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전에 대학 동기 모임 (일명 쓰렉파.) 회식을 하고 왔다. 서른살 이후. 대학 친구들에게 개인적으로 잘 연락안했던 내게..이런 정기적인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그동안 연락 뜸함에 대한 면죄부 같은. 지극한 반가움과. 무작정 과거로의 회기..의 감성..등..많은 것을 느끼고 자극받게 하는 자리였다. 나만 술을 많이 마셨는데도 불구하고..술이 쉽사리 취하지 않는다. 평소 운동을 해서 그런지. 운동의 단점은..술기운에 취하고 싶을때. 쉽게 취하지 않는다. 덕분에 살짝 업된 마음으로..수다를 많이 떨었던것 같다..
 기혼자와 미혼자가 반반. 기혼자들은. 애들을 데리고 약속시간 보다 보통 일찍 자리잡는다. 나는 약속시간은 보통 철저한 편이라. 일찍 도착해..기혼자들 틈에서..나름. 애들과 제수씨들 사이에서..아줌마 같이..육아와 결혼생활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금 느낀 건데..내 안의 여성성이..정확히 말해서 아줌마 기질이..간혹..발휘된다. 유부녀들이래서 마음이 편한것도 있고. 관찰력과 가정적인 기질?이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얼마나 시간이 지났건. 현재 어떻게 지내던. 대학 동기 모임은 20대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는..신기한 마법과도 같다. 서로 다 같이 나이 듦에도.. 여전히..대학 신입생때의 그 얼굴 모습이 그대로 내 눈에 남아있다는 사실이..너무 정겹다. 정말 좋았던 시절. 대학 2학년 복학생 때. 우리는 너무도 황홀한 젊음의 무료함을 겪었다. 사실 나의 20대를 나태와 덧없음으로 부정하는 마음이 있지만. 때로는 정말 좋았던 시절의 한 꼭지로 남겨져 있다. 친구와의 우정과 추억.. 몇몇은. 아니 열 댓명의 절반은 아빠가 되었고. 나는 그들에게서 묘한 자극과..또는 은밀한 안심 속에.. 올해의 어떤 각오 내지. 옅은 희망을 일구어낸다. 기혼자들의 안정과. 책임감 사이에서 나는 미꾸라지 처럼..그들의 내면을 탐구했고. 내 인생 전체를 반추했다. 어깨에 올려진 아버지라는 작은 뿔은.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지만..그것이 나의 길이기도 할까..아니면. 나는 언제까지나 자아로의 도망자 일까. 최근에 읽은 목수정 씨의 책.' 사랑의 야성학'이 전체적으로 맴돌았다. 귀가 앏은 내게 보편적 페미니스트의 좋은 책은..나를 꽤 많이 자극했다. 나는 과연 내가 생각하는 대로의 삶을 살 수 있을까.. 아직도 이리 펄렁..저리 펄렁 하는데..올해는 나의 나침반을 고정된 자리에 놓아야 하는 당위성과..목표가 절실해졌다.

 좀전에 친구가..전화가 왔는데. 내가 좀 말 실수를 한 모양이다..그래서 제수씨가 삐진 모양인데..뭐 너무나 상투적인 농담이어서..언급하기도 뭐한데, 암튼 죄충우돌..노총각의 설레발은 여럿을 긴장하게 만든다..ㅋㅋ   나를 잠재우줄 누군가가 필요하긴 하다..그러나 저러나 남의 소개팅 주선에 열 올리는 나는.. 청춘의 순교자 같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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