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이렇게 원래 그랬듯이 시골집에 모여. 제사를 지내고 차례 음식을 먹고. 산소에 가서. 절을 하는. 그런..설날의 풍경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수원의 서쪽에 위치한 정말 오래된 전통 농가의 흙집은 할머니의 연세 만큼이나. 세월의 무게에 더욱 낮게 가라앉아 보인다. 안개낀 오늘 아침 풍경 같이. 땅에 낮게 드리우진 집은. 역사의 뒤안길을 예고하는듯 하다.
 설날 아침 언제나 그랬듯이. 어둠이 가실무렵. 나는 그리 멀지 않은 수원으로 출발한다.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 적이나 지금이나..명절에 수원 시골집에 가는 것을 싫어했다. 이미 핵 가족화된 시대에 친척이란. 연유로 반가운 기색을 하고. 안부를 캐묻는 그런 공식적 일에..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어렸을적부터..친척이란 어른들이 싫었고.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지금도 별반 다름없다. 아마 새로 시집온 새색시의 심정이 이럴까..내 마음은 화목해 보이는 듯한 친척들 속의 외톨이 였다. 

 그나마 좋은점은. 시골 풍경과..함께하는 산책이다. 논과.밭. 야트막한 야산. 한두마리 키우는. 한우들의 평화로운 모습등..을 음미하는 순간이다.
 이 시골집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것은. 15년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부터 인것 같다. 할아버지가 건강하실때의 이 집의 모습은. ㅁ 자 모양으로.. 한켠엔 소의 집이 있는..소의 콧김과 움~메 하는 소리가..너무 정겨운 집이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모습이..겨울에 소에게 뜨거운 여물을 먹이는 모습이다. 큰 가마솟에..풀떼기와 물을 넣고.. 아궁이에 불을 넣어 끌여.. 마치 사람의 시레기국 처럼..그 뜨겁고 김나는 국을 소가 먹는 풍경은..동물이 아닌..가족의 일원 같아 보였다. 농사가 경제 활동의 기반이던 시절..정말 소는. 농사라는 경제 활동의 기둥이었던 셈이다. 그러니..사람처럼..한 집에서 살고..애지 중지 하였던 것이다. 그런 소의 가치는..기계화 시대가 되면서..불행하게도 단지..고기 소비 로써의 역할밖에 없다. 무자비한. 육식의 범람은. 결국 파멸을 초래했고. 시골의 풍경은 삭막하게 변해 갔다. 아직 구제역이 여기까지 들어오지 않았지만. 관청에서 방역하는,(아마도 석회 가루인듯한 뭔가를 뿌리는) 모습은. 좀 살벌했다. 시골의 목가적인 풍경이 아니라.. 대재앙을 예고하는듯한 불길한. 징후가 내 시선을 스쳤다. 

 새로 알게된 친구의 집에선 명절에 가족이 펜션을 잡아 여행을 간다고 하던데..이미 그런집도 꽤 많을테고 앞으로..새로운 명절모습과 풍습이 다양해 지지 않을까..기대해본다. 그래도 조상한테..맛있는 음식을 대접한다는 의식은..나쁘진 않은 것 같다. 사실..명절에 대해. 별 생각없었는데..나이가 차니..참..신경쓰일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런 저런 스트레스로..그냥 결혼하는 것일수도..있겠단 생각이 든다. 재수없으면. 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는것도 모른채..

 평소 보다 일찍 돌아왔고..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셔. 이날 밤은 밤세울. 준비를 하고 장례식장으로 갔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냉탕과 열탕사이  (0) 2011.03.07
IBM 100 기념영상  (1) 2011.02.10
신년 모임  (0) 2011.01.23
서울촌놈.  (0) 2011.01.15
치과  (1) 2011.01.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