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를 볼 때, 대략 25분 30분 단위로 영화의 현재 러닝 타임 위치를 확인 한다. 그냥 그런 습관이 있었는데, 생각해보면 얼마만큼 시간, 혹은 공간을 밀도있게 압축하고 어떤 호홉인지를 큰 덩어리로 인식하는 무의식에 가까운 버릇 같은 것이다. 적당히 영화를 낮설게 보고 있는 셈이다. (소격효과) 그러나 변호인을 보면서는 아예 시간 관념이 없어져 버렸다. 이 영화가 짧았는지, 두시간이 넘는 긴 영화 였는지, 전혀 감이 없이 영화에 빠져들어 느꼈다. 


 그만큼 대단히 재미있게 보았다. 배우들의 연기에 완전 몰입되었다. 감정이입으로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얼굴의 근육이 욱신각신 다채롭게 움직이는 걸 느꼈다. 영화에서 이야기의 힘은 말할것도 없지만, 그것의 구현을 넘어서 배우의 연기자체가 숭고하다는 느낌은 처음이다. 특히 송강호는 무형 문화재로 등재해도 될 듯 싶다. 


 특정한 인물을 연상하는 것을 넘어서, 최소한의 상식과 정의가 어떤 과정들을 통해서 그나마 쟁취했었는지를 아주 뭉클하게 볼 수 있다. 개인의 삶에서 소소하게 시작한 편린들을 중반 이후, 급격히 무거운 화두로 몰아간다. 우리가 다 알고 있고, 마음속에 본질적으로 스며든 그 가치들은 내 안을 용트림 하게 한다. 

 뜨거운 영화였다. 속으로 뜨거운 눈물을 삼켰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대단히 뜻깊은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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