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치과를 다녀온 충격에서 온 종일 얼 떨떨했다. 춥기도 했고. 심야에 무리하게 자전거 타고 집에 오면서. 볼따구는 깨질듯이 아렸다. 얼음장에 금이 쫙 갈것 같은 칼바람 에. 머리가 휘청했다. 자연이 주는 이런 고통은. 비교적 즐겁게 참는다. 아니. 참기 보단, 오히려 즐긴다 라고 가 맞겠다. 자연에의 마조키스트. 그러나 치과에서의 그 꺼림직한 기분은. 쉽사리.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치과에 가 본 경험이 5번 미만인 내게 치과는. 그야말로 공포의 장소 였다. 아마 누구나 다 그럴거겠지만. 고통은 둘째치고. 한번 진료에 어마어마한 금액 청구가..그렇다고 하던데.. 내가 받은 시술은 별 것 아닌 것 가지고 엄살 떤다고 할 수 도 있겠다. 아까 말했듯이 난 치과에 가본 기억이 별로 없는. 오복중에 하나인 건강한 치아를 타고난 사람이다. 특별히 관리 안해도 잘 안 썩는 치아는 침의 성분이 충치균을 막는데 남들보다 탁월해서 일지도 모른다? 라는 근거 없는 정보를 어디선가 들었다. 그런 생각에. 아주 치졸하고. 졸렬한 남자의 추론이 성립되는데, 몇년전. 짧은 연애의 끝이 내게 남긴건. 충치 였다.
 
 아무튼 그래서 어금니 두개를 금으로 때웠고. 엊그제 어금니 하나의 때운곳이 떨어져 나갔다. 다행히 떨어진 금을 삼키진 않았고. 고이 싸서 치과에 가져갔다. 참 기분 나쁜 진료의자에 앉자. 입을 쩍 벌리니. 나는 사람이 아닌.  보네트가 활짝 열린채 카센타의 리프트에 들어 올려진 중고차 같았다. 젠장 기분이 좋지 않다. 앞으로 펼쳐질 고통의 두려움 보다. 인간의 존엄이. 적나라한 못젖의 떨림과 함께. 형이하학의 물질성으로 밖에, 작용한다는 사실에 슬펐다.
 떨어진 금은. 다시 제자리에 넣지 못했는데. 생각해 보니. 한 일년전에. 엿을 먹다가. 옆 쪽 일부가 떨어져 나갔었다. 떨어진 것이 때운 금인지. 아님. 내 치아 조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치과의사는. 치아가 깨졌다며. 딱딱한거 많이 드시나보네요..그랬다. 다른 어금니도 조금씩 깨졌다며.. (그런데 사람의 치아가 그렇게 쉽게 깨질까..?)  그러더니. 마취 주사를 내 눈앞에 보였다. 숨이 멎는줄 알았다. 다른 누군가의 치과 경험을 들을때도. 마취 주사를 잇몸에 맞는다는 얘기에 내 손발이 오그라드는 소름을 겪는데, 그 주사가 내 눈앞에서 입을 벌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사고는 마비 되었고. 꼼짝없었다. 평소에 주사공포증? 같은게 심해. 부끄럽게도 헌혈도 한번도 안해본 나에게..이런 시련이..
 
 순식간에 얼얼해진 볼따구 앞에. 금을 씌운 이빨 모형을 가져다 보이며. 얼마.얼마 짜리라고 선택을 강요했다. 순간 내가 왜 이렇게 됐지 하는. 자괴감에..제일 싼걸 선택했다. 30만원은. 30초의 망설임 끝에 선택의 여지 없이 선택되었다. 그런데 마취 주사를 맞고. 어금니 전체를 덧 씌우는 시술을 종용받았다는 뒤늦은 자각에..지금도 기분이 좋지 않다. 그 때. 그냥. 금이던 레진이던, 때우는 시술을 했으면 하는.. 알고 보니. 신경치료를 하고 나서 씌우는 시술을 한 것 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과잉진료인 것 같은데. 이미 엎어진 물이고. 그 순간. 왜. 명징한 사고를 못 했을까 하는. 후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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