이야 말로 창조하는 자들의 보물이다. ' 333

 소설은 마음이 아니라 '몸'으로 쓰는 것이다. 몸 전체를 깨끗하고 예민한 레이더로 만들어라. 그 때, 소설가는 이미지의 송수신기가 된다. 그것이 바로 영화를 능가하는 새로운 소설이다. 

 이러한 가르침이 어찌 소설에만 국한하랴.. 이 사람의 진짜 소설을 읽어 보고 싶다. 자신의 삶에 철저한 소설가의 작픔은 어떤지..정말 궁금하다. 소설을 보고 말해야 하지만..이 산문만 보고도 이 사람은 진짜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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