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전에 만난 대학 후배가 영화 500일의 썸머를 보면서 내 생각이 났다고 했다.  좋은 의미에서 한 말이었지만, 솔직히 나도 남자 주인공에 매우 밀착되어 공감했기도 하지만,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기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미 나는 다른 차원에 있기 때문에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잠시 뿐인?) 후배가 말하기를 나의 투명한 매력?이 발휘될 날이 곧 올꺼라고, 투명한 매력은 왠지 불편한 친절 같은 말이 아닐까.
 이 글 제목이 My Brightside인데 점점 다크사이드로 흘러 간다. 나는 캘리포니아의 태양을 꿈꾸며 의식적으로 양지를 탐구한다. 그 후배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여유로운 태양 처럼. 그녀는 연애에 관해서 달관한 듯 싶다. 어쨋든 결론은 나는 요즘 보기드문 감성의 소유자. 좀 더 느끼하게 표현하자면 이 시대 마지막 로맨티스트..ㅋ

 친구의 결혼식에는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대학교때 사람들. 알지만 모르는 사이가 더 편한 사람들. 그 중에 눈길이 닿자 자석처럼 서로 확 다가선 여인이 있었는데 나랑 동갑의 후배(3~4수?). 아주 오랬만에 본 건데 우리는 세월이 무색하게 급격히 수다를 떨고 있었다. 사실 잘 모르는 사이였는데 오래전 3D그래픽 업체에서 일하다 도저히 못 버티겠다며 리포터를 준비한다고 내게 프로필 사진을 부탁하며 좀 더 알게 된 사이였다. 그녀는 몇년 전에 결혼을 했고 몇달 전에 애기를 낳았다고 했다. 여전히 리포터 스러움에 아줌마의 요소를 다 갖춘 그녀는 왠지 나와 죽이 잘 맞았다. 옆에 남편도 있었는데 요상하게 우리만 이야기를 계속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의 이름이 기억이 안났다. 대화 도중 '근데 너 이름이 뭐였지' 라고 초를 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녀는 대학때 나의 꿈 까지 기억하던데,, 나는 이름을 말 할 필요 없는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갔다. 남편이 자리를 비운 사이 '결혼생활은 어때?' 라고 물어 보았다. 그녀는 정색을 하며 몸서리를 쳤다. 리포터 스러운 오버에 나는 장난치지 말고 솔직히 어떠냐고 다시 물었다. 내 특유의 행복하니? 라는 늬앙스..그녀의 표정은 행복은 개뿔.. 이라는 찡그림에 마지못해 산다는 답이었다. 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뭐 결혼 2년 지나면 다 그렇다더라.쩝.'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 특히 처.자를 데리고 온 친구들을 보자 뭔가 하나같이 빠져(상실)있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열정과 꿈이 사라진 쓰고 달콤한 책임감이었다.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 대학때의 그 무모한 활기는 아빠라는 단어의 차분함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문제는 결혼한 커플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다는 것에 있었다. 내 시선이 삐딱해서 일까. 나는 그 자리서 충분히 이성적이었고 객관적이었다. 내 나이에 결혼식에 참석한다는 것은 칼로 내 허물을 여지 없이 벗겨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없는 결혼? 결혼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정말 좋아해서 사랑해서 결혼한건 아니었다. 근데 왜? 결혼을 담보로 인생을 살아갈까. 결혼 차수가 한 5년 된 동기형은 대놓고 애인을 찾고 있었다. 점점 부고 소식이 늘어 나듯이 누구누구 이혼했데 라는 소식도 이제 들린다.

 나는 적당한 사람과 결혼은 절대 못하겠다. 참 이기적인 말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사랑)은 적당한 중립상태가 아니라 저단 기어와 고단 기어가 왔다 갔다 하는 그래서 어디론가 떠나는 그런 것 이어야 한다. 서로의 톱니바퀴가 서로를 아프게 하더라도 이미 출발했으면 기어를 뺄 수는 없다. 맞물려 간다는거, 갈 수록 더욱 부드러워지는  자동차의 진리 속에서도 결혼의 원리는 발견된다. 나는 여전히 사랑은 서로의 스파크(점화)이고, 결혼은 부르릉 시동걸림 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이 없는 결혼은 서로에게 저당잡힌 인생이다. 내게 있어 좋은 결혼(사랑)의 표본은 존 레논과 오노 요코 부부의 경우이다. 그들의 사랑은 서로를 변화, 발전 시켰으며 궁극적으로 사랑을 통해 좀 더 이상화에 도달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처럼 당신은 내가 더 나은 남자가 되고 싶게끔 만들어요. 그 마음 상태가 궁극적 진리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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