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 부터 본의 아니게 노인 코스프레를 하게 되었다. 연휴 끝나고 바로 이어진 월요일 화요일의 강추위는 온몸을 오들오들 움추리게 만들었다. 월요일 저넉에 약속이 있어서 강남쪽으로 넘어갔다가, 약속 장소를 잘 못 찾아서, 30분을 거리에서 헤맸다. 이렇게 추울지 모르고 보통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찬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부니 아이폰의 전원이 나가 버려 더더욱 길을 못 찾았다. 요즈음 살이 붙어서 피하 지방층이 내복의 역할을 한 듯 했으나, 이런 날은 무조건 따숩게 다녀야 했다. 


 그래도 평소에 하체 단련 운동을 해왔던지라, 허리에 문제가 생길지는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이 닦다가 세면대에 굽힌 허리의 뒷 쪽에 잠깐 뻔쩍 화끈 대더니 아차! 싶었다. 예전에 두어 차례 이런 적이 있어서 몇일 근육통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게 화근이었는지, 나이듦에 의한 회복의 지연 인진 몰라도 그날밤이 됐을 땐,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 똑바로 누워도 허리를 필 수 없어 웅크려 옆으로 누워야 그나마 고통이 없었다. 새벽녘이 되서야 주기적으로 몸을 돌리던 수고의 피로에 지쳐 잠 들었더니 아주 조금 붓기가 빠졌다. 


 평소에 그 흔한 감기를 잘 안 걸리는 내게, 이런 몇일 간의 고통은 건강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허리가 문제가 생기자 몸은 물론이고 마음까지 약해지고 만사가 다 귀찮아졌다. 읽고 쓰는 모든 정신적 행위는 결국 허리 이하 하체의 건강에서 비롯된 것 이라는 말이 옳았다. 머리나 가슴의 차원에서 더 내려가 하체 힘으로 오래 앉거나 오래 산책하기에서 끌어올린 생각들이 관건이다. 몇일 쉬면 회복될 걸 알기에, 체념에 빠지진 않았지만, 좀 서글퍼지긴 했다. 묵혀두었던 상념들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정신을 좀먹게 했다. 자기이해와 자기성찰이 건강함에서 비롯되지 않으면 정신나간 신파가 된다. 육체의 고통은 타인(의 아픔)을 더 잘 이해하게 만든다. 고질적으로 허리가 아픈 후배에게 내심 응원의 마음을 전했고 ~ 글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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